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08)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관산월(關山月)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17. 06:28

관산월(關山月)

 

계묘년(1363) 봄에 공이 충주사록(忠州司錄)의 명을 받고 개경(開京)에 가서 살았었다. 이때에 나라의 사신이 원나라에 들어가면 한 사람도 돌아오는 일이 없었고, 민간에서는 모두 하는 말이 원나라가 충선왕(忠宣王)의 얼자(孽子)로 공민왕 대신 왕을 삼으려 한다고 했는데 과연 그러했다.

 

【안】 충선왕의 얼자는 바로 덕흥왕(德興王) 탑사첩목아(塔思帖木兒)이다.

 

한 조각 관산 달이 / 一片關山月

만리나 긴 하늘에 둥실 떠오네 / 長天萬里來

변방 바람 불어 멎질 않으니 / 塞風吹不盡

찬 그림자 짐짓 돌고도누나 / 冷影故徘徊

소무(蘇武)는 어느 때 돌아올는지1) / 蘇武何時返

이능(李陵2)) 역시 한번 가고 아니 온다오 / 李陵亦未廻

성기고 쓸쓸한 깃대 위의 흰 털3) / 蕭疎白旄節

망향대(望鄕臺)4)는 마냥 적막만 하다 / 寂寞望鄕臺

남으로 나는 기러기 없으랴만 / 豈無南飛雁

소식이 이다지도 요원한가 / 音信何遼哉

저 달을 쳐다보며 세 번 탄식하며 / 見月三歎息

머리를 긁으니 슬픔만 남아라 / 搔首有餘哀

 

[주1]소무(蘇武)는 어느 때 돌아올는지 : 소무는 한무제(漢武帝) 때에 중랑장(中郞將)으로서 흉노(匈奴)에게 사자(使者)로 갔다가 억류당하여 해상에 살면서 눈을 마시고 털방석을 뜯어 삼키는 등 갖은 고생을 겪다가 19년 만에 귀국하였다. 《漢書 卷54》

[주2]이능(李陵) : 한무제(漢武帝) 때 장수. 이광(李廣)의 손자. 기도위(騎都尉)로 보병 기병 5천 명을 거느리고 한 지대를 담당하며 흉노(匈奴)와 싸우다가 힘이 다하여 항복하였다.

[주3]깃대 위의 흰 털 : 소무가 해상에서 양을 치면서도 한나라의 절(節)을 들고 다녀 절의 흰 털이 다 빠졌다 한다.

[주4]망향대(望鄕臺) : 망향대는 본래 한성제(漢成帝) 때의 장군 왕궤(王潰)가 변방을 지키러 갔다가 왕망(王莽)이 찬역하자 궤(潰)가 호(胡)로 도망와서 부하들과 함께 대를 쌓아 거기에 올라 고향 있는 곳을 바라본 곳이다. 여기서는 이능의 처지가 그와 비슷하므로 원용(援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