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도인 시권에 쓰다[題古巖道人詩卷]
고암 도인은 예전 우리 선생 최병부의 아우이다. 내가 선생의 문하에 학업을 받을 적에 암은 아직 글을 읽었었다. 선생이 돌아가시자 암과 작별하고서 20여 년 만에 도은의 재실에서 만나보니 머리를 깎고 중이 되었으므로 한탄한 나머지 그의 시권(詩卷)에 다음과 같이 쓴다.
백씨는 사문의 빼어난 사람 / 伯氏斯文秀
교훈을 너와 함께 들었잖았나 / 微言共爾聞
이별의 이십 년을 지나고 보니 / 別來經歲紀
공문에 들어간 걸 어찌 알리오 / 那料入空門
옛을 사모하여 호를 고암이라니 / 慕古巖爲號
지금 세상 살면서도 떼에 끼질 않았네 / 居今世不羣
이제 가면 어느날 돌아올건가 / 此行何日返
인편이 있거들랑 물어나 주게 / 有便問溫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