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진무에게 주는 시의 서[贈任鎭撫詩序]
【안】 임 진무의 이름은 성(誠)으로 산동(山東) 사람이니, 곧 요동 호송장(遼東護送將)이다. 그는 신우(辛禑)기미년(1379)에, 포로가 되었던 사람[元軍]과 도망병을 찾으려고 우리 나라에 왔었다.
천하에 존재해 있는 도(道)는 일찍이 하루도 없는 날이 없었다. 그런데 이른바 기(氣)란 것은 맑고 흐리고 성하고 쇠한 구별이 있어서, 세도(世道)에는 치(治)와 난(亂)이 있고 인품(人品)에는 성(聖)과 우(愚)가 있으며, 도가 사람에 의탁한 것 또한 어둡고 밝고 끊어지고 이어지는 때가 있는 것이다.
이 우주가 있은 이후로, 우(虞)ㆍ하(夏)ㆍ상(商)ㆍ주(周)의 세도가 있으니, 여기에 기(夔)ㆍ고요(皐陶)ㆍ직(稷)ㆍ설(契)ㆍ이윤(伊尹)ㆍ부열(傅說)ㆍ주공(周公)ㆍ소공(召公)과 같은 인물이 있어서 도가 행하게 된 것이요, 한(漢)ㆍ당(唐)의 세도가 있었고, 이에 소하(蕭何)ㆍ조참(曹參)ㆍ방현령(房玄齡)ㆍ두여회(杜如晦) 같은 인물이 있어서 도가 겨우 보전하게 된 것이다. 기타의 진(秦)ㆍ진(晉) 및 수(隋)는 혹은 간사한 계책을, 혹은 정벌(征伐)을 일삼았으며, 남북조(南北朝)의 할거(割據)와 오계(五季)의 분열은 난리의 극치였으니 세도와 인재는 진실로 논할 나위조차 없었던 것이다.
송(宋)나라가 천명을 받자 오성(五星)이 규(奎 문운을 맡은 별이름)의 방위에 모여, 세도가 문명(文明)의 운을 회복하고 인재는 도덕의 종(宗)이 나오게 되어, 이 도가 밝기를 해와 별이 중천에서 빛나는 것 같았는데, 무슨 까닭으로 기(氣)의 맑은 것이 탁(濁)하지 않을 수 없고 성(盛)한 것이 쇠(衰)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루 아침에 이류(異類 여기서는 원을 가리킴)가 중국에 들어와 백여 년 동안을 웅거하였다는 말인가? 이 역시 우주간의 세도에 크나큰 변괴였던 것이다.
천심(天心)을 기다려 진주(眞主 여기서는 명태조(明太祖)를 가리킴)가 일어나 하늘의 명령을 받들고 죄인(원나라)을 쳐서, 위(位)를 바루고 체제를 세워 천하의 이목을 새롭게 하였다. 그래서 중원의 분(憤)을 풀고 역대 제왕의 수치를 씻었으니, 공이 지극히 크고 덕이 지극히 성하다 하겠으며, 그것은 앉아서 계책을 논하는 자나 서서 활동하는 자나 모두가 명세(命世)의 덕이며 왕좌(王佐)의 인물이었다.
이제 요동(遼東)의 일로(一路)를 보면, 우리 나라와 국경이 서로 접하고 있어서 세시(歲時)에 왕래하는 사람이 그곳을 경유하게 된다. 지금 도전(道傳)도 재상 정평리(鄭評理 정몽주 鄭夢周)를 따라서 표문(表文)을 받들고 천수성절(天壽聖節)을 경축하러 가는 길에 요동을 들르게 되어 총병관(摠兵官)을 뵈었는데, 그 넓은 도량과 위대한 인격은 또한 당세의 방숙(方叔)이요, 소호(召虎)였다. 물러나와 그의 막빈(幕賓)을 보니, 술자리에서 책략(策略)을 세우고[借籌], 유악(帷幄) 가운데서 격문(檄文)을 초(草)하여 천리 밖에서 적을 꺾으니, 진실로 많은 선비 중에 뽑힌 분들이었으며, 그 중에도 진무(鎭撫) 임 선생(任先生)은 늘 군중[軍旅]에 있으면서도 강학(講學)을 폐하지 않아서 더구나 염락(濂洛)의 성명학(性命學)에 깊어서 그 뜻이 담박하고 그 행실이 순결하였으니 일세의 고사(高士)였다.
이로 보면 명(明)나라의 인재(人才)ㆍ세도(世道)는 한ㆍ당(漢唐)의 인재와 세도만도 아니요, 바로 우(虞)ㆍ하(夏)ㆍ상(商)ㆍ주(周)의 인재와 세도인 것이다.
사람에 의탁하고 있는 도는 극도로 어두우면 밝아지고 끊어진 지 오래면 다시 이어지니, 여기에서 이른바 도는 천하에 존재하여 일찍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겠다.
지금 임 선생이 서리와 이슬을 맞으며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멀리 압록강까지 호송을 나와 종일토록 나란히 말을 타고서 정담도 나누고 학문도 강론하여, 길이 멀고 행역(行役)이 고달픈 것도 몰랐으니 은혜를 받은 바가 많다고 하겠다. 이별에 임하여 서언(序言)하는 것은, 역시 안회(顔回)와 자로(子路)가 서로 증언(贈言)과 처신(處身)을 청하던 의이다.
명나라가 중국을 잘 다스려 / 皇明撫中夏
그 성교가 사이에 미쳤네 / 聲敎曁四夷
많은 선비 구름처럼 따라서 / 多士如雲從
그 도움에 육룡이 날았네 / 翼以六龍飛
아름다워라! 임 부자는 / 翩翩任夫子
호학이 본래의 천품일세 / 好學本天資
요동의 총병사를 돕는데 / 佐此遼東幕
책략 어이 그리 신기한가 / 畫策何其奇
나는 광간한 자인데 / 顧我亦狂簡
한 번 보고 지기를 허하셨네 / 一見許相知
길이 멀다 사양 않고서 / 不辭道里遠
압록강까지 전송하였네 / 來送鴨江湄
날씨 차고 북풍은 드센데 / 天寒朔風急
눈 쌓여 누른 풀 쇠하였네 / 雪深黃草衰
다정하게 말 위에서 하신 말씀이 / 款款馬上語
행역의 고달픔도 모르게 했네 / 不知行役勞
나에게 준 한 마디 말이 / 我有一言贈
진중해 서로 어길 수 없네 / 珍重莫相違
서로가 영명을 높여서 / 相與崇令名
원대한 것을 기약하세 / 遠大以爲期
贈任鎭撫詩序 甲子○按任鎭撫名誠。山東人。卽遼東護送將。辛禑己未。來索被虜人及逃軍。
道之在天下者。未嘗一日而亡也。而所謂氣者。有淸濁盛衰之判。故世道有治亂。人材有聖愚。而道之託於人者。亦有晦明絶續之時也。宇宙以來。有虞,夏,商,周之世道。斯有夔,皐,稷,契,伊,傅,周,召之人材。道之所以行也。有漢唐之世道。斯有蕭,曹,房,杜之人材。道之所以僅存也。其他秦,晉及隋。或以詐謀。或以征誅。南北朝之割據。五季之分裂。亂之極也。世道人材。固未暇論也。及宋受命。五星集奎。世道復文明之運。人材出道德之宗。斯道之明。如日星之昭晢於中天。奈之何氣之淸者不得不濁。盛者不得不衰。一朝異類入據中國者百有餘年。亦宇宙間世道之一大變也。天心有待。眞主作興。奉辭伐罪。正位居體。以滌新天下之耳目。攄華夏憤。雪百王之恥。功至大也。德至盛也。其坐而論思。作而奔走。皆命世之德。王佐之才。今以遼東一路觀之。與小邦境壤相接。歲時行李。往來由之。今道傳從宰相鄭評理。奉表賀天壽聖節。路過遼東。得謁摠兵官。其宏量偉器。亦今世之方叔,召虎也。退見賓客。借籌尊俎之間。草檄帷幄之中。以折衝千里之外。固多士之選。而鎭撫任先生常在軍旅。不廢講學。尤邃於濂,洛性命之學。其雅意澹泊。志行純潔。一代之高士也。由此觀之。有明之人才世道。非漢,唐之人才世道。乃虞,夏,商,周之人才世道也。道之託於人者。晦之甚而復明。絶之久而復續。所謂在天下未嘗亡者。於此可見。今者蒙犯霜露。跋涉山川。遠送于鴨江之上。終日竝轡。笑語諧適。講論至切。不知道里之遠。行役之勞。受賜多矣。臨別序言。亦回路贈與處之義也。詩曰。
皇明撫中夏。聲敎曁四夷。多士如雲從。翼以六龍飛。翩翩任夫子。好學本天資。佐此遼東幕。畫策何其奇。顧我亦狂簡。一見許相知。不辭道里遠。來送鴨江湄。天寒朔風急。雪深黃草衰。疑疑馬上語。不知行役疲。我有一言贈。珍重莫相違。相與崇令名。遠大以爲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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