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39)정도전 삼봉집 제3권/전(箋) /조선경국전을 지어 올리는 전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3. 18:45

조선경국전을 지어 올리는 전 갑술 [撰進朝鮮經國典箋 甲戌 ] 태조(太祖) 3년(1394).

 

분의좌명개국공신 보국숭록대부(奮義佐明開國功臣輔國崇祿大夫) 판삼사사동판도평의사사사 겸판상서사사 수문전태학사 지경연예문춘추관사 판의흥삼군부사 세자이사 봉화백(判三司事同判都評議使司事兼判尙瑞司事修文殿太學士知經筵藝文春秋館事判義興三軍府事世子貳師奉化伯) 신 정도전은 말씀드립니다.

삼가 도승지 신, 상경(尙敬)이 신을 위해서 구계(具啓)한 것을 받았사온데, 그는 신에게 《조선경국전》을 지어 올리라는 것이어서, 교서를 받들고 지어 올리는 것이옵니다. 이에 부명(符命)을 잡고 도참(圖讖)을 받아 비로소 홍휴(鴻休 개국)의 운수를 열었으니, 강기(綱紀)를 세우고 베풀어서 자손에 대한 계책을 해야 하므로, 주(周) 육관(六官)의 이름을 모방하여 조선 일대의 법전을 세우는 것입니다.

생각하옵건대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의 덕을 체받으시어 왕위를 인(仁)으로써 얻으셨습니다.

국호(國號)를 정하여 민심(民心)을 안정시키고, 세자[儲副]를 세워 나라의 근본을 견고히 하셨습니다. 세계(世系)로써 쌓이고 쌓인 경사(慶事)를 나타내셨고, 교서(敎書)로써 관대한 은혜를 내리셨습니다. 다스리는 방법은 상신(相臣)에게 책임지우시고, 세금[貞賦]은 실지로 공용(公用)에 쓰여졌습니다. 예(禮)와 악(樂)을 제정하시어 귀신과 사람을 화하게 하셨으며, 무사(武事)를 강론하고 병기를 수선하여 나라를 바르게 하셨습니다. 형벌로써 간사한 이를 꾸짖고 난폭한 짓을 막으며, 공(工)으로써는 한도와 분량을 알맞게 하셨으니, 이에서 창업(創業)하여 자손에게 이어 줌이 어려움을 보여, 충분한 준비로써 수성(守成 창업의 뒤를 이어받아 지킴)함을 오래도록 하신 것입니다. 마땅히 서책[汗簡]에 실어 명산(名山)에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신이 용졸한 자질로서 외람되게 전하의 지우(知遇)를 얻어, 저작(著作)의 자그마한 재주를 가지고 생성(生成)의 지극하신 은혜에 보답하려 합니다마는 그 성덕(盛德)과 풍공(豊功)은 진실로 다 기술하기 어려워서 대강(大綱)ㆍ소기(小紀)만을 모두 펴놓았습니다. 그리하여 《조선경국전》을 삼가 써서 전(箋)과 함께 올리오니, 바라옵건대 성자(聖慈)께옵서는 한가한 시간이 있으시면 관람해 주옵소서. 비록 성상의 밝은[緝熙] 학문에는 도움이 못되더라도 시정(施政)에 있어서는 조금은 취할 바가 있을 것입니다. 신은 지극히 격절하고 송구한 마음을 이길 수 없어 머리를 조아리며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撰進朝鮮經國典箋 甲戌

 

奮義佐命開國功臣,輔國崇祿大夫,判三司事,同判都評議使司事兼判尙瑞司事,修文殿大學士,知經筵藝文春秋館事,判義興三軍府事,世子貳師。奉化伯臣鄭道傳。臣言。伏承都承旨臣尙敬爲臣具啓。令臣投進所撰朝鮮經國典奉敎投進者。秉籙膺圖。肇啓鴻休之運。立經陳紀。以詒燕翼之謀。倣成周六官之名。建朝鮮一代之典。恭惟主上殿下體天之德。保位以仁。定國號以繫民心。立儲副以隆邦本。世系著積累之慶。敎書頒寬大之恩。謂治道責成於相臣。而貞賦實歸於公用。制禮作樂。以和神人。講武修兵。以正邦國。刑則詰姦而禁暴。工則謹度而課程。可見創業垂統之艱難。俾爲持盈守成之悠久。宜載汗簡。以藏名山。臣以庸疏。獲叨遭遇。庶將著作之末技。仰答生成之至恩。盛德豐功。固難備述。大綱小紀。悉皆鋪張。謹繕寫朝鮮經國典。隨菚以獻。伏望聖慈幸當燕閒。時賜觀覽。雖未助於緝煕之學。少有取於施設之宜。臣無任激切屛營之至。頓首頓首謹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