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지 시문록 발 갑자 가을 [鄭宗之詩文錄跋 甲子秋 ]
삼봉 도자(三峯道者) 정종지는 뜻을 세운 것이 대단히 높았으니 그가 학문하는 데 연구하여 밝히는 것은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의 호)과 같고, 저술하는 것은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의 호)과 같았으니, 은미(隱微)한 말을 분석하고, 고조(古調)를 화답하는 데는 한때의 거벽(巨擘)들이 모두 팔짱만 끼고 앉아서 감히 겨루지를 못하더니, 내가 이 시문록을 보니 과연 그렇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우리 종지를 다 말했다고 할 수 없다.
그가 벼슬에 나가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꼭 하고, 어떤 일을 당해도 그는 회피할 줄을 몰랐으니, 옛날의 군자(君子)로서도 우리 종지와 같은 사람은 많지 않았거늘 하물며 지금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이것이 내가 존경하고 존경하는 바이다.
어느 날 그가 지은 시문을 가지고 와서, 그 끝에 발을 지어 달라고 하였다. 나는 병이 있고 또 게을러서, 즉시 그 책임을 벗지 못한 지가 오래 되었다. 지금 표문(表文)을 받들고, 중국 강남(江南)에 가면서 이 시문을 가지고 가게 되니, 나는 종지의 사람됨을 대강 기록하여 우리 종지를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 주고자 하는 것이다.
문장도 있고 절의도 있으니, 중원(中原)의 사대부(士大夫)들이 어찌 감히 우리 종지를 소홀히 여길 것인가?
홍무 갑자년(1384, 우왕10) 7월.
한산(韓山)목은(牧隱)이색(李穡)은 발(跋)을 쓴다.
鄭宗之詩文錄跋 甲子秋 [李穡]
三峯道者鄭宗之。立志甚高。其於學也。講明則同圃隱。著述則同陶隱。微言之析。古調之賡。一時巨擘皆縮手袖間而不敢爭。予觀此錄果然。然此不足論吾宗之。其居官也必盡其所當爲。其遇事也不知其有所避。古之君子如吾宗之蓋鮮。況今之人乎。予所慕也。予所慕也。一朝以所作詩文來請跋其尾。予病且懶。未卽塞責久矣。今之奉表江南也。將携以行。予略書宗之爲人。以告不知宗之者焉。有文章有節義。中原士大夫其敢少吾宗之乎。洪武甲子秋七月。韓山牧隱李穡跋。
또[又]
삼봉 정군(鄭君) 종지는 총명한 자질로 도(道)를 좋아하고, 덕(德)을 숭상하여 사림(士林)들이 모두 추앙하였다. 도를 의논하고 이단(異端)을 배척함에 있어서는 높은 안목으로 독특한 주장을 세워서 조금도 흔들리는 일이 없으며, 저술(著述)에 있어서는 시원하고 순수하여 성리학(性理學)에서 우러나왔다.
아! 옛 글에 ‘덕(德)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모범이 될 말을 남긴다.’ 하더니, 지금 나는 이를 종지에게서 보았다.
동고(東皐)권중화(權仲和)는 씀.
【안】 권중화는 여조(麗朝)의 찬성(贊成)이니, 본조(本朝)에 와서 예천백(醴泉伯)이 되었다.
鄭宗之詩文錄跋[權仲和]
三峯鄭君宗之。以聰明之資。遵道尙德。士林咸慕焉。當論道。攘斥異端。高視特立。無所屈撓。其著述則泠然粹然。從容於性理之中。噫。有德者必有言。吾於宗之見之矣。東皐權仲和題。按權仲和。麗朝贊成。本朝醴泉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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