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도전 三峯集

479)정도전 삼봉집 제14권 조선경국전 하(朝鮮經國典 下) /헌전(憲典) /호역(戶役)

이름없는풀뿌리 2018. 1. 28. 05:31

호역(戶役)

 

《서경》 하서(夏書) 오자지가(五子之歌)에 이런 말이 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

그러므로 국가를 가진 자는 반드시 먼저 민생을 보호하는 일로 급무를 삼아야 한다. 그러나 민생이 많으므로 변고가 매우 빈번하다. 간교한 자는 간사한 짓을 행하고, 어리석은 자는 법을 범하고, 억센 무리들은 포악한 행동을 하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린 자들은 도둑질을 한다. 윗사람을 속이고 사욕을 자행하는 일이 한량없으며, 왕도(王度)를 무너뜨리고 화란을 일으킨다. 백성의 어른이 된 자는 이러한 사태를 어찌 염려하여 미리 예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반드시 법령을 엄히 해서 위엄을 보이고 형벌을 밝혀서 징계한 다음에야 백성들은 두려워할 줄 알아서 화란이 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비록 덕이나 예로써 다스리는 효과만은 못하나, 역시 성인도 부득이 화란의 예방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다.

대저 백성들이 그 기회를 틈타 간사한 짓을 하게 되는 그 사건들은 비록 많으나, 위에 있는 사람이 법령으로써 입법해야 할 것에는 가장 큰 것이 일곱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호역(戶役)인데, 민력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숨기거나 누락시킬 염려가 있다. 둘째는 전택(田宅 토지와 가택)인데, 백성들 생업의 근본이 엄정되지 않으면 겸병하는 일이 생긴다. 셋째는 혼인(婚姻)인데, 인도(人道)의 중요한 것이 근엄하지 않으면 음란한 행동이 일어난다. 넷째는 창고(倉庫)인데, 백성들의 식량을 쌓아 두는 곳이 완비되지 않으면 낭비되는 폐단이 생긴다. 다섯째는 과정(課程 세의 부과), 여섯째는 전채(錢債 전곡(錢糓)의 대여), 일곱째는 시전(市廛 상점)인데, 모두 백성들의 재산과 관계되는 것들이므로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관한 법을 상세히 하고 금법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그 조목이 모두 갖추어져 있으므로 그것을 모두 적는다.

 

 

戶役

書曰。民惟邦本。本固邦寧。故有國家者。必先以保民生爲急務。然民生之衆。變故甚繁。巧者生姦。愚者冒法。強衆爲暴。飢寒爲盜。誣上行私。罔有紀極。隳王度而致禍亂。長民者其可不慮而預爲之防乎。故必嚴令以威之。明刑以懲之。然後民有所畏而禍亂息矣。此雖不及德禮之效。亦聖人不得已而爲防者也。夫民之所緣以爲姦者。其事雖多。上之所令以立法者。其大節有七。曰戶役。民力之所出。不明則有隱漏之患。曰田宅。民業之所本。不嚴則有兼幷之事。曰婚姻。人道之所重。不謹則有淫僻之行。曰倉庫。民食之所在。不備則有虛耗之弊。曰課程。曰錢債。曰市廛。皆民財之所關。不可以不察者也。故詳其法而嚴其禁。條目俱存。咸可書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