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12)정도전 삼봉집 제13권 조선경국전 상(朝鮮經國典 上)/치전(治典) /전곡(錢穀)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7. 07:53

전곡(錢穀)

 

전곡은 국가의 상비물인 동시에 생민의 목숨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백성으로부터 수취하는 데 도가 없고 이를 쓰는 데 법이 없으면, 함부로 거두는 일이 많아져서 민생이 괴로워지고 낭비가 커져서 국가 재정이 탕감해진다. 국가를 가진 이는 이 점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주공(周公)이 《주례》를 지을 때 사도(司徒)는 전곡의 수입을 관장하여 그 수량을 세밀히 알게 하였고, 총재는 그것을 지출하는 권한을 장악하여 헛되이 소비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러므로 수입을 헤아려서 지출하여 3년마다 1년간 쓸 전곡이 저축되고, 30년 뒤에는 9년간 쓸 수 있는 전곡이 저축되었으니, 아무리 흉년이나 전쟁의 변이 있었을지라도 염려될 게 없었던 것이다.

한(漢)나라에서는 대사농(大司農)으로 하여금 전곡의 수입과 지출을 맡게 하였고, 당나라에서는 탁지사(度支使)로 하여금 그것을 관장하게 하였으니, 백성으로부터 받아들이는 부렴이나 조운되는 곡물의 수량, 공상(供上)ㆍ제사ㆍ연회에 소요되는 비용, 그리고 군량미의 수요 등에 관하여 재상된 이는 소외된 채 알지 못하였다. 이처럼 중요한 이권을 하나의 관서에 위임하여 그때그때 전곡을 마련하되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통해서 당장의 비용은 겨우 충당을 할 수 있었으나 뜻밖의 재난이 있을 경우에는 국고가 텅텅 비는 궁색함을 면치 못하게 되었으니, 역시 가소로운 일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삼사(三司)로 하여금 전곡의 수입에 관한 일을 장악하게 하고, 그것을 지출하는 데 있어서는 도평의사사의 명령을 받들어 집행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대개 《주례》의 끼친 뜻을 이어받은 것이다. 전곡의 소재는 그와 관련되는 직임에 따라 적어서 경비의 수량을 제시하려 한다.

 

 

錢穀

錢穀。蓋有國之常備。而生民之司命也。然取之無其道。用之無其法。橫斂多而民生苦。糜費廣而國用竭。有國家者。不可不慮也。周公作周禮。司徒掌錢穀之入。而周知其數。冢宰掌其所出之命。而不至於妄費。是以。量其入而以爲出。三年有一年之蓄。通計三十年。有九年之蓄。雖有凶荒軍旅之變。不以爲病也。漢以大司農掌之。唐以度支使掌之。其賦斂漕運之數。供上祭祀宴享之費。軍旅之需。爲宰相者漫不得知。而以利權之重。付之一司一使。隨時營具。多方取辦。僅濟一時之用。如有不虞之變。未免空匱之窘。亦可笑也。國家以三司掌錢穀所入之數。而其出也。承都評議使司之命而行之。蓋有得於周官遺意者矣。其錢穀之所在。隨其任而書之。以見其經費之數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