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은 것은 조씨의 딸이 대학교수인 부모가 만들어 준 스펙에 올라타 고교, 대학,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정식 필기시험 한번 안 치르고 진학하고 장학금까지 싹쓸이로 챙겼다는 논란이었다. 의학 논문을 써본 의사(2894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98.7%가 "조씨 딸의 의학 논문 제1 저자는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고, 대한병리학회는 논문 취소 결정을 내렸다. KIST와 동양대는 조씨 딸이 받은 인턴 증명서와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런 불공정 특권, 특혜의 대명사와 같은 조씨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면서 "공평 공정에 대한 국민 요구와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국민을 좌절시키고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제도부터 개혁하겠다"고 했다. 유체 이탈과 내로남불이 너무 심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문 대통령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검찰은 검찰 일을, 장관은 장관 일을 하면 된다"고 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조씨는 가족이 원고와 피고로 역할을 나눠 맡고, 위장 이혼 수법까지 동원한 소송 사기 수법으로 사학 재단의 재산을 빼먹으려 한 의혹과 권력형 게이트 냄새를 풍기는 조씨 가족 사모펀드 의혹을 직접 받고 있다. 조씨는 아들에게 서울대 법대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준 의혹, 조씨가 사학 재단 이사 때 동생이 재단에 제기한 소송에 일부러 져준 의혹도 받고 있다. 동양대 총장은 조씨가 자신과 두 번 통화하며 "딸이 받은 총장 표창장을 총장이 아내에게 위임해 준 것으로 해달라"고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것만으로도 조씨는 증거 인멸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조씨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관을 하고 있던 사람도 수사받아야 할 상황이 되면 먼저 옷을 벗는 것이 관례이고 순리인데 대통령은 그런 사람을 새로 장관에 앉혔다. 그것도 검찰 수사를 지휘해야 할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만약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면 누가 그 결과를 믿겠나.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위해 조씨를 임명한다지만 각종 의혹으로 누더기가 된 조씨가 무슨 명분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겠나. 검찰이 검찰 일을 하면 장관이 장관 일을 할 수 없고, 장관이 장관 일을 하면 검찰이 검찰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조차 대통령이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조국 임명 강행에 따른 심각한 후폭풍이 우리 사회에 닥쳐올 가능성이 높다. 문 정권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을 검찰을 공격하는 카드로 사용해 검찰 내분을 유도할 수 있다. "검찰은 미쳐 날뛰는 늑대" "검사들 다 그만둬도 문제없다"고 비난한 정권의 정서를 보면 무슨 일이든 할 것 같다. 자칫하면 '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라는 선거 제도 변경을 조국 임명하듯이 강행 처리해 악화된 민심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좌파 연합이 과반수를 거의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기존 지지 세력이 철통같이 결집하는 일이다. 이런 계산이라면 조국 임명은 불가피할 것이다. 기존 지지를 확고히 지키고 선거 제도를 바꿔 이기려는 정권과 이에 저항하는 야당의 충돌로 정치는 파국을 면할 수 없다. 선거법 개정 강행이 실제 상황에 접어들면 국회는 거의 전쟁터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대통령이 조씨 임명을 정권의 운명과 묶어 밀어붙이면서 나라 전체를 싸움판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 정권 들어 2년 동안 쉼 없이 가라앉아 온 경제는 일본형 장기 불황의 문턱까지 왔다. 일본과는 싸우고, 북한에는 조롱당하고, 한·미 동맹은 흔들리는 외교·안보는 고립무원 상태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내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소통과 평등, 공정, 정의를 약속하고 출범한 정권이 민의를 무시하고 양식과 상식을 파괴하면서 '자신들만의 나라'로 가겠다고 한다. 대통령과 정권의 오기가 불러올 결과도 국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참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