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05)정도전 삼봉집 제1권 / 부(賦) /양촌부(陽村賦)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17. 06:24

양촌부(陽村賦)

 

【안】 권근은 고려 말 옥사에 연좌되어 충주로 유배당했다. 양촌(陽村)에 살았기 때문에 인하여 호(號)를 삼았다. 이색(李穡)의 《양촌기(陽村記)》도 역시 이 부(賦)의 뜻[義]을 취하였다.

 

아 깊고 멀다 이 양이여 / 於穆惟陽

나라가 열리자면 꼭 먼저 내네1) / 有開必先

높은 것은 하늘 아닌가 / 莫高匪天

상위(象緯)2)가 여기 달리네 / 象緯是懸

깊은 것은 땅이 아닌가 / 莫深匪地

중연(重淵)3)에 잠겼다오 / 潛于重淵

만물이 하고 하지만 / 萬物林林

어디엔들 아니 그러리요 / 無適不然

때는 마침 봄ㆍ여름이라 / 時焉春夏

마음이 일고 꽃이 피네 / 生意發榮

오직 군자인 사람은 / 人惟君子

잡는 마음 강명하도다 / 秉心剛明

미묘한 한 생각에서 / 一念之微

측은히 싹이 텄다 / 惻然其萌

넓고 넓은 온 누리 / 四海之廣

평화로운 백성일레 / 熙熙者氓

잘게는 호망에 들고 / 細入毫芒

크게는 유형을 감싸서 / 包乎有形

섞어놓아도 벌어짐이 없다고 / 混兮無間

열어놓아도 다함이 없네 / 闢兮無窮

앞이라 해도 처음이 없고 / 前無其始

뒤라고 해도 마침이 없네 / 後無其終

누가 이를 주장했는가 / 孰主張是

도의 종지가 됨이로세 / 道爲之宗

뉘 그 묘리를 얻었는가 / 孰得其妙

양촌 권공이로세 / 陽村權公

널리 만수를 관찰하고 / 博觀萬殊

요약하여 일중에 이르렀네 / 約至一中

조심조심 이를 지키어 / 謹而守之

내 몸을 재계하네 / 齋戒吾身

멀지 않아 회복되어 / 不遠而復

그 끝이 면면히 잇네 / 其端綿綿

넓혀서 채워 감이 / 擴而充之

샘이 흐르듯 불이 타듯 / 泉達火燃

천하일도 하루에 하나 / 一日天下

남을 말미암지 않네4) / 而不由人

체 받자면 어찌하나 / 體之如何

건건(乾乾)5)만이 있을 따름 / 惟乾乾兮

 

[주1]열리자면 꼭 먼저 내네 : 《예기(禮記)》 공자한거(孔子閒居)에 “하고자 하는 바의 일이 장차 이르려면 반드시 먼저 징조가 있다[嗜欲將至 有開必先].”이라 하였는데 그 주에 ‘유개필선’이란 말은 “성인(聖人)이 왕천하(王天下)를 하고자 할 적에는 신(神)이 길을 열어 반드시 먼저 그를 위하여 어질고 지혜 있는 보좌를 미리 낳게 한다.” 하였다.

[주2]상위(象緯) : 일월(日月)과 오성(五星). 오성은 금성(金星)ㆍ목성(木星)ㆍ수성(水星)ㆍ화성(火星)ㆍ토성(土星).

[주3]중연(重淵) : 아주 깊은 곳을 이름. 심연(深淵)과 같은 말. 땅 밑에 구연(九淵)이 있다 해서 중연이라 칭한다.

[주4]천하 …… 말미암지 않네 : 《논어(論語)》 안연(顔淵)에, “하루에 극기복례(克己復禮) 하면 천하가 인(仁)에 돌아온다. 인을 함은 자기를 말미암지 남을 말미암을 것인가?[一日克己復禮天下歸仁焉 爲人由己而由人乎哉]” 하였다.

[주5]건건(乾乾) : 두려워하고 수성(修省)하는 뜻임. 《주역(周易)》 건괘(乾卦)에, “군자는 종일 건건한다[君子終日乾乾].”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