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털끝만큼도 잘못 없고 완벽한 인간의 표본이며
他人의 惡 끝까지 찾는 건 '악한 사람'의 기본 특성
미국의 정신과 의사 모건 스콧펙(M. Scott Peck)의 고전적 명저 '거짓의 사람들'은 '조로남불'(조국과 내로남불의 합성어)이나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로 집약되는 그의 위선적 행동에 딱 들어맞는 심리 분석을 제시한다. 저자는 '자신은 털끝만큼도 잘못한 것이 없고 오히려 자신은 심리적으로 완벽한 인간의 표본이라고 믿으며 다른 사람들에게서 끊임없이 악을 찾아내는 것'을 악한(evil) 사람의 기본 특성으로 꼽았다. '이런 사람들의 치명적 결함은 죄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마음에 있다.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악하게 보고, 무슨 갈등이 생기면 세상 탓으로 돌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필요하다면 정의(正義)의 이름으로 타자를 파멸시키고 남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책임 전가로 나타난다.'
이들에게 내면의 고통은 없을까. '그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자신의 양심을 직시하는 고통 하나뿐이다. 그러나 병적인 자아를 지키기 위해 희생양을 찾아내서 스스로 죄책감의 고통을 깨끗이 거부한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한다. 그들은 고통 유발자이고, 병든 사회의 축소판을 만들어낸다.' 저자가 제시하는 악의 모델은, 자택을 압수수색당하자 "강제 수사를 경험한 국민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자녀의 인턴십 관련 보도에 대해선 "참기 어렵다"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한 조국의 행태와도 겹쳐진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그들은 자신의 자아상을 완전하게 지켜야겠다는 생각만 꽉 차 있어서 어떻게든 외형상의 도덕적 순결을 유지하고자 갖은 애를 다 쓴다. 선해지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겉으로 선하게 보이려는 욕망은 불처럼 강하다. 위장술의 도사들이다. 가면이 깨져 자신의 참모습이 드러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지적인 속임수를 자주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가벼운 정신분열증적 장애가 나타난다.' 키높이 구두를 신어 자신의 신장을 185㎝로 높이고, 딸에 대한 기자 질문에 눈시울을 붉히던 퍼포먼스가 얼른 떠오른다.
개인의 거짓은 집단 차원의 거짓으로 확대된다. 집단 지도자들도 실패의 계절이 오면 외부의 적에 대해 증오를 불러일으켜 집단 응집력을 강화한다. 외부에 초점을 맞추면 집단 내부 결함은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다. 은폐는 집단 차원의 거짓이다. '조국 장관 힘내시라'며 외치는 조국 응원단의 행태도 이런 정신병리학적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공지영 작가는 스콧펙의 저서에 나오는 '구마의식(驅魔儀式·마귀를 쫓는 종교의식)'을 인용하면서, 구마의식을 검찰 개혁에, 조국을 마귀(검찰)를 쫓는 퇴마사(退魔師)에 비유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책을 이렇게도 거꾸로 읽을 수 있나. 스콧펙은 '자기의 생각이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념에 사로잡히는 경우'를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라고 불렀다. 검찰과 조국, 어느 쪽이 마귀이고 퇴마사인지는 머지않아 검찰 조사실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