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269)정도전 삼봉집 제4권 / 기(記) /근정전ㆍ근정문(勤政殿 勤政門)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4. 06:46

근정전ㆍ근정문(勤政殿 勤政門)

 

천하의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게으르면 황폐되는 것은 필연의 이치인 것입니다. 작은 일도 오히려 그러하거늘 하물며 정사의 큰 것이겠습니까?

《서경》에 이르기를, ‘근심이 없을 때 경계하여 법도를 잃지 말라.’고 하였으며, 또 이르기를, ‘안일과 욕심으로 나라를 가르치지 말고 삼가고 두려워하소서. 하루 이틀에도 기무(幾務)는 만 가지나 됩니다. 그리고 서관(庶官)을 비워두지 마소서. 하늘의 공(工)을 사람이 대신 처리하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순(舜)ㆍ우(禹)의 부지런한 바이오며 또 《서경》에 이르기를, ‘아침부터 해가 기울도록 밥 먹을 겨를도 없이 일하여, 만백성을 잘 살게 했다.’ 하였습니다. 이것은 문왕(文王)의 부지런한 바입니다.

인군으로서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러한데도, 편안히 봉양하기를 이미 오래한지라 교만과 안일이 쉽게 생기며, 또 아첨하는 사람들이 그에 따라서 하는 말이, ‘천하 국가의 일 때문에 나의 정력을 소모시켜 나의 수명을 단축하는 것은 불가하다.’하고, 또 ‘이미 숭고한 자리에 있는데 어찌 자기를 낮추고 수고를 해야만 됩니까?’ 합니다. 거기에 이어서 혹은 여악(女樂)으로, 혹은 사냥으로, 혹은 완호(玩好)로, 혹은 토목(土木)으로써 아첨하여 무릇 황음한 일이라면 말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 인군은 그가 나를 제일 사랑한다 어떤 본에는 아(我)자가 없음. 고 하며 스스로 태황(怠荒)에 빠지는 것은 알지를 못하게 됩니다.

저 한ㆍ당(漢唐)의 인군들이 삼대(三代)만 못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니, 그러하다면 인군은 하루도 부지런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다만 인군이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만 알고 부지런히 하는 까닭을 알지 못한다면, 그 부지런함이 번쇄하고 까다로운 데 흐르고 말므로 볼 만한 것이 못 될 것입니다. 선유(先儒)가 말하기를, ‘아침에는 정사를 처리하고, 낮에는 어진 이를 방문하고, 저녁에는 조령(朝令)을 만들고, 밤에는 몸을 편히 쉰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인군의 부지런한 것입니다. 또 이르기를, ‘어진 이 구하는 데는 부지런하고, 어진 이 임명하는 데는 빨라야 한다.’고 하였습니ä. 그래서 신이 이로써 올리는 것입니다.

 

 

勤政殿○勤政門

 

天下之事。勤則治。不勤則廢。必然之理也。小事尙然。況政事之大者乎。書曰。儆戒無虞。罔失法度。又曰。無敎逸欲有邦。兢兢業業。一日二日。萬幾。無曠庶官。天工人其代之。舜禹之所以勤也。又曰。自朝至于日中昃。不遑暇食。用咸和萬民。文王之所以勤也。人君之不可不勤也如此。然安養旣久。則驕逸易生。又有謟諛之人從而道之曰。不可以天下國家之故。疲吾精而損吾壽也。又曰。旣居崇高之位。何獨猥自卑屈而勞苦爲哉。於是。或以女樂。或以遊畋。或以玩好。或以土木。凡所 一本所下有以字 荒淫之事。無不道之。人君以爲是乃愛我 一本無我字 厚。不自知其入於怠荒。漢唐之君所以不三代若者此也。然則人君其可一日而不勤乎。然徒知人君之動。而不知所以爲勤。則其勤也流於煩碎苛察。不足觀矣。先儒曰。朝以聽政。晝以訪問。夕以修令。夜以安身。此人君之勤也。又曰。勤於求賢。逸於任賢。臣請以是爲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