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婚姻)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남녀간에 구별이 있은 연후에 부자간이 친해지고, 부자간이 친해진 뒤에 의가 생기고, 의가 생긴 뒤에 예가 이루어지고, 예가 이루어진 뒤에 만물이 편안해진다.”
하였다. 남녀란 인륜의 근본이며 만세의 시작인 것이다. 그러므로 《역경(易經)》에서는 건(乾)ㆍ곤(坤)을 첫머리에 실었고, 《서경(書經)》에서는 이강(釐降 치장해서 시집보내는 일)을 기록했으며, 《시경(詩經)》에서는 관저(關雎)를 기술하였으며, 《예기(禮記)》에서는 대혼(大婚)에 대해서 공경스럽게 다루었으니, 성인이 남녀를 중히 여김이 이와 같았다.
삼대(三代) 이래로 나라의 흥폐와 가정의 성쇠가 모두 이것으로 연유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근래에는 혼인하는 집안이 남녀의 덕행이 어떠한가는 따지지 않고 일시의 빈부만을 가지고 취사를 하는가 하면, 또 배필을 서로 구할 적에는 터놓고 하지 않으면 비밀로 하여 이 사람에게 중매하고 저 사람에게 혼인하기를 마치 장사꾼이 물건을 파는 것처럼 하여, 타성끼리 혼인을 하고 구별을 두텁게 하는 뜻이 전혀 없다. 그리하여 더러는 옥송(獄訟)을 일으키기도 하고, 더러는 침해를 입히기도 한다.
또 친영(親迎)의 예가 폐지되어, 남자가 여자의 집에 들어가게 되는데 부인이 무지하여 자기 부모의 사랑을 믿고 남편을 경멸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며, 교만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날로 커져서 마침내는 남편과 반목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가도(家道)가 무너지는 것은 모두 시작이 근엄하지 못한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 있는 사람이 예를 지어서 이를 정제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 풍속을 통일시킬 수 있겠는가? 신은 성경(聖經)을 상고하고 본시(本始 인륜의 근본과 만세의 시작)를 삼가서 혼인편(婚姻篇)을 짓는다.
婚姻
禮記曰。男女有別然後父子親。父子親然後義生。義生然後禮作。禮作然後萬物安。男女者。人倫之本。而萬世之始也。故易首乾坤。書記釐降。詩述關雎。禮謹大婚。聖人之重之也如此。自三代以來。國之興廢。家之盛衰。皆由於此。而近來婚姻之家。不論男女德行之如何。苟以一時之貧富而取捨之。又其相求也。不暴則祕。媒此而聘彼。如商賈之售貨。無附遠厚別之意。或興獄訟。或被侵陵。又親迎禮廢。男歸女家。婦人無知。恃其父母之愛。未有不輕其夫者。驕妬之心。隨日以長。卒至反目。家道陵替。皆由始之不謹也。不有上之人制禮以齊之。何以一其風俗哉。臣稽聖經謹本始。作婚禮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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