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儀制)
의제(儀制)는 등위(等威)를 밝히고 상하를 구별하기 위한 것이니, 예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그러나 인혁(因革)과 손익할 경우는 또한 반드시 시대에 따라서 변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한 시대가 흥하면 반드시 그 시대에 알맞는 제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예의의 풍속은 기자(箕子)로부터 시작되었다. 왕씨(王氏)의 세대에는 문장ㆍ제도를 중화(中華)에서 본받았으나 토속(土俗)에는 오히려 아직 다 변하지 않은 게 있었다. 원나라를 섬긴 뒤로는 호례(胡禮)를 혼용하여 복식제도가 법도를 잃고, 서인(庶人)들이 분수에 넘치게 윗사람과 견주게 되었다. 황명(皇明 명나라를 높이는 말)이 천하를 차지한 뒤에 조칙을 내리기를,
“의제는 본속(本俗)을 따르고, 법은 옛날의, 전장(典章)을 준수하라.”
고 하였다. 그러므로 그 폐습이 역시 갑자기 제거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우리 전하는 모든 정사를 역시(歷試 평일에 배운 것을 시험해 보는 것)하던 시절에 일찍이 진신(搢紳 사대부)으로서 정치의 본체를 잘 아는 자들과 더불어 꾀를 합치고 의견을 세워서, 명나라에 표문(表文)을 올려서 의관을 요청한 다음, 토속의 구습과 호복(胡服)의 폐단을 남김없이 혁파하였고, 보위(寶位)에 오른 뒤에는 정성을 다하여 정치에 힘써서 제도를 개혁함이 모두 중도에 맞으니, 찬란한 문물이 중화에 비교하여 부끄러움이 없게 되었다. 일대(一代)의 제도를 갖추어서 만세에 길이 지킬 것을 삼았다. 그에 대한 자세한 것은 예전(禮典) 노부(鹵簿) 등에 나타났거니와 자손과 후세를 위한 배려가 매우 원대하였다.
만약 제작이 법에 어긋나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방법에 어그러져서 법도를 잃어 상전(常典)을 어지럽히는 자가 있으면 대헌(臺憲 간관(諫官))이 이를 규탄한다. 그러므로 성헌(成憲)을 준수하고 왕도(王度)를 근신하기 위하여 의제편(儀制篇)을 짓는다
儀制
儀制。所以明等威辨上下。禮之大節也。然其因革損益。亦必隨時而有變焉。故曰一代之興。必有一代之制作。我東方禮儀之風。肇自箕子。而王氏之世。文章制度取法中華。而其土俗猶有未盡變者。事原以來。雜用胡禮。服飾無度。庶人僭擬。逮夫皇明有天下。詔曰。儀從本俗。法守舊章。故其弊習亦未遽除。惟我殿下歷試之日。嘗與搢紳之識治體者。合謀建議。表請衣冠。然後土俗之舊。胡服之弊。盡革無遺。及卽寶位。勵精圖治。制度沿革。咸適厥中。彬彬文物。無愧中華。以備一代之制作。以爲萬世之持守。其詳著于禮典鹵簿等篇。其爲子孫後世慮甚宏遠矣。如有製造非法。措置乖方。差爽失度。以紊常典者。臺憲從而糾擧之。故遵成憲。謹王度。作儀制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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