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49)정도전 삼봉집 제3권/서(序) /조생의 부거를 전송하는 서[送趙生赴擧序]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3. 18:56

조생의 부거를 전송하는 서[送趙生赴擧序]

 

【안】 조생의 이름은 박(璞)이고 호는 우정(雨亭)이다.

 

생각하건대, 국가가 과거를 보여 선비를 뽑는 것은, 참다운 선비를 얻어서 지극한 정치를 이룩해 보자는 것이다. 국가에서 구하는 바가 매우 부지런하고 바라는 바가 심히 중한데, 과연 우뚝하게 뛰어나서 국가가 바라고 구하는 뜻을 저버리지 않을 자가 누구란 말인가?

이따금 묘당(廟堂)의 위에서 경세제민(經世濟民)을 하고, 천리 밖에서 적의 예봉(銳鋒)을 꺾어 사직(社稷)과 민생(民生)의 의지가 되는 자가 모두 과거를 경유하지 않고 나오기도 하지만, 저 유자(儒子)라고 호칭하는 자들은 헌 갓과 낡은 옷으로 조심조심 고개를 내밀었다 움츠렸다 하며 그저 관망만 하여 겨우 자기 몸이나 보호할 뿐이라면 비록 말단의 문서나 다루는 자리에 앉을지라도 오히려 의견도 발휘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눈을 부릅뜨고 담력을 내보이며 의연히 조정에 서서 정치하는 방법을 요리하기를 바랄 수가 있겠는가?

더욱이 부끄럼이 없는 자는 언어를 꾸미고 잔재주를 부리며, 요행을 바라 분주하여 이(利)가 있으면 가로채고 또 평상시에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하며 능하지 못한 것이 없는 듯하다가도 만약 일을 맡기게 되면 아득하여 할 바를 알지 못하는 자가 대부분인 것이다.

요즈음 현명한 임금과 어진 신하가 서로 만나서 이 폐단을 고치기로 하여, 그 중에 더욱 나쁜 자는 내치고 과목(科目)의 제도까지 경장(更張)하여 중외(中外)에 반포하여 어진 자와 능한 자를 등용하게 되자, 조생(趙生)이 하루아침에 기꺼이 일어나 과거를 보러 가게 되었으니 그의 뜻이 어찌 한갓 부귀만 취하고 그칠 따름이겠는가? 장차 그 배운 바를 행하려는 것이리라. 조생은 능히 국가의 뜻을 체득하여 전자의 잘못을 답습하지 말고 유자(儒者)의 공효(功效)를 세상에 명백하게 드러내게 하라. 그러면 도전이 살아서는 태평한 백성이 될 것이요 죽어서는 밝은 시대의 귀신이 될 것이니, 비록 남쪽 변방에서 폐치(廢置)된 채 죽는다 하더라도 한이 없을 것이다. 조생은 힘쓸지어다.

 

送趙生赴擧序 按趙生名璞。號雨亭。

 

恭惟國家設科取士。冀得眞儒。以臻至理。其所以求之者甚勤。而望之者甚重。果能挻出特立。以不負國家求望之意者。誰歟。往往經濟廟堂之上。折衝千里之外。以爲社稷生民之賴者。皆不由科目而出。彼號爲儒者。敝冠羸服。恐恐焉延縮觀望。僅足以圖保其身。雖在錐刀文墨之間。猶不能展布。況望其明目張膽。毅然立於朝。以爲理道之輕重哉。其無恥者則飾言語逞末技。僥倖奔走。橫取利祿。又有在平居之時。高談闊論。無所不至。若付之以事。則茫然不知所爲者皆是。今明良相遇。思革此弊。罷黜其尤無良。至取科目之制而更張之。深敎中外。擧其賢者能者。而生一朝裒然而起。計偕以進。其意豈徒曰取富貴而止耳。蓋將以行其所學也。生能體國家之意。無蹈前失。使儒者之效白於世。則道傳生爲太平之民。沒爲明時之鬼。雖廢死南荒。無恨也。生勉之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