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표덕설을 지어 올리는 전 임신 [撰進御諱表德說 壬申 ] 태조(太祖) 원년(1392).
신은 말씀드립니다. 금월 10일에 삼가 도승지 민여익(閔汝翼)이 왕지(王旨)를 전봉(傳奉)하였사온데, 그 내용은 신에게 표덕(表德)을 지어 올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신은 들으니, 당제(唐帝 제요(帝堯) 도당씨(陶唐氏)를 말함)가 요(堯)라 이름하고 그 호를 방훈(放勳)이라 했습니다. 우순(虞舜)이 중화(重華)라고 한 것이나 하우(夏禹)가 문명(文命)이라고 한 것이 모두 그 호입니다. 그런데 주(周)에 이르러서는 문화(文華)가 성하여, 이름이 있으면 자(字)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천자ㆍ제후가 모두 자를 모보(某甫 보는 남자의 미칭(美稱))라 짓고, 경ㆍ대부(卿大夫) 이하도 역시 그러했던 것입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어려서는 이름을 부르고 관례(冠禮)를 하면 자를 부릅니다. 이것은 어른과 어린이를 구별하여 성인(成人)의 도로 책임을 지우는 방법이었습니다.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즉위 초에 이름을 모(某 이태조의 이름은 단(旦)인데 휘하여 모(某)라 했음)라고 고쳐 천자에게 고하니 천자가 그를 받으시고, 종묘(宗廟)에 고하여 종묘가 그를 흠향하였습니다. 이름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실상이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금 사람들은 자를 ‘표덕’이라고 하는데 그는 실상을 덕스럽게 함을 뜻합니다. 전하의 성덕(盛德)은 하늘의 해와 같아서 소신(小臣)으로서는 감히 흉내도 못낼 것이옵니다만, 청천백일(靑天白日)은 눈이 있는 자는 다 볼 수 있는 것이므로, 신이 감히 어리석은 생각을 다하여 ‘군진(君晉)’이란 자를 올립니다.
신이 삼가 상고해 보건대, 일(日)자 밑에 일(一)을 더함은 (태조의 이름이 단(旦)자임) 해가 돋는 처음을 뜻하며, 진(晉 태조의 자인 군진의 진(晉)자를 가리킴)자는 밝게 떠오르는 것을 뜻합니다. 하늘에 해가 떠올라 그 광명이 넓게 비쳐서 음예(陰翳)가 흩어지고 만상(萬象)이 뚜렷해짐은, 곧 인군의 처음 정사가 맑고 밝아서 온갖 사악한 것은 다 없어지고 모든 법이 모두 새로워지는 것이오며, 하늘에 해가 떠오른 다음 그 밝음이 점점 더해짐은, 곧 인군이 처음 등극[踐祚]해서부터 천만대까지 전승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경》에 ‘해가 떠오르는 듯하다[如日之升].’고 한 것이 바로 이것이오니,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주아(周雅)의 격언을 체받으시어 매양 해를 법받으소서. 이 이름[名]을 따라 이 실상[實]을 가져오시면 못내 다행하겠습니다.
[주]표덕설 : 표덕(表德)이란 덕행(德行)을 표명(表明)한다는 말인데, 자(字)를 가리킴. 이는 《안씨가훈(安氏家訓)》에서 ‘자는 덕행을 표명한다[字以表德].’에서 나왔으며, 설이란 자를 그 글자로 짓는 이유를 해설하는 것이다.
撰進御諱表德說箋 壬申
臣言。今月十日。伏蒙都承旨臣閔汝翼傳奉王旨。令臣撰到表德投進。臣聞唐帝以堯爲名。其號曰放勳。虞舜之重華。夏禹之文命。皆其號也。至周文盛。有名則有字。天子諸侯皆字之曰某甫。卿大夫以下亦然。由是觀之。幼則名之。冠則字之。所以別長幼而責成人之道也。恭惟殿下卽位之初。更名某。告于天子則天子受之。告于宗廟則宗廟饗之。名之所在。實必從之。今人謂字曰表德。德其實也。盛德如天之日。非小臣所能摸擬。然靑天白日。有目者所共覩。臣敢竭愚慮。請以 君晉 爲獻。臣謹按。從日從一。日出之始也。晉。明升之義。天日之升。其明廣照而陰翳消釋。萬象昭然。卽人君初政之淸明。而群邪屛息。萬法俱新也。天日旣升。其明漸進。卽人君始自踐阼。傳于千萬世也。詩曰如日之升。是也。伏望殿下體周雅之格言。動法於日。循是名而致是實。不勝幸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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