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시담록

조국과 윤석열, 검투사의 결기로 끝장을 봐라 / '동물농장'과 '1984'가 뒤범벅된 소설 같은 세상

이름없는풀뿌리 2019. 9. 20. 08:56

[중앙시평] 조국과 윤석열, 검투사의 결기로 끝장을 봐라

두 사람의 정치적 삶과 죽음 걸린
정치권력, 검찰권력의 결투 구도
거짓과 위선 벗겨진 조국 사태에
어정쩡한 타협, 분노만 초래할 것

실토하건대 조국의 권력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골방에서 남 흉보며 페북질이나 하는 샌님 정도로 알았다. 속과 겉이 다른 나약하고 위선적인 강남좌파로 얕봤다. 온갖 특혜와 비리 의혹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깨어 있는 지식인’일 것이란 착각은 순진했다. 이제 그에게서 맹수의 본능을 본다. 법무장관이 된 ‘피의자’ 조국의 반격은 놀랍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가 자신과 가족의 숨통을 조여오자 검찰의 심장에 창을 겨누며 공세로 전환하는 형국이다.
 
9일 취임 이후 국가 조직인 법무부를 조국 가족 사수를 위해 총동원된 사조직처럼 장악했다. 장관직을 무기로 삼아 수사 외압과 직권남용의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다. 윤석열의 수사라인 배제, 피의 사실 공표 금지, 전국 검사와의 대화 등을 쏟아내고 ‘되돌릴 수 없는 개혁’
 
을 다짐하며 힘을 과시한다. 사실 ‘검찰 개혁’이란 구호는 ‘민변’ 등 우호 세력을 심어 검찰을 점령하려는 포장술이자  
 
‘개혁 대 저항’ 구도를 위한 장치로 써먹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조국에 맞선 윤석열, 그의 심사는 복잡하다. 조국과의 싸움에서 죽을 수도 있고, 살아남아도 고난의 행군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우리 윤 총장”은 조국 사태에서 범죄의 냄새를 맡았고, 수사 개시로 청와대에 신호를 보냈다.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 종료 직전 단행한 조국의 부인 기소는 장관 임명을 막아달라는 ‘호소’였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개혁성이 강한 인사”라며 강행했다. 반(反)개혁 세력에 서지 말라고 윤석열에게 내린 묵시적 명령인 셈이다.
 
조국으로선 질 수 없는 한판이다. 망상에 가까운 자기확신의 갑옷으로 스스로를 무장했다. 도덕 불감증이나 진보의 이중성 따위는 큰 선(善)을 위한 사소한 악(惡)이라고 치부한다. 게다가 그는 ‘문(文)의 남자’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조국 쇼’에 들러리 서기로 작정한 친정부 언론, 어용 시민단체, 얼치기 진보 전위대가 광적으로 밀고 있다. 셀프 기자간담회와 청문회에서 늘어놓은 변명이 거짓말로 속속 드러나지만 까딱도 안 한다. 나치의 프로파간다를 지휘했던 괴벨스가 명언을 남겼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되지만 되풀이되면 결국 믿게 된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고.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3000명 넘는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으로 호소하고, 대학생들이 촛불집회로 좌절과 분노를 표출하고,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어도 ‘내 갈 길을 가련다’는 배짱이다. 아내가 기소되고, 5촌 조카가 구속돼도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을 기세다. 윤석열만 물리치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조국의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있는 걸까. 괴벨스는 이런 말도 했다. "위기를 성공으로 이끄는 선동이야말로 진정한 정치 예술이다.”
 
윤석열은 현 정권의 보복성 적폐청산에 올라탄 덕에 떴다. 신세 진 게 있다는 얘기다. "사람한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무장관을 기소하는 검찰총장이 되거나, 권력의 협박과 회유에 굴복해 조국에게 면죄부를 주고 굴욕을 감수하는 갈림길에 섰다. 조국을 쓰러뜨린다면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다. 윤석열 검찰의 칼끝은 조국을 겨냥했지만 ‘살아 있는 권력’에 치명상을 낼 수 있다. 윤석열의 딜레마다.  
     
조국 사태는 가짜 진보주의자들의 번드르르한 언어유희 속에 추악한 반칙과 특권, 위선과 탐욕이 숨겨져 있음을 폭로했다. 언론의 합리적 의심과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니 모함이니 하며 진영논리로 호도하는 뻔뻔한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같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너무도 낯선 두 개의 집단으로 찢어져 있다.
 
참과 거짓, 옳음과 그름이 실종된 사회에선 ‘정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 홍콩의 정치철학자 짜우포충 교수가 저서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에 썼다. "정의를 요구할 권리는 구걸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려야 할 도덕적 권리다. 우리에게는 이를 바꿔야 할, 심지어 타도해야 할 권리가 있다.” 정의를 떠받치는 평등과 공정이 부정되면 국가 권력에 복종할 의무가 없고, 통치의 정당성에 저항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국의 중도 사퇴와 봐주기 수사로 대중 덮자는 얘기가 흘러다닌다. 조국과 윤석열의 체면을 함께 살리는 그럴싸한 타협안이다. 그래선 안 된다. 조국은 부인과 친척의 죄를 "나는 몰랐다”로 뭉개지 말고 자신의 무죄를 싸워 증명하라. 윤석열은 이 거짓의 탈을 벗길 때까지 맞서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닐 때 국민은 정의를 요구할 권리를 행동으로 옮길지 모른다. 검투사의 결기로 끝장을 봐야 하는 이유다.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박정훈 칼럼] '동물농장'과 '1984'가 뒤범벅된 소설 같은 세상

조선일보 입력 2019.09.20 03:17

오만한 권력이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고
조작된 진실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풍자 소설과도 같은 디스토피아가 펼쳐졌다

                     
조국 법무 장관 사태는 '동물농장'에 나오는 그 유명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70여년 전 조지 오웰은, 평등을 외치지만 결코 평등하지 않은 소련 공산당의 허구와 위선을 통렬히 풍자했다. 놀랍게도 이 문장은 지금 이 순간 한국에 들이대도 틀리지 않는다. 입만 열면 공정·정의를 말하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공정과 정의'를 누리고 있었다. 온갖 편법과 반칙을 범해도 권력의 비호를 받는 조국 같은 특권층이 있었다.

조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하나하나가 다 해임 사유다. 자녀 편법 입학과 장학금 뇌물, 문서 위조,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등 헤아리기 힘든 탈법·불법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장관직을 방패 삼아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 어느 하나라도 입증만 되면 감옥에 가야 할 중대 사안들이다. 그런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모든 의혹이 가짜 뉴스이고 개혁 저지 세력의 음모라고 억지를 부린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이러진 못한다. 이렇게까지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정권을 처음 겪는다.

지금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던 신념 체계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공정과 위선을 사회악으로 여겨왔다. 남의 기회를 가로채고, 성공의 사다리를 새치기하고, 법을 회피하는 반칙은 징벌받는 게 정의라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깨졌다. 공직은커녕 수사받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사람을 법무 장관에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국민은 심리적 아노미에 빠졌다. 있을 수 없는 비상식에 분노하면서도 정권이 워낙 당당하게 나오니 '내가 틀렸나' 헷갈리기까지 한다. 온 국민을 가치관의 혼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조지 오웰의 또 다른 걸작 '1984'엔 거짓을 생산·전파하는 '진실부(部)'란 부처가 등장한다. 빅 브러더가 대중을 세뇌시키려 만든 우민화(愚民化) 조직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진실부'와 다르지 않다. 정권과 그 주변을 둘러싼 좌파 카르텔이 가짜 논리로 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고 있다. 명백한 사실을 아니라고 우기며 조작된 진실로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 조국 사태는 그 일각에 불과하다. 외교·안보에서 경제, 일자리·민생까지 전방위로 진실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우방 관계가 파탄 나고 동맹이 흔들리는데 안보가 굳건하다고 한다. 성장률이 추락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통계 분식까지 해가며 경제가 견실하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인 정권을 본 일이 없다.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이 정권의 진실 조작 시스템엔 일정한 역할 분담이 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가 방향을 정하면 권력 주변의 홍위병들이 달려들어 거짓을 확대 재생산한다. 좌파 지식인들이 현란한 표현으로 억지 논리를 만들고, 관변 매체들이 확성기처럼 추종 보도하며 왜곡된 정보를 쏟아낸다. 골수 친문 행동대는 댓글과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공격 타깃을 찍어 초토화시킨다. 여론 시장이 이들 손에 놀아나고 있다. 여론 조작을 통해 반대자와 비판 목소리에 친일·적폐·수구·기득권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국민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편향적 여론조사다. 몇몇 여론조사 회사가 '가공된 여론'을 공급한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그동안 심증만 있었는데 조국 사태로 딱 걸리고 말았다. 인터넷 댓글이나 소셜 미디어, 유튜브의 길거리 여론조사 등을 보면 '조국 반대'가 70~80%에 달한다. 이것이 진짜 여론일 것이다. 그런데 여권 편향으로 유명한 어떤 여론조사 회사는 '조국 지지'가 40%대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수시로 내놓더니 급기야 찬성·반대가 비슷해졌다고 한다. 믿기지 않지만 사흘이 멀다하고 반복돼 나오니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독재자들이 즐겨 쓰는 반복 세뇌 수법이다.

편향된 여론조사가 내미는 '숫자의 권위' 앞에 사람들은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다. 나만 동떨어질지 모른다는 고립의 두려움에 말문이 닫히고 비판의 목소리가 잠재워진다.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거짓을 믿게 하려는 좌파 카르텔의 의도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정권과 좌파 홍위병, 그리고 친여 여론조사 회사의 3각 카르텔이 '1984'를 연상케 하는 '한국판(版) 진실부'를 완성시켰다.

지금 우리는 '1984'와 '동물농 장'이 뒤범벅된 세상을 보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남보다 '더 평등'하고, 더 많은 공정과 정의의 특권을 누린다. 국민이 개돼지 취급당하고 조작된 진실이 세상을 휩쓰는 풍자 소설 속 디스토피아 같은 나라가 됐다. 이 거대한 부조리극을 멈추게 하려면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정신 차리는 수밖에 없다. 권력의 감언이설에 속지 말고 진실 조작에 저항하는 방법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