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음을 지어 포은ㆍ도은ㆍ호정 세 분 대인에게 바치다[落馬唫呈圃隱陶隱浩亭三位大人]
아침나절 말을 타고 도성을 나가니 / 朝來騎馬出都城
도성 한길이 숫돌같이 반듯하네 / 都城之路如砥平
사람을 만나도 읍 않고 말 않으며 / 逢人不揖亦不語
채찍 늘어뜨리고 고삐 놓아 말 가는 대로 갔네 / 垂鞭放轡隨意行
어깨는 치켜올리고 고개는 기울인 채 / 肩如山聳頭鶴側
부지중 시를 읊어 이따금 소리 나네 / 哦詩不覺時有聲
소루하고 게으름을 하늘이 놀리는 건지 / 天公似戲疎且懶
갑자기 넘어져서 내 얼굴을 상했다오 / 忽然健倒傷我形
아이들은 길을 막고 손뼉치며 웃어 대고 / 兒童攔街拍手笑
돌아와 열흘이 지나도 아직 편안치 않소 / 歸臥十日猶未寧
문 앞에 거마 없어 참새 그물 칠 만한데 / 門無車馬雀可羅
하물며 앉아서 공경 대관 만나다니 / 況得坐値公與卿
돌찜질 핑계삼아 간청을 물리치니 / 爲因砭灸息干謁
어린 종놈 겨를 생겨 땔나무에 손이 가네 / 僕童有暇及薪荊
그대는 보지 못했나 새상옹(塞上翁)을 / 君不見塞上翁
득실은 예로부터 화ㆍ복이 따르는 것 / 得失從來禍福幷
[주1]참새 그물 칠 만한데 : 한(漢)나라 하규(下邽) 사람인 책공(翟公)이 문제(文帝) 때에 정위(廷尉)가 되자 손님이 문을 메우더니, 파직되자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 문 앞에 참새 그물을 칠 수 있었다. 즉 한가하다는 뜻이다.
[주2]새상옹(塞上翁) : 새옹실마(塞翁失馬) 고사의 주인공. 《회남자(淮南子)》에 “새상(塞上)의 한 늙은이가 말을 잃었을 때 이웃 사람들이 위문하자, 말하기를 ‘복이 될지 어찌 알겠는가?’ 하였다. 그 후 그 말이 호준마(胡駿馬)를 거느리고 돌아오매 사람들이 축하하자, 늙은이는 ‘이것이 화가 될지 어찌 알겠는가?’ 하였다. 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다리를 상하매 사람들이 위문하자, 늙은이는 또 ‘복이 될지 어찌 알겠는가?’ 했다. 1년 후에 징병이 있었는데 그 아들은 다리를 절어 출정하지 않아 목숨을 보전하였다.” 한다.
'09 정도전 三峯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58)정도전 삼봉집 제1권 /칠언고시(七言古詩) /초수도에 제하다 경오 여름 [題樵叟圖 庚午夏 ] 중봉사록(重奉使錄) (0) | 2018.01.20 |
---|---|
57)정도전 삼봉집 제1권 /칠언고시(七言古詩) /제공의 시에 차운하다[次諸公韻] (0) | 2018.01.20 |
55)정도전 삼봉집 제1권 /칠언고시(七言古詩) /공주의 금강루에 제하다[題公州錦江樓] (0) | 2018.01.20 |
54)정도전 삼봉집 제1권 /칠언고시(七言古詩) /한가위 노래 을묘 [中秋歌 乙卯 ] 금남잡영(錦南雜詠) (0) | 2018.01.20 |
53)정도전 삼봉집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차운하여 우시중 상락백 좌하에 올리다[次韻拜獻右侍中上洛伯座下] (0) | 2018.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