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59)정도전 삼봉집 제4권 / 기(記) /석정기(石亭記)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4. 06:32

석정기(石亭記) 이하 2수는 금남잡제(錦南雜題)임.

 

 

 

신공 창보(申公昌父)는 기개가 특출한 사람으로 절조가 확고하여 빼앗지 못할 것이 있다. 일찍이 조정에 벼슬하여 높은 지위에 있었는데 끝내 강직하고 굴하지 않아 권신(權臣)에게 미움을 받아 곧 물러나 시골로 돌아왔다.

그의 성품이 돌을 사랑하여 밖에 나갔다가 조금 이상한 돌을 보게 되면 문득 집으로 가져왔는데, 큰 것은 수레에 싣고 그 다음 것은 말에 싣고, 또 그 다음 것은 종에게 지우고 오거나 혹은 겨드랑이에 끼고 와서, 무릇 힘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버려두지를 않았다.

모난 돌ㆍ뾰족한 돌ㆍ넓적한 돌ㆍ길쭉한 돌들이 꾸불꾸불 놓여 있고, 이리저리 섞여 있어 단정하고 확실하고, 청수하고 의젓하기가 덕 있는 군자의 모습 같은 것도 있으며, 기기괴괴하여 산림연하(山林烟霞) 속의 선비와 같은 것, 악악(諤諤 바른말하는 모습)ㆍ익익(翼翼 공경하고 삼가는 모양)하여 충신이 안색을 바로하고 조정에서 이해(利害)를 논란하는 것과 같은 것도 있다. 그 밖에도 우뚝하고 가팔라 성난 표범 모습 같은 것, 뛰고 오르고 떨어져서 양떼가 장난하는 모습 같은 것,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꼬리가 붙어서 물고기가 떼를 이룬 것 같은 것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이루 다 적기가 어렵다.

공은 이런 것들을 모아 놓고 정자 이름을 석정(石亭)이라 했다. 그리고 날마다 그 사이에서 노니는데, 여름 바람이 맑은 것을 불어 주고 가을 달이 맑은 빛을 더해 주고, 화초가 더 곱고 서리와 눈이 더욱 찬 것은 모두가 돌이 도와서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이 돌을 즐기는 것만을 알고 돌을 좋아하는 까닭은 알지 못한다.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지조가 돌보다 굳은지라, 기미 보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을 것이니 정(貞)하고 길(吉)하니라.’ 하였다. 공의 지조가 확고하여 빼앗을 수 없는 것과 권세에 굴하지 않는 것은 그 절조가 돌보다 굳은 것일까? 바로 시골로 물러간 것은 기미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본 것일까? 도(道)로써 스스로 즐기어 뜻밖의 예측하지 못한 화가 없으니 그는 정하고 길한 것인가? 아마 공의 즐거움이 여기서 나온 것이리라. 그래서 이는 적어둘 만한 일이다.

 

 

 

石亭記 以下二首錦南雜題

 

申公昌父。介特人也。其守有確然不可奪者。嘗位於朝。旣顯矣。終以剛直不屈。見忤權臣。卽引退歸田里。性愛石。出外遇石稍異者。輒致之家。大者車載之。其次馬馱之。又其次。使僕負之或腋之。凡力可以致者。無遺焉。方者銳者博者狹者。棄擲邐迤。縱橫交錯。有端重確實。淸秀瓌偉。如君子之德容者。奇奇怪怪。如山林煙霞之士者。諤諤翼翼。如忠臣正色立朝。論難利害者。其他㠂岈突怒。如虎豹之拏者。跳踉騰倒。如群羊戲觸者。瑣瑣屑屑。交首接尾。如魚兒成隊者。若此之類。難可殫記。公合而名其亭曰石亭。日磅礴於其中。夏風扇淸。秋月澄耀。花草增妍。霜雪愈寒。皆石之助也。然人徒知公之樂乎石。而不知石之所以爲樂也。易曰。介于石。不終日。貞吉。公之守有確然不可奪者。不屈權勢。其介于石歟。卽引退歸田里。其不終日歟。以道自樂。無意外不測之禍。其貞吉歟。或者公之樂。其出於此乎。是可記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