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정기 을해 (二樂亭記 乙亥 ) 태조 4년
전하께서 한양에 도읍을 정하신 이듬해에, 친한 신하를 나누어 보내서 주군(州郡)을 다스리게 했다. 이는 대개 군민(軍民)을 중히 여겨서이다. 종맹(宗盟 종묘 앞에서 맺은 맹세, 또는 그 사람)인 문하 좌정승 평양백(平壤伯 조준(趙浚))과 문하 우정승 상락백(上洛伯 김사형(金士衡))이 여러 동맹한 이들과 같이 새 서울 남쪽에서 그들을 전송했는데, 이른바 이요정(二樂亭)이란 정자에 오르게 되었다.
떠나는 이는 나라 일에 생각이 미쳐서 사방을 경영하는 생각이 간절했으며, 보내는 사람은 사명(使命)의 중한 것을 권면하여 정녕하게 주는 마음이 또한 간절하였다. 그러나 서로가 아쉬워하고 이별을 아끼는 정과 강산을 감상하는 흥이 함께 얽혀 느껴지니, 자연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둘 수가 없는 말이 있었다. 그리하여 나에게 기문(記文)을 위촉하였다.
나는 이르기를, 이요정(二樂亭)이란 곧 의안백(義安伯 이화(李和))의 별장으로 산봉우리가 우뚝하게 한강 가운데에 서 있는데, 그 위에 정자를 지어 노니는 장소로 삼았다. 여러 산들은 단정하고 묵중하여 어진 자가 고요함으로써 스스로를 지키는 것 같으며, 강물은 길게 흘러서 지혜 있는 자가 움직여도 구속이 없는 것 같으니 군자가 즐길 만한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구름과 연기가 들판 밖에 가리어 있고 갈매기가 모래밭을 오르내리며, 나무숲은 우거지고 맑은 바람이 스스로 불어오니, 그 아름다운 풍경이야말로 지극하다 하겠다.
의안백(義安伯)은 왕실의 귀공자로서 산수간에 놀기를 좋아하니 역시 어진 인물이라 하겠다. 그런데도 제공들은 국가가 초창기여서, 모든 일이 한가롭지 못하다 하여 염려하고 애쓰느라 이러한 광경을 즐길 겨를이 없었다. 옛날 범 문정공(范文正公 범중엄(范仲淹))이 악양루(岳陽樓)에 올라 탄식하기를, ‘선비는 마땅히 천하의 근심을 앞서서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에 뒤져서 즐겨야 할 것이다.’고 하였는데 나는 이 말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내가 또한 제공들에게 기대하는 것도 왕실에 힘써서 백성을 안정시키고, 공을 이룬 다음 벼슬을 사퇴하고 물러나 음식과 행장을 가지고 이 정자 위에 올라, 심지(心志)의 오락을 마음대로 하고 강산의 경개를 마음껏 즐기면 될 것이다. 그때 다시 제공을 위해 시를 지을까 한다.
二樂亭記 乙亥
殿下定都之明年。分命親臣。往治州郡。蓋以軍民爲重也。宗盟門下左政丞平壤伯,門下右政丞上洛伯與諸同盟餞之于新都之南。登所謂二樂亭。行者念及王事之靡盬。其經營四方之志爲如何。居者勉之以使命之重。其丁寧相贈之意又如何。而眷戀惜別之情。江山臨眺之興。交相感矣。則其敍言也有不能自已者。於是。屬予爲文記之。予曰。二樂亭乃義安伯別墅也。有峯屹然立于漢江之中。構亭其上。以爲遊觀之所。諸山端重。如仁者以靜自守。江水通注。如智者動而不括。宜君子之所當樂也。至若雲煙掩曖於原野之外。鷗鳥上下於沙洲之際。樹木陰翳。淸風自至。景物之美至矣。伯以王室介弟。寄興山水間。亦賢矣哉。雖然。諸公當草創之時。庶事未遑。憂勞盡瘁。且不睱於樂矣。昔范文正公登岳陽樓歎曰。先天下之憂而憂。後天下之樂而樂。我思古人。實獲我心。予亦以爲待諸公戮力王室。底定生民。功成謝事。然後尊俎杖屨。翺翔於此亭之上。恣心志之娛樂。極江山之形勝。更爲諸公賦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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