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63)정도전 삼봉집 제4권 / 기(記) /군자정기(君子亭記)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4. 06:40

군자정기(君子亭記)

 

우리 무리 중에 높은 벼슬을 한 자가 있다. 그는 풍채가 우뚝하게 빼어나고 지조가 높음이 보통이 아니어서 군자다운 인품이 있었다.

그가 하루는 소나무 밑에 새 정자를 짓고서 제공들을 맞아다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나에게 정자의 이름을 청하므로 나는 소나무를 가리키며 이르기를, ‘저 소나무의 푸른 수염과 굽은 모양은 덕 있는 군자의 모습이다. 추운 겨울날에 바람에 날리고 눈에 쓸려 초목이 다 꺾어지는데도 우뚝 서서 나중에 시들며, 한여름 무더위에 돌이 녹고 금이 흘러내려 모든 생물이 시들어도 울창하고 변하지 않으니 군자가 그 절개를 굳게 지켜 빈천에도 변하지 않으며 위무(威武)에도 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 정자 이름을 군자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대개 옛사람은 초목을 사랑하는데 각각 자기 천성에 가까운 것으로 하였다. 영균(靈均 굴원(屈源)의 자)은 강개(慷慨)한 선비였기 때문에 난초의 향기롭고 고결한 것을 취하였으며, 정절(靖節 도연명(陶淵明))은 고요하게 숨은 선비였기 때문에 국화의 은일(隱逸)함을 취하였던 것이다.

이로써 공의 사랑하는 것을 보건대 그 속에 지니고 있는 바를 알 만한 것이다. 그리고 이 정자에 오른 사람들 중에 과연 뇌락(磊落 뜻이 커서 작은 일에 구애하지 않는 모양)함이 있고 현 세상과 구차하게 영합하려 않는 것이 있으며 확연하게 중심을 가지고 세속에 따라 변하지 않는 자가 있을 것이니, 그렇다면 이 정자의 즐거움이 어찌 공 혼자만의 소유가 될 것인가? 마땅히 제공ä과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하니 제공이 ‘옳다.’고 하기에, 이에 쓴다.

 

 

君子亭記

吾黨有達官者。其風儀挺然而秀發。志操卓爾而不群。君子人也。一日。開新亭于松樹之下。邀諸公而觴之。請予亭名。予指松而語之曰。彼其蒼然其髥。傴然其形。則君子之德容也。窮冬沍寒。風饕雪虐。衆卉摧折。而亭亭後凋。盛夏炎熱。石鑠金流。生物憔悴。而鬱鬱不變。是則君子固守其節。不爲貧賤之所能移。威武之所能屈也。請名是亭曰君子可乎。大抵古人之於草木。愛之各以其性之所近。靈均慷慨之士。故取蘭之香潔。靖節恬退之士。故取菊之隱逸。以是觀公之所愛。則其中之所存。蓋可知矣。抑登是亭者。果有磊磊落落。不苟合於時世者乎。確然自持。不受變於流俗者乎。則此亭之樂。豈公之所獨有。當與諸公共之矣。諸公曰諾。於是乎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