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381)정도전 삼봉집 제11권/경제문감 별집 상/[서]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6. 08:03

[서]

 

삼봉 선생이 처음 《경제문감》을 편찬할 때 상업(相業)부터 시작하고, 군도(君道)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마 정중히 여겨 감히 말하지 못한 것이리라.

그 글이 이루어지자 선생은 말하기를, ‘임금의 마음은 정사를 해가는 근원인데, 경제(經濟)를 논하면서 임금의 마음을 근본삼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물이 맑기를 바라면서 그 근원을 맑게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니 될 일인가?’ 하고, 이에 법받을 만한 것과 경계삼을 만한 것을 논하여 열거하되, 당ㆍ우(唐虞)로부터 송ㆍ원(宋元)에 이르기까지 하였다.

그 중에 참칭(僣稱)한 나라와 분열(分裂)된 나라를 생략한 것은 정통(正統)을 존중한 것이요, 전조(前朝) 왕씨(王氏) 30대 동안의 득실을 또한 모두 논하여 편저(編著)한 것은 듣고 보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경전(經典)에 있는 성현(聖賢)들의 격언을 모아 그 뒤에 붙였는데,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고 임금의 덕을 바르게 하는 바와, 역대의 치란(治亂) 및 정사하는 본말이 거론되지 않은 것이 없어, 간략하면서도 자세하고 간결하면서도 절실하게 되었으니, 실로 인주의 귀감(龜鑑)이라 하겠다.

생각하건대, 우리 전하께서 신성한 덕과 공으로 천명을 받아 나라를 세우고 유신(維新)의 정사를 일으켜 만세의 터전을 이룩하였는데, 선생은 성리(性理)의 학문과 경제(經濟)의 역량으로 광보(匡輔 바로잡고 도움)하고 찬양(贊襄 도와 성취시킴)하여, 강령(綱領)을 세우고 기율(紀律)을 마련했으니 정사와 교화(敎化)와 융성함이 지극하다 하겠다.

그러나 또한 이 책에 정성을 다한 것은 어찌 한때를 다스리는 데만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려 한 것이겠는가? 대개 장차 교훈을 세우고[立言] 규범을 남기어 만세 자손에게 한없는 복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경국전(經國典)》을 저술하고 또 이 책을 편찬하였으니 그의 충성은 크고 그의 생각은 원대하다 하겠다.

근(近)이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 공의 명을 받아 거듭 교정하여, 불후(不朽)의 사업에 이름을 붙이게 되었으니, 다행함이 이보다 클 수 없다. 그러므로 대강 선생의 저술한 뜻을 서술하여 책 머리에 쓴다.

 

 

홍무(洪武) 30년(1397, 조선 태조6) 7월 상한(上澣)에 자헌대부(資憲大夫) 화산군(花山君) 권근(權近)은 서(序)한다.

 

 

經濟文鑑別集 上

 

 

序[權近]

三峯先生初編經濟文鑑。自相業而始。未及乎君道。蓋鄭重而不敢言也。其書旣成。則曰。君心出治之源。論經濟而不本於君心。是猶望流之淸而不澄其源也。而可乎。於是論列其可法可戒者。自唐虞而迄宋元。其僭僞分裂者略之。尊正統也。前朝王氏三十代之得失。亦悉論而著之者。耳目之所逮也。又採經典聖賢之格言。以附其後。其所以格君心正君德。與夫歷代之治亂。爲政之本末。靡所不擧。略而詳。簡而切。實可謂人主之龜鑑也。恭惟我殿下聖德神功。受命開國。以興維新之治。以建萬世之基。而先生以性理之學。經濟之材。匡輔贊襄。立經陳紀。治化之隆。可謂至矣。然且拳拳於是書者。豈以一時之治。爲自足哉。蓋將立言垂範。以爲子孫萬世無疆之休也。故旣著經國之典。又編是書。其忠可謂大。而其慮可謂遠矣。近以非材。獲承公命以重校之。託名不朽。幸莫甚焉。故略敍先生著述之意。以引編端云。洪武三十年七月上澣。資憲大夫花山君權近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