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공의 생남을 축하하는 시의 서 병진 [賀河公生子詩序 丙辰 ]
【안】 하공(河公) 을지(乙沚)의 아버지이다.
전라도 원수(元帥) 밀직(密直) 하공(河公)이 진(鎭)에 부임한 이듬해 봄에, 하공의 종사관(從事官) 박원빈(朴原賓)이 도전(道傳)에게 이르기를, ‘하공의 존대인(尊大人 남의 아버지를 일컫는 말)이 나이 18세에 하공을 낳아, 하공이 지금 장상(將相)의 위에 올랐는데도, 존대인께서는 강건하여 아무 병이 없이 현재 나이 76세인데 또 아들 동읍(同邑)을 낳았다. 그 때문에 재상 하공(河公 하원정 즙(河元正楫)을 이름)이 먼저 가시(歌詩)를 지어 그를 기념하였고 진주(晉州)의 선비들이 모두 그를 노래하였는데 그대는 알고 있는가?’ 하였다.
나는 생각하건대, 성덕군자(盛德君子)는 후한 덕을 몸에 쌓기만 하고 그 보답을 받아먹지 않은 연후라야, 자손이 번성하고 창대(昌大)하여 어질고 지능 있는 선비가 그 집안에 나서 임금을 만나면 도를 행하여 이 백성을 구제하는 것이므로 한 집안의 복이 온 국가의 복이 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옛날부터 사람에게 복을 축원할 때에는 반드시 그 자손이 번성할 것을 말했던 것이다. 《시경(詩經)》에서도, ‘효자는 끊어지지 않는다[孝子不匱].’ 하였고 또 ‘길이 복과 자손을 주리로다[永錫祚胤].’(두 시는 모두 《시경》 대아(大雅) 기취(旣醉)장에 있음) 하였으니, 이는 모두가 잘 되도록 염원하는 것이다.
하공의 존대인이 영화와 명예를 사모하지 아니하고 몸을 거두어 물러나와 자손을 교훈하여 그 교화가 향당(鄕黨)에까지 미쳤으니, 그는 덕을 후하게 저축만 하고 보답을 받아먹지 않은 것이며, 하공이 글을 읽어서 통유(通儒 박학하고 실천력이 있는 학자)가 되고, 과거에 응시하여 우뚝하게 여러 선비의 으뜸이 되었는데 서사(筮仕 초사(初仕)를 이름) 때부터 장상(將相)이 되기까지 중외(中外)를 출입하였지만 평탄한 때나 험한 때나 한결같은 절조를 가져 아름다운 명성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이는 비록 가정의 교훈에서 근본된 것이겠으나 역시 하늘이 성덕군자에게 보답하는 바일 것이다.
하늘은 하씨(河氏)에게 돈독하고 후하게 하는 마음을 진지하게 끊지 않아 또 늦게 어진 아들을 낳게 하여 자손이 무궁함을 보였으니, 나는 진주의 선비들이 한 번만 노래하지 않을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그 장상의 자리에 오르고 부귀를 누리는 것을 하늘이 이전에 베풀어 주었는데 어찌 후일에 인색할 리가 있겠느냐?
賀河公生子詩序 按河公。乙沚之大人。○丙辰
全羅道原帥密直河公赴鎭之明年春。其從事朴原賓言於道傳曰。公之尊大人年十八生公。公今位將相。而尊大人康強無恙。年七十六又生子。同邑故宰相河公 河元正楫 首爲歌詩以記。晉有文之士皆歌之。子豈知乎。予惟盛德君子。有厚積於躬。不食其報。然後子孫繁衍昌大。賢智之士。出於其家。得君行道。康濟斯民。能以一門之福。爲邦家之福也。故古之稱願於人者。必言其子孫之盛。詩曰。孝子不匱。又曰。永錫祚胤。是皆厚之道也。公之尊大人不慕榮名。斂身退歸。敎訓子孫。化及鄕黨。其有厚積而不食者歟。公讀書爲通儒。赴擧業。巍然魁多士。自筮仕以至于爲將相。出入中外。夷險一節。不失令聞。是雖本於家庭之訓。其亦天之所以報盛德者然歟。天於河氏。篤厚之心。拳拳不已。又晚生賢子。以示錫胤之無窮。吾知晉之文士不一歌也。其位將相享富貴。天以是施之於前。豈獨嗇之於後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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