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정치·시담록

'조국 지명은 우리 사회에 불행 중 다행'/ 유체이탈 어게인/문재인과 조국은 어떤 특수관계인가

이름없는풀뿌리 2019. 9. 5. 08:08

[양상훈 칼럼] '조국 지명은 우리 사회에 불행 중 다행'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입력 2019.09.05 03:17

'도덕' 독점한 듯 선악 이분법 일삼던 좌파의 위선적 정체, '개념 유명인'들 실체
베일 벗은 文의 모습, 인터넷 여론 조작 현장… 조국 덕에 만천하 드러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보고 사람들은 처음에는 분노했다. 그런데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씨를 법무장관에 지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 정치를 20년 이상 쥐고 흔드는 '운동권 세력'이 어떻게 변질됐는지 그 실체를 조국만큼 모든 국민에게 잘 알려준 사람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조국만큼 잘 알려준 사람도 없었다. 자신도 위장 전입해놓고 남 위장 전입엔 징역형을 내린 대법원 판사 등 이 정권의 내로남불은 헤아릴 수조차 없지만 이번처럼 종합적, 충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

조국은 강남 좌파의 전형이었다. 돈이 많아도 얼마든지 좌파적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좌파 정치 세력은 상대를 정책적 견해차가 아니라 윤리·도덕적으로 매도해왔다. 나는 선(善)이고 너는 악(惡)이란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짜 선, 위선이다. '강남 좌파' '부자 좌파'란 말엔 '위선자'란 뜻이 겹쳐질 수밖에 없다. 이승만이 세우고 박정희가 키운 나라에서 그 혜택을 누구보다 많이 본 사람들이 이승만 박정희 욕하고, 기업인 욕하고, 공무원 욕하고, 미국 욕한다. 부동산 투기 욕하고, 입시 사회 욕하면서 뒤로는 더 한다. 과거 한국 독재를 비판하면서 그보다 100배는 더한 북한 정권을 편든다. 그런데 그런 '멋진' 말을 최고급 와인을 마시면서 한다. 자기 생활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으로 하면서 입에선 사회주의가 나온다. 그렇게 멋 부린 다음 강남의 널찍한 아파트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도 보았다. 노동운동하다 나이 60이 넘은 지금도 시골 아파트 한 칸 없는 진짜 좌파 한 분은 "나는 내 말이 맞는다는 강남 좌파를 보면 구역질이 난다"고 했다.

북한 인민군은 선하고 미군은 살인마인 영화를 만들어 돈을 벌고 호화 생활을 한다. 재벌 기업이 그 숙주 역할을 한다. 북한 빨치산 미화 소설을 써 돈 번 사람도 좋은 와인 마시며 잘살고, 좌파 책으로 유명해진 출판사는 해외 MT도 간다고 한다. 좌파 진영으로 국회의원까지 했던 한 사람은 호텔 식당이 아니면 가질 않았다. 북한은 6·25 남침으로 서울을 점령한 후에 이런 사람들을 가장 먼저 제거했지만 이들은 북한 남침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조국 후보자의 위선 실체를 본 많은 사람이 "역겹다"고 했다. 집 한 칸 없는 노동운동가의 구역질을 이토록 많은 사람이 느끼게 된 것은 조국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국은 이재정·이외수·유시민·박원순·조정래·안도현, 문 대통령의 아들, 장준하의 아들, 이른바 '개념 연예인' 등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알게 해주었다. 이들은 어떤 이들에겐 우상과도 같았다. 그런데 이들이 조씨와 그 가족의 엄청난 위선, 부도덕, 불법 의혹을 맹목적으로 옹호한다. 아무리 같은 편이라도 정도가 있다. 그들의 그 잘난 '말'과 '글' 뒤에 감춰졌던 본색이 드러났다. 합리적인 척, 정의로운 척하는 사람이 실제 속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희귀한 일이 조국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조국은 청년층의 좌파에 대한 고정 선입견도 바꾸고 있다. 젊은 층이 좌파에 호감을 갖는 것은 흔히 있다. 그러나 독재 시대를 거친 한국의 역사 때문에 젊은 층엔 좌파가 도덕적이고 이타적이라는 선입견이 자리 잡았다. 희생하고 헌신하는 좌파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위선자도 많이 있다. 사람들의 머리에서 고정관념을 걷어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 어려운 일을 조국이 역설적으로 해내고 있다.

노무현·문재인 극렬 지지층이 벌이는 인터넷 여론 조작의 실상도 온 국민이 생생하게 목격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생중계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조국 힘내세요' 등 연이은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 실제로 작동하는 현장이 공개되면서 이 극렬 집단의 존재와 행동 양식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조국에 반대하는 여론이 두 배 높은데 청와대 청원 게시판 여론은 그 정반대였다. 앞으로도 인터넷 여론 조작과 수상한 여론조사가 기승을 부리겠지만 국민은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정말 힘들 것으로 보였던 이런 일들이 조국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외골수 성격은 알려졌지만 조국 임명을 강행할 정도인 줄은 몰랐다. '공감 능력 결여 아니냐'는 의문까지 든다. 과거 주사파 운동권이었던 한 사람은 문 대통령에 대해 '관념적 과격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실제 운동권의 삶을 살지 않았으면서 책 읽고 운동권인 양하는 사람들은 행동이 아닌 머리로 하는 과격파라고 한다. 생각의 한 쪽을 닫아버린 이들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결정과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놀라는 사람들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지난 2년여가 그런 시간이었다. 국민이 막연하게 알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던 많은 사실이 조국을 통해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됐다. '불행 중 다행' 이란 말이 틀리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4/2019090402991.html




[최상연의 시시각각] 유체이탈 어게인


한국 정부가 전세계 79개국이 참여한 ‘열린 정부 국제협의체’ 의장국으로 지난 주 선출됐다. 국제 사회가 우릴 모범 국가로 주목했기 때문이란 게 문재인 정부의 자랑이다. 투명한 정부와 민주주의 확산 노력에 앞장서게 됐다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전 세계 모범 정부란 자화자찬은 좀 황당했다. 우리 국민도 지금 정부를 모범적인 열린 정부로 자부심을 느끼는 건 아니어서다.  
     

‘내 편만 무조건 옳다’ 어깃장이
전 정권 몰락, 정부 불신 시발점
조국 임명은 더한 불통 아닌가

우리 정부 신뢰도는 OECD 꼴찌 수준이다. 특히 젊은 층에선 바닥이다. 물론 이 정부만이 아니다. 누가 집권하든 별다른 차이 없이 욕을 먹는 게 대한민국 정부다. 서울대가 국내 주요 일간지 30년치를 분석한 결과 ‘울분’ 유발자 1위가 정부였다. 지난 30년간 국민들이 자유롭게 정권을 선택했고 정부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런데도 왜 늘 밉상이고, 문 정부 역시 전 정부의 실패 경로를 그대로 따르는 것인가.
 
‘나와 내 편만이 무조건 옳다’는 독선과 어깃장이 하늘을 찔러서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임명 논란이 그렇다. 정권 핵심들이 ‘적폐청산 영웅’이라던 검찰을 느닷없이 ‘적폐’로 몰고 협박하더니, 해괴한 ‘셀프 청문회’를 기습적으로 내놨다. 오만한 발상만큼 기막힌 건 이 분들이 얼마 전까진 코드 인사와 진박 타령을 그토록 두들겨 패던 바로 그 분들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어쩔 거냐’식의 모르쇠도 있다.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 나고 멈춰선 지 한 달째다. 한·미 동맹과 한·일 결속이 흔들리고 북한은 때를 만난 듯 마음대로 도발하는 와중인데 여야 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그렇다면 이 모든 난리 통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를 굳이 임명해야 하는 이유와 안팎의 국정 난맥에 대한 설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벙어리 정부다.
 
그러면서 남 탓, 과거 탓, 언론 탓은 부지런하다.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 가족 논란을 넘어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말하자면 전 정권의 교육제도 탓이란 뉘앙스다. 고칠 게 있으면 고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위선과 이중성이 핵심이다. 민심과 맞서겠다는 오기와 코드가 문제다. 게다가 제도만 놓고 보면 ‘정시 축소, 수시 확대’가 선거 공약이었다.
 
이미 장관 후보자 10여명을 ‘반대 많던 장관이 더 잘하더라’며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지금 내각이고 나라는 멍들었다. 소득주도성장, 적폐청산을 주도한 장하성·조국 전 청와대 수석은 고려대와 서울대 동문이 뽑은 ‘가장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올랐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고 ‘우린 다르다’는 데, 무엇이 다르고 왜 모범 정부란 건지는 보여 주질 않는다.  
     
소통이 없다. 설명도 없다. 그러면서 홍보 이벤트엔 열심이다. 열린 정부는 그런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해외서 유람선이 빠졌을 때도 새벽에 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잇단 북한 도발과 욕설엔 대꾸가 없다. 심지어 NSC조차 주재하지 않는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할 때도 NSC가 열리지 않았다. 이런 지적에 노영민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밥도 못 먹냐”고 맞고함 쳤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언급한 건 진짜 열린 정부, 소통 정부를 의미했을 것이다. ‘그런 줄 아시고요’는 소통이 아니다. 내 편과 네 편을 대하는 잣대가 그때그때 다른데도 ‘누구에게나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믿음을 드리겠다’면 그게 유체이탈 이다. 지금 정권이 야당 시절 가장 많이 동원했고, 국민 공감을 끌어냈던 그 단어다.
 
20년이든 30년이든 집권하려면 오만과 독선, 감성팔이 홍보론 어림없다. ‘퇴근 길에 시장 상인들과 소주 한 잔 나누는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던 ‘광화문 대통령’이 1호 공약이었다. 지금 과연 그런가. 자칭 소통 정부가 정말 소통에 나서는 날이 과연 오기는 할 것인지 묻는 게 시장 민심이다. 하물며 전세계 열린 정부는 어떻게 주도하겠다는 것인지.



  

[최보식 칼럼] 문재인과 조국은 어떤 특수관계인가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2019.09.06 03:17

둘 사이에 어떤 깊은 관계가 있어 일개 장관 후보 문제로
한 달째 나라가 이렇게 분열되는 상황을 방치하나

                            

조국 후보자를 청문(聽聞)해봐야 또 녹음기 틀듯 그 소리일 것이다. 정말 그 자리에 모셔야 할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대체 조 후보자와 어떤 관계인지 묻고 싶다. 세간에는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를 빗댄 풍문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이와 유사한 특수 관계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일개 장관 후보 문제로 한 달째 나라가 이렇게 분열되는 상황을 방치할 리 없다.

언론이 아무리 '무차별 들추기'를 한들 다른 공직 후보자들은 결코 조 후보자 같지는 않았다. 한 인간의 삶에서 위선과 가면, 이중성과 관계된 뉴스거리가 이렇게 많이 쏟아진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런 드러난 사실에 대해 입을 꾹 다물어왔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딸 가족이 살고 있다는 태국 등 동남아 3개국을 순방하는 날 환송 나온 민주당 관계자에게 입장을 표시했다. "청문회가 정쟁(政爭)이 돼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좋은 사람' 조국이 정쟁의 피해자가 됐다고 보고 있었구나. 언론과 야당이 좋은 사람을 해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구나.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하자고 한 것은 그의 대선 공약이었다. 현 정권에서 조국 민정수석의 손을 거쳐 공직 배제 사유는 7개 조항으로 늘어났다. 그런 조 후보자는 5가지의 공직 배제 사유에 직·간접 연루돼 있다. 게다가 정의(正義)의 사도처럼 10년 동안 매일 하루 평균 4개씩 트윗을 날리던 그의 가면이 벗겨지지 않나. 그럼에도 문 대통령에게 '좋은 사람'이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둘 사이는 어떤 특수 관계인지 알아내는 게 지금 사태의 본질이다.

그러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구하기 위해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 한마디에 교육부는 예정에 없는 입시 제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런데 조 후보자 딸과 관련된 의혹은 대입 제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머리 좋은 상위 계층이 꼼수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게 문제인가. 지난 보수 정권에서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바로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철학"이라고 조롱했던 조 후보자가 몰래 똑같이 한 게 문제인가.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았으나 특수 관계가 되면 이처럼 객관적인 인식이 어렵게 된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의 무엇에 홀렸는지는 모르나, 그가 그렇게 신봉했던 '촛불 정신'도 잊어버린 것 같다. 대학생들이 '조국 퇴출' 촛불을 들었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촛불로 된 대통령이라면 금방 달려가 마이크를 잡고 "촛불에 따르겠다"며 지지를 표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왜 일관성을 잃고 있는가. "제가 짊어진 사법 개혁의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도 없다"는 조 후보자의 허황한 사명감에 감염된 것인가. 사법 개혁 법안은 이미 국회로 넘어가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에 대한 논의의 주체는 국회다. 어쩌면 누가 법무장관이 된들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조 후보자가 설령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자신의 아내와 친척이 수사받는 상황에서 직무 수행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의 말대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무슨 힘이 남아 제도를 개혁하겠나.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온통 위선과 거짓으로 점철됐는데 또 무슨 도덕성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겠나. 헛된 망상이다. 과거에 그가 날렸던 "박근혜, 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 하지 마라" 같은 트윗이 자신에게 화살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과거 같으면 여당 내부에서는 벌써 '조국 사퇴론'이 나왔다. 내년 선거를 걱정했을 것이다. 그런 여당이 일사불란하게 조 후보자를 지키기 위해 거의 목숨 걸고 나온다. 여당이 청와대의 출장소가 아니라 아예 '들러리'가 됐다. 대체 왜 이런 해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르고 문 대통령은 아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조 후보자 문제가 진영 간의 정면 대결로 확산되는 걸 방치해온 이는 문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민 절반 이상의 분노와 허탈에 맞서려고 한다. 경제·안보·외교 모든 것에서 실패했는데, 이제 정권의 '도덕성'까지 잃을 판이다. 둘 사이는 어떤 깊은 관계이기에 제 무 덤 파는 짓을 하려는 걸까. '국민 소통'을 자랑해온 대통령은 이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이번에 조 후보자를 임명하면 향후 공직 검증에는 파렴치범도 통과될 것이다. 천하에 쓸모없는 청문회 제도는 내다버리자. 삼권분립 체제가 아닌 '전제군주제'로 아예 바꾸는 것이 옳다. 그러면 일반 국민은 생업을 미뤄두고 조 후보자의 소원처럼 '죽창'을 들고 일어날지 모른다.





[이기홍 칼럼]文정권의 후안무치에 숨어있는 계산

이기홍 논설실장입력 2019-09-06 03:00수정 2019-09-06 03:28

부끄러움을 모르는 조국과 집권세력 
특혜 의혹 대상이 황교안 가족이었어도 조국 옹호 같은 논리 폈을까
중도층 이탈 무릅쓴 조국 강행 고집은 
핵심 지지세력 다지고 선거법 개정으로 
범좌파 연대해 집권후반기 끌고 가는 전략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와 ‘마음’ 

요즘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소설 제목들이다.  

‘부끄러움…’은 고 박완서 선생이 1974년 발표한 작품이고, ‘마음’은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1914년 발표한 중편소설이다. 

‘부끄러움…’에는 속물근성과 이기심으로 뭉쳐 있으면서도 정작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마음’에는 도쿄제국대 재학시절 자신과 친구가 함께 연모했던 하숙집 딸을 얻기 위해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썼다가 친구를 잃은 뒤 평생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다 죽음을 택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인간은 생존과 더 많은 욕구 충족을 위해 끊임없이 욕심을 내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런 욕망의 질주 중간 중간 걸음을 멈추고 부끄러움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인간을 인간이게 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장면들은 그대로 소설로 옮겨도 창작보다 몇 배 더 적나라하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군상의 본색’을 보여줄 것 같다. 

조 후보자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드러난 위선과 탐욕의 실체 앞에서도 조금의 흔들림이 없는 그 멘털리티는 아마도 훗날 정신분석학, 심리학에 소중한 연구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조 후보자가 “관례였다”고 주장하는 그 관례들 속에 위·변조 의혹 행위도 포함되는지, 어떻게 산더미 같은 특혜가 조국 가족에게만 순차적으로 차례차례 주어진 것인지, 더구나 그 특혜들 대부분은 수혜자가 요청한 적도 없다는데 그럼 도대체 알아서 바친 메커니즘의 비밀이 무엇인지는 검찰 수사에서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조 후보자야 그렇다 쳐도, 국민들이 정말로 어이없어 한 건 여권 인사들의 행태다. 유시민 이재명 박원순 이해찬 등등의 인사들이 한쪽 지향성의 발언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어이없는 수준은 처음이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발언이 어떤 수준인지 자가측정해 보려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자신의 발언 녹취록에서 조국이라는 이름을 지운 뒤 황교안이나 나경원이라고 써넣고 다시 읽어보라. 10년, 20년 후 자신의 자녀가 이번 발언 기록을 읽게 되는 경우를 상상이나 해 봤을까. 

사실 후안무치는 ‘사이비 386’의 본색이다. 이념서적 몇 권 읽고는 세상을 선악 구도로 나누고, 특수한 시대적 고민의 산물인 “목적 달성을 위해선 합법적 수단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의적으로 연장시켜 온갖 자기합리화 논리로 무장했다.

물론 이번에는 논리가 궁색하다는 걸 그들도 내심 알았을게다. 그럼에도 앞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건 ‘조국 임명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전투’라는 청와대의 통치전략 차원 판단 때문이었을 게다. 

약 두 달 후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권이 여당 장악력을 잃지 않고 총선을 치르려면 핵심 지지 세력을 다져야 한다. 전두환 독재치하에서 별다른 학생운동 경력도 없지만 어쨌든 운동권, 진보의 상징처럼 포장된 조국은 핵심 지지 세력이 추종하는 대표 스타다.  

이 대목에서 유시민 등이 일제히 나선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즉 그들이 겨냥한 청중은 국민전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보수진영은 물론 중도층 조차 어이없어 한 억지 논리였지만, 나름대로 얼개를 맞춰 자기 완결성을 갖췄다. 불리한 팩트는 다 뜯어내고 유리한 것들만 별자리 잇기처럼 교묘히 연결시켰다.

즉, 조국 의혹에 마땅히 대응할 논리가 없어 풀죽어 있는 지지자들의 마음속에 싹튼 회의(懷疑)를 털어내고 수구세력에 맞서 성전(聖戰)을 펼칠 수 있는 방패 같은 논리를 제공한 것이다. 실제로 친여 인사들이 일제히 옹호 발언을 한 이후 지지층 결속이 급격히 이뤄졌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거는 유의 은밀한 지원과 동시에 방송과 인터넷에서 체면이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희생’한 것이다. 

조국에게 집착하다 놓치는 산토끼들이 너무 많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겠지만 여기에도 비책이 있다. 바로 패스트트랙에 올려놓은 선거법 개정이다.

중도층을 놓쳐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하락해도 비례대표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면 정의당 등의 의석수가 대폭 늘어나 범진보세력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쪼그라들 테니 집권 후반기를 끌고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봤을 게다. 그리고 민주당을 떠나간 젊은층, 중도층은 한국당으로 가지 않고 범진보 내 무당파로 남아있을 것이며, 대선 땐 다시 자석처럼 끌어당길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처럼 집권세력이 조국 임명 강행을 고집하는 바탕에는 핵심 지지층을 다지고 중도층 상실분은 선거법 개정으로 상쇄한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하지만 그런 정치공학적 계산이 책략가들의 예측대로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다.  

문 정권의 특질을 고려하면 이번 조국사태의 결말은 그리 궁금할 게 없다. 정말 궁금한 건 궤변을 늘어놓았던 이들의 훗날 표정이다. 부끄러움을 못 견뎌 발언 기록을 지우고 싶어 안달이 나 있을까, 아니면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여전히 배우지 못한 채로 또 다른 자기합리화를 늘어놓고 있을까. 이기홍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