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30)정도전 삼봉집 제13권 조선경국전 상(朝鮮經國典 上)/부전(賦典) /의창(義倉)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7. 08:14

의창(義倉)

 

홍수ㆍ한발ㆍ질병은 천도(天道)가 운행하는 운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서 대대로 간혹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근(飢饉)이 일게 되면 백성을 다스리는 책임을 가진 사람은 그냥 앉아서 보기만 하고 이를 구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리 나라에서는 중앙에 의창을 설치하여 곡식을 저축하였고, 이 제도를 확대하여 지방의 주ㆍ부ㆍ군ㆍ현에도 각각 의창을 설치하였다. 그리하여 매년 농사철이 되면 빈민으로서 종곡과 식량이 없는 사람에게 곡식을 대여하고, 가을에 수확이 끝나면 원본(元本)만을 회수하여 뜻하지 않는 사태에 쓸 것으로 대비해 둔다.

만약 흉년이 들면 의창의 곡식을 모두 풀어서 빈민을 진휼하고, 풍년이 든 다음에 역시 원본만을 회수하여 장기간 이런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비축해 둔다. 이렇게 하면 기근이 들어도 백성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풍년이 들어도 농민을 해치지 않으며, 곡식은 곡식대로 항상 비축되어 있으면서 백성들은 굶어 죽는 일이 없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법 중에서 가장 좋은 법인 것이다.

의창의 곡식은 출납할 때에는 급한 사람만 구제하고 부유한 사람은 주지 않아야 하며, 사실을 확실히 파악하여 원액(元額)을 축나지 않게 해서 이 좋은 법이 폐지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자면 역시 이를 관장하는 데 올바른 사람을 얻어서, 이 제도를 거듭 밝혀 거행하는 데 달려 있는 것이다.

 

 

 

義倉

水旱疾疫。在天道流行之數。代或有之而飢饉至焉。爲民牧者。其可坐視而莫之救歟。國家內置義倉。以儲穀粟。又推其法。及之州府郡縣。各置義倉。每當農月。給貧民無種食者。至秋成止收其本。以備不虞。如遇凶荒之歲。盡發以賑。待歲豐登。亦收其本。以資長遠。饑而不損於民。豐而不傷於農。使穀粟常存。而民不至死。蓋法之最良者也。其出納之際。周其急而不繼其富。核其實而不耗其數。使良法不廢。亦在夫典守得人。申明而擧行之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