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금강루에 제하다[題公州錦江樓]
정사년(1377) 7월에 공이 폄소(貶所)로부터 종편(從便)하여 삼봉(三峯)의 옛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24일에 이 누(樓)에 자면서 지은 것이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가태부가 글을 써 소상강물에 던지고 / 君不見賈傅投書湘水流
이 한림이 취중에 황학루 시 지은 것을 / 翰林醉賦黃鶴樓
생전의 곤궁쯤이야 근심할 게 무엇 있나 / 生前轗軻無足憂
빼어난 듯 늠름하게 천추에 비끼었네 / 逸意凛凛橫千秋
또 보지 못했나 병든 이 몸 삼 년을 남방에 갇혀 있다가 / 又不見病夫三年滯炎州
돌아오는 길에 또 금강 머리에 온 것을 / 歸來又到錦江頭
다만 강물이 유유히 흘러감을 볼 뿐 / 但見江水去悠悠
세월도 머물러 주지 않음을 어찌 알리 / 那知歲月亦不留
이 몸은 저 구름마냥 둥둥 떴으니 / 此身已與秋雲浮
공명이나 부귀 다시 무얼 구하리요 / 功名富貴復何求
오늘 느낌 옛날 생각 길게 한 번 탄식하니 / 感今思古一長吁
노랫소리 격렬하다 바람은 으시시한데, 어떤 본에는 열(列)이 열(冽)로 되어 있다. / 歌聲激烈風颼颼
갑자기 흰 갈매기 쌍쌍이 날아오네 / 忽有飛來雙白鷗
[주1]가태부가 …… 던지고 : 한(漢)나라의 가의(賈誼)가 일찍이 장사왕(長沙王)의 태부(太傅)를 지냈으므로 태부라 한다. 그가 상수(湘水)를 지나면서 굴원(屈原)을 조상하는 부(賦)를 지어 물에 던졌다.
[주2]이한림이 …… 것을 : 당(唐)나라 시인(詩人)이백(李白)이 일찍이 한림공봉(翰林供奉)이 되었으므로 한림이라 칭함. 그는 “나는 또 그대를 위해 황학루를 쳐부수겠다[我且爲君搥碎黃鶴樓].”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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