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봉 시문 서(鄭三峯詩文序)
홍무 18년(1385, 우왕11) 9월에 나는 황제의 명령을 받들고 고려국(高麗國)에 사신으로 와서 객관(客館)에 거의 달포나 머무르면서 성균사성(成均司成) 정종지와 더불어 많은 토론(討論)을 하였다. 종지는 순박하고 독실한 자질로 많은 학식이 있어서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고 그 나라에서 벼슬하여 군영(羣英)의 우두머리가 되니, 국왕(國王)은 그 행실을 가상히 여기고 성균관(成均館)의 영수를 제수하여 학자들의 스승으로 만들었다.
종지는 처음 벼슬길에 나가면서 성균에 이르기까지 여러 해를 두고 지은 시와 문이 책으로 되었는데, 무릇 약간의 편(篇)과 수(首)로 되었다. 그 책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보여 주므로 여러 차례 펴보니, 칠언시(七言詩)는 청신(淸新)하고 유량(瀏亮 맑고 밝은 모습)하며, 오언시(五言詩)는 침착(沈着)하고 간고(簡古)해서 그 생각을 정하고 말을 만드는 것은 그때 사람들에게 훨씬 뛰어났으며, 문(文)에 있어서는 더욱 학문이 넓고 의론이 밝아서 구차스럽게 짓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종지의 시와 문은 대개가 본국(本國)의 한 사람이나 한 가지 일을 두고 지은 것이니, 내가 더 기대하는 것은 종지가 중국에 와서 조정의 군신(君臣)들 사이의 거룩한 모임을 보고 강산(江山)과 해우(海宇)의 넓은 것을 알며, 의관문물(衣冠文物)의 제도도 보고, 성곽(城郭)과 갑병(甲兵)의 크고 풍부한 것을 보며 제례(制禮)ㆍ작악(作樂)의 큰 규모를 보게 되면, 종지의 아량과 학문과 지식이 지금의 기국(器局)보다 훨씬 커져서 위로는 황제의 무궁한 성택(聖澤)을 노래해 찬양하고, 아래로는 나라의 수재들을 가르쳐서 옛날 것을 상고하고 지금 것을 토론하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어버이에게 효도하여 중국의 문화를 따라서 오랑캐 풍속을 깨끗이 고치게 되면, 우리 종지의 문장은 마땅히 사책[竹帛]에 전하며, 백세(百世)가 지나도록 없어지지 않게 되는 데에 있다. 어찌 다만 시(詩) 1장(章), 문(文) 1편(篇)이 한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이겠는가? 종지는 더욱 힘쓸지어다.
예장(豫章)주탁(周倬)은 기록함.
鄭三峯詩文序[周倬]
洪武十八年秋九月。僕奉旨使高麗國。留客館旬月。得與成均司成鄭宗之論接。宗之以淳篤之資。博問之學。早登科第。歷仕其國。卓冠群英。國王嘉其行。授領成均。爲學者師。宗之自初仕至成均。累歲所作詩辭若文。積爲卷凡若干篇首。持以見示。披閱數過。詩爲七言者淸新瀏亮。五言沈着簡古。命意立言。傑出時輩。其爲文。尤見其博於學問。議論弘達。非苟作者之所企及。雖然。宗之今之詩若文。多爲本國一人一事而發。吾尙期宗之上朝天庭。觀風雲際會之盛。識江山海宇之廣。接衣冠文物之威儀。見城郭兵甲之富庶。覩制禮作樂之大典。則宗之之襟度學問識趣。超越乎今之器局。上可以歌揚皇風聖澤於無窮。下可以訓國之俊秀。攷古論今。忠君事親。以盡用夏變夷之化。吾宗之之文章。當傳諸竹帛。垂百世而不泯也。豈特以一辭一章膾炙於一時之口語哉。惟宗之其勉旃。豫章周倬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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