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57)정도전 삼봉집 제3권/서(序) /도은문집 서 무진 (陶隱文集序 戊辰)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4. 06:28

도은문집 서 무진 (陶隱文集序 戊辰 )

 

일월ㆍ성신(日月星辰)은 하늘의 문[天之文]이고 산천ㆍ초목(山川草木)은 땅의 문[地之文]이며, 시서ㆍ예악(詩書禮樂)은 사람의 문[人之文]이다. 그러나 하늘의 문은 기(氣)로써 되고 땅의 문은 형(形)으로써 되지마는 사람의 문은 도(道)로써 이룩되는 까닭에, 문(文)을 ‘도를 싣는 그릇이다[載道之器].’라고 하니, 그는 인문(人文)을 말하는 것이다. 그 도(道)만 얻게 되면 시서ㆍ예악의 가르침이 천하에 밝아서 삼광(일(日)ㆍ월(月)ㆍ성(星)을 말함)이 순조롭게 행하고 만물이 골고루 다스려지므로, 문의 극치는 여기에 이르러야 이룩되는 것이다.

선비가 천지의 사이에 나서 빼어난 기운을 받아 문장으로 그를 나타내는데, 혹은 천자의 뜰에서 드날리고 혹은 제후의 나라에서 벼슬을 한다. 윤길보(尹吉甫) 같은 이는 주나라에서 목여(穆如)의 아(雅)를 짓고, 사극(史克)은 노(魯)나라에서 역시 무사(無邪)의 송(頌)을 지었으며, 춘추(春秋)시대에 이르러서도 열국(列國) 대부들이 조빙(朝聘)하고 왕래하면서 알맞는 시를 지어 물(物)을 감상하고 뜻을 붙였으니, 저 진(晉)의 숙향(叔向)이나 정(鄭)의 자산(子産) 같은 자가 역시 높게 평가될 만하고 한(漢)의 전성기에 이르러서는 동중서(董仲舒)ㆍ가의(賈誼) 같은 무리들이 책(策)과 상소를 올려 하늘과 사람의 온축(蘊畜)을 밝히고 치안(治安)의 요령을 논하였으며, 매승(枚乘)과 사마상여(司馬相如) 같은 이는, 제후의 나라에 노닐며 영풍(英風)을 떨치고 조화(藻華)를 거둬 잡아 성정(性情)을 읊어서 문장의 덕(德)을 아름답게 하였다.

우리 나라는 비록 바다 밖에 있으나 대대로 중국의 풍속을 사모하여 문학하는 선비가 전후로 끊어지지 않았다. 고구려에는 을지문덕(乙支文德), 신라에는 최치원(崔致遠), 본조(本朝)에 들어와서는 시중(侍中) 김부식(金富軾)ㆍ학사(學士) 이규보(李奎報) 같은 이들이 우뚝한 존재이었고, 근세에 와서도 대유(大儒)로서 계림(鷄林)의 익재(益齋) 이공(李公)같은 이는 비로소 고문(古文)의 학을 제창했는데, 한산(韓山) 가정(稼亭) 이공(李公 이곡(李穀))과 경산(京山) 초은(樵隱) 이공(李公 이인복(李仁復))이 그를 따라 화답하였다. 그리고 목은(牧隱) 이 선생은 일찍이 가정의 교훈을 이어받고 북으로 중원에 유학하여 올바른 사우(師友)와 연원(淵源)을 얻어 성명(性命)ㆍ도덕의 학설을 궁구한 뒤에 귀국하여 여러 선비들을 맞아다가 가르쳤다.

그래서 그를 보고 흥기한 이가 많았으니, 오천(烏川) 정공 달가(鄭公達可 정몽주(鄭夢周)ㆍ경산(京山) 이공 자안(李公子安 이숭인(李崇仁))ㆍ반양(潘陽) 박공 상충(朴公尙衷)ㆍ밀양(密陽) 박공 자허(朴公子虛 박의중(朴宜中))ㆍ영가(永嘉) 김공 경지(金公敬之 김구용(金九容))와 권공 가원(權公可遠 권근(權近))ㆍ무송(茂松) 윤공 소종(尹公紹宗)들이며, 비록 나같이 불초한 자로도 또한 그분들의 대열에 끼이게 되었다.

그 중에 자안(子安)씨는 정심(精深)하고 명쾌한 것이 여러분들을 압도하였으니, 그는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 조용히 해득하고 마음으로 통하여 두 번 묻지 아니하였고, 그 홀로 깨달은 것에 있어서는 사람의 의사 밖에 뛰어났으며, 모든 서책을 널리 읽었는데도 한 번 본 것은 문득 기억하였다. 그리고 그가 저술한 몇 책의 시와 문은, 《시경》의 흥비(興比)와 《서경》의 전모(典謨)를 근본으로 했고, 그 쌓인 화순(和順)이나 발로되는 영화(英華)는 모두가 예악(禮樂)에서 나왔으니, 도(道)를 깊게 안 자가 아니면 그럴 수 있겠는가?

명나라가 천명(天命)을 받아 황제가 천하를 차지하자 덕을 닦고 무(武)를 지양하여 문궤(文軌)를 같이하여, 예(禮)를 제정하고 악(樂)을 만들어 인문(人文)을 좋게 형성하여 천지를 순서 있고 바르게 다스리게 된 그때를 당하여 우리 나라의 사대(事大) 문자가 대부분 자안씨에게서 나왔는데, 천자는 그를 보고 아름답게 여겨 이르기를, ‘표(表)의 사연이 진실되고 간절하다.’고 하였다.

지금에 그는 세시(歲時)의 인사를 닦기 위하여 요동(遼東)ㆍ심양(瀋陽)을 지나고 제ㆍ노(齊魯)를 거치고 세차게 흐르는 황하(黃河)를 건너서 천자의 조정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그 관감(觀感)하여 얻을 것이 어떻다 하겠느냐? 아아! 계찰(季札)이 노(魯)에 가서 주(周)의 악(樂)을 구경하고 그 덕이 성대한 것을 능히 알았거늘, 자안씨의 이번 길은 마침 제작(制作)의 가장 전성기(명(明)을 지칭함)를 당하였으니, 장차 보고 느낀 바를 나타내서 공덕을 기술하면 명(明)의 아송(雅頌)이 되어, 윤길보(尹吉甫)를 뒤따라도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자안씨가 돌아와서 그를 나에게 보여 준다면 마땅히 제목을 ‘관광집(觀光集)’이라고 붙이겠다.

 

 

陶隱文集序 戊辰十月

 

日月星辰。天之文也。山川草木。地之文也。詩書禮樂。人之文也。然天以氣。地以形。而人則以道。故曰文者。載道之器。言人文也得其道。詩書禮樂之敎。明於天下。順三光之行。理萬物之宜。文之盛至此極矣。士生天地間。鍾其秀氣。發爲文章。或揚于天子之庭。或仕于諸侯之國。如尹吉甫在周。賦穆如之雅。史克在魯。亦能陳無邪之頌。至於春秋列國大夫。朝聘往來。能賦稱詩。感物喩志。若晉之叔向。鄭之子產。亦可尙已。及漢盛時。董仲舒,賈誼之徒出。對策獻書。明天人之蘊。論治安之要。而枚乘,相如。遊於諸侯。咸能振英摛藻。吟詠性情。以懿文德。吾東方雖在海外。世慕華風。文學之儒。前後相望。在高句麗曰乙支文德。在新羅曰崔致遠。入本朝曰金侍中富軾,李學士奎報。其尤者也。近世大儒。有若雞林益齋李公。始以古文之學倡焉。韓山稼亭李公,京山樵隱李公。從而和之。今牧隱李先生早承家庭之訓。北學中原。得師友淵源之正。窮性命道德之說。旣東還。延引諸生。見而興起者。烏川鄭公達可,京山李公子安,潘陽朴公尙衷,密陽朴公子虛,永嘉金公敬之,權公可遠,茂松尹公紹宗。雖以予之不肖。亦獲側於數君子之列。子安氏精深明快。度越諸子。其聞先生之說。默識心通。不煩再請。至其所獨得。超出人意表。博極群書。一覽輒記。所著述詩文若干篇。本於詩之興比。書之典謨。其和順之積。英華之發。又皆自禮樂中來。非深於道者。能之乎。皇明受命。帝有天下。修德偃武。文軌畢同。其制禮作樂。化成人文以經緯天地。此其時也。王國事大之文。大抵出子安氏。天子嘉之曰。表辭誠切。今玆修歲時之事。渡遼瀋經 一本作逕 齊魯。涉黃河奔放。入天子之朝。其所得於觀感者爲如何哉。嗚呼。季札適魯觀周樂。尙能知其德之盛。子安氏此行。適當制作之盛際。將有以發其所觀感者。記功述德。爲明雅頌。以追于尹吉甫無愧矣。子安氏歸也。持以示予。則當題曰觀光集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