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07)정도전 삼봉집 제1권 / 부(賦) /매천부(梅川賦)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17. 06:27

매천부(梅川賦)

 

【안】 매천(梅川)은 진주(晉州)의 마을 이름인데 하유종(河有宗)이 사는 곳이다.

 

 

해는 경신년 / 歲在庚申

때는 겨울 섣달이라 / 時維季冬

천기는 냉랭하고 / 天氣凛洌

마른 나무 바람에 우네 / 枯木號風

삼봉자 나막신 신고 문을 나서니 / 三峯子躡屐出門

사방이 아득하네 / 四顧蒼茫

천지 가득 궁음인데 / 渺天地兮窮陰

갑자기 코끝에 맑은 향기로세 / 忽鼻端兮淸香

부딪혀도 보이지 않고 / 觸之而不見

찾자니 방법이 없네 / 尋之而無方

무슨 물건인지 알지를 못하니 / 悅未知爲何物

잊은 듯한 내 마음 한스럽네 / 恨予心兮若忘

이때 밤 눈 새로 개고 / 于時夜雪新霽

하얀 달은 빛을 흘리네 / 素月流光

맑고 얕은 시냇물을 건너서 / 渡川流之淸淺

지팡이를 끌며 서성대네 / 散予策兮彷徨

빙그레 웃고 만나니 / 粲然得之

딴 곳 아닌 개울가일레 / 于川之傍

누구냐고 묻고 싶어도 말이 없으니 / 欲誰何兮無言

마음도 순진할사 기색도 씩씩하고 / 羌意眞兮色莊

흰 치마 흰 저고리에 / 縞裙兮練袂

우의에 예상이네 / 羽衣兮霓裳

눈 같은 살결 미끄럽고 부드러워 / 雪肌兮綽約

옥 같은 얼굴 곱고도 날씬하여 / 玉貌兮輕盈

훨훨 날아 은하에 떠서 광한전(廣寒殿)을 거쳐 / 飄飄然若泛銀何而歷廣寒

상청(上淸)에서 뭇 신선과 어울리는 듯하다 / 挹羣僊於上淸也

한 소년이 있어 / 有一少年

거들대며 웃네 / 若嬉若噱

오직 모든 물건이란 / 曰惟羣物

끼리끼리 상종한다 / 各以類從

신선과 범인은 처지가 다르고 / 僊凡異處

청탁도 같지 않다 / 淸濁不同

대개 물의 지극히 조촐한 것은 눈이요 / 盖物之至潔者雪也

기의 지극히 맑은 것은 달이다 / 氣之至淸者月也

위아래에 틈이 없어 / 上下無間

담담한 한 빛이네 / 湛然一色

이는 조물주가 나의 기호를 후하게 한 것이며 / 此造物者之所以厚予嗜

내 스스로 멋지게 여기는 것이다 / 而予之所以自適也

어허 인간 세상 어디 있나 / 顧人世兮安在

바람과 해 동떨어져 몇 겁이던가 / 隔風日兮幾塵

인간의 열은 내 병이 될 수 없고 / 人間之熱不足以爲吾病兮

세속의 누로 내 진이 흔들리지 않는다 / 世俗之累不足以撓吾眞也

그대 어디에서 온 건가 / 子何自而來乎

삼봉자는 / 三峯子

부지중에 머리칼이 치솟아 올라 / 不覺聳動毛髮

깨끗이 눈을 닦고 보았네 / 灑然拭目而視之

마침내 호보와 함께 / 乃與浩甫

매천에 노니는 것이었네 / 遊於梅川

 

【안】 호보(浩甫)는 하유종(河有宗)의 자(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