봄날의 원족길
(1) 고향
고향을 지키고 살아가는 친구의 子婚이 있어
고향을 내려 간 김에 동창 몇이서
초등학교시절 遠足(소풍)가던 상기정굴에 가 보기로 했다.
나의 고향 선배 나순옥님은
고향은 종두자국 같은 것이라 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나의 일생에 종두자국은 영원히 지울 수 없듯이
힘들 때건 편할 때건 자리에 누우면
삼삼하게 떠오르는 것은 현재의 성과도 응보도 아닌
그 동화 속 같은 풍경이기에
고향은 나의 에너지의 원동력이요,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고 향
-維夏 羅旬玉-
잉걸불로 펴오르던 그리움도 사위고
미워 할 그 무엇도 남지 않은 세월 밖에서
끝끝내 지우지 못한 종두 자국 같은 것아.
(2) 원족(遠足)
그러니까 지금부터 50여 년 전
봄 소풍(원족)가는 날
할머니와 어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은
쑥떡, 골담초떡, 삶은 계란, 도시락 싸들고 우리를 따라가는
마을의 잔칫날이었다.
초가지붕이 게딱지 같이 엎어져 여기저기 마을을 이룬
장구지 들판을 지나
종천저수지가 있는 상기정굴 가는 길으
비포장의 먼지 나는 신작로였다.
그 10여리 길를
아이들이 줄지어 걸어서 가는 뒤에
학부모들이 역시 줄지어 따라왔다.
(3) 상기정굴
상기정굴은 장항에 식수를 공급하기위해
일제가 상수도를 설치하였는데
저수지 제방 아래 왕벚나무를 심어 놓았다.
원족간 우리는 그 벚나무 아래에서
보물찾기도 하고 장기자랑도 했던 광경이 눈에 선하다.
왕벚나무는 아직은 남아 있었지만
많이 고사했는지 몇 그루 없었고
그나마 봉우리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뛰놀던 잔디밭은 잡초에 묻혀
황폐화되어 있었지만 그 제방 아래 연못 앞에 서니
하얀 한복을 입은 할머니께서 멀리서 바라보고 계셨다.
배달9214/개천5915/단기4350/서기2017/04/15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드보르작 심포니 제9번 신세계중 2악장 라아르고
Largo Excerpt From Symphony No.9(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