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오는 가을볕 속 태봉산 자락
(Love Makes The World Go Around 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 / Giovanni Marradi)
(1)미금역
눈부신 가을볕이 쏟아지는
능선길이 어디일까 생각해 보았다.
지난 봄 성남 누비길 제5구간(동원동-하오고개)이 있었다.
집을 나서(13:30) 야탑에서(13:40) 전철로 미금역 이동(14:00).
미금역에서 내려 걸어가노라니
지난 주 전등을 고치다가 면돗날로
버힌 손끝이 아려와 언덕의 쑥을 뜯어 짓이겨 즙을 내어
바르니 금세 나은 듯하다.
(2) 동원동 들머리(14:30, +30=30분, +1.3=1.3km)
맨드라미 밭이 반겨주는 5구간 들머리를 지나니
약수터에 오르는 오솔길엔 어느덧 오후의 햇살이 드리워져 있다.
태양에서 튀어나온 미세한 알갱이가 쏟아져 내려
色이 바래가는 나뭇잎에 부딪혀 구르는 것 같다.
보봐스3거리를 지날 즈음 숲에 깔린 노랗게 물든
애기나리의 군락에 내리는 햇빛의 유희가 아름답다.
(3) 문래산(운재산, 15:00, +30분=60분, +2.1km=3.4km)
봄철 진한 향기를 뽐내던 쪽동백들도
서슬 퍼렇게 파르랗던 잎사귀의 녹색이 빠져내려
그의 오만과 자랑을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헤리티지3거리를 지날 즈음 고압선 철탑 아래 개활지,
푸르른 가을 창공아래 억새 군락이
잘 생긴 빗자루로 하늘의 구름을 청소 중이다.
(4) 안산(15:35, +35분=95분, +0.7km=4.1km)
안산으로 가는 길에도
내내 보아온 개옻나무가 쏟아져 내리는 햇살에
고운 연노란 잎사귀를 부챗살같이 펼치고
손뼉을 치며 반겨준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
그만큼 한적하여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기에 좋은 길이다.
(5) 태봉산(太峰山, 16:10, +35분=130분, +1.9km=6.0km)
표시 없는 안산을 지나니
대지산이란 표지판과 쉼터가 출현한다.
그리고 연이어 대장동3거리, 쇳골3거리가 나타나고
둔지봉(屯地峰)에 다다르니 중년의 부부가 쉼터에 계시다.
응달산, 태봉산, 동원동 방향의 3거리를 지나니
노랗게 물들어가는 박쥐들이 주렁주렁 매어달린 박쥐나무가 반겨준다.
그리고 산초나무, 오리나무, 산벚나무들도
여름철의 거센 바람과 폭우를 견디고
이 가을의 부드러운 바람과 햇볕에 온몸을 맡기며
생각을 한없이 비우는 듯 투명한 잎사귀가 예쁘기만 하다.
(6) 외국인학교(16:50, +40분=170분, +1.8km=7.8km)
태봉산을 내려와
몇 개의 소봉을 넘고 넘는 주변을 둘러보니
단풍나무는 계절을 부르듯 어느덧 빨간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다.
담쟁이도 마치 농게가 집게발을 치켜들어 물어버릴 기세로
샛빨간 단풍으로 숲의 바닥을 칠해버릴 태세다.
(7) 한국잡월드(17:10, +20분=190분, +1.4km=9.2km)
외국인학교 담장 옆
텃밭을 보니 키 큰 명아주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 말씀은
아들이 청려장을 만들어준다며 정성껏 키웠단다.
명아주도 잘 키우면 지팡이를 만들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큰 명아주는 처음 본다.
도로까지 내려와 버스를 타려 했으나 정거장이 안보여
경부고속국도 토끼굴을 지나 탄천 옆 잡월드까지 하산.
9.2km, 3시간여, 천천히, 사색하며, 가을볕을 즐기며...
배달9214/개천5915/단기4350/서기2017/10/19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애기나리 군락에 쏟아지는 햇살의 유희
2) 서슬퍼렇던 쪽동백도 파란 야망을 내려놓고 있었고...
3) 쏟아져 오는 햇살을 박수치며 반기는 개옻나무
4) 파란 하늘의 구름을 청소중인 억새 빗자루
5) 산초, 박쥐, 오리, 산벚나무들의 내려놓기
6) 해발 318m의 태봉산 정상에서 본 분당 신도시
7) 가을을 재촉하는 단풍나무와 담쟁이
8) 이렇게 큰 명아주는 처음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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