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66)정도전 삼봉집 제4권 / 기(記) /강녕전(康寧殿)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4. 06:43

강녕전(康寧殿)

 

신은 상고하건대, 홍범(洪範) 아홉째 오복(五福)에서 셋째가 강녕(康寧)이었습니다. 대개 인군이 마음을 바루고 덕을 닦아 대중지정(大中至正)한 도를 세우면 오복(五福)을 누릴 수가 있으며, 강녕은 곧 그 오복의 하나인데 그 중에서 강녕만 든 것은 그를 들면 나머지(수(壽)ㆍ부(富)ㆍ유호덕(攸好德)ㆍ고종명(考終命))는 모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바루고 덕을 닦는 일은 여러 사람이 다 보는 데서는 애써 실천하지만, 한가하고 혼자 있을 때는 쉽게 안일에 빠져서 경계하는 뜻이 매양 게으르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을 바로잡지 못하는 바가 있고 덕이 닦여지지 못하는 바가 있어, 대중지정한 도가 서지 못하여 오복이 이지러지게 됩니다.

옛날 위무공(衛武公)이 스스로 경계하는 시에 이르기를,

 

너 군자와 벗함을 보건대 / 視爾友君子

얼굴을 화하고 부드럽게 하며 / 輯柔爾顔

어떤 과실이 없을까 두려워하는구나 / 不遐有愆

너 집에 있을 적에 / 相在爾室

옥루(屋漏)에도 부끄러움이 없게 행해야 한다 / 尙不愧于屋漏

 

 

고 했습니다.

무공(武公)의 경계하고 삼감이 이러했으므로 그 향년이 90이었으니, 그가 대중지정의 도를 세워 오복을 누린 확실한 증거이옵니다.

대개 그렇게 하는 공정은 마땅히 한가하고 홀로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무공의 시를 법받아, 안일을 경계하고 경외(敬畏)를 가져서 대중지정의 무궁한 복을 누리소서. 그러면 성자ㆍ신손(聖子神孫)이 계승하고 계승해서 천만 대를 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연침(燕寢)을 강녕전이라 이름지었습니다.

 

[주]홍범(洪範) 아홉째 오복(五福) : 《서경》에서 말한 오복(五福), 즉 수(壽)ㆍ부(富)ㆍ강녕(康寧)ㆍ유호덕(攸好德)ㆍ고종명(考終命)을 말한다. 홍범(洪範)은 우(禹)임금 때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구(神龜)의 등에 있었다는 9장(章)의 문장으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큰 법인데, 기자(箕子)가 무왕(武王)의 물음에 대답한 후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한다. 그리고 아홉째 오복이란 홍범 9장의 맨 끝에 씌어 있으므로 이르는 말이다.

 

 

康寧殿

 

臣按洪範九五福。三曰康寧。蓋人君正心修德。以建皇極則能享五福。康寧乃五福之一。擧其中以該其餘也。然所謂正心修德。在衆人共見之處。亦有勉強而爲之者。在燕安獨處之時。則易失於安佚。而儆戒之志。每至於怠矣。而心有所未正。德有所未修。皇極不建而五福虧矣。昔者衛武公自戒之詩曰。視爾友君子。輯柔爾顏。不遐有愆。相在爾室。尙不愧于屋漏。武公之戒謹如此。故享年過九十。其建皇極而享五福。明驗已然。蓋其用功。當自燕安幽獨之處始也。願殿下法武公之詩。戒安佚而存敬畏。以享皇極之福。聖子神孫。繼繼承承。傳于千萬世矣。於是稱燕寢曰康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