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역사의 뒤안길

저팔계(猪八戒)의 편지(18/07/12)

이름없는풀뿌리 2021. 7. 8. 11:42

저팔계(猪八戒)의 편지 (1) 참 잘 가꾸어진 탄천변. 오늘 거기를 걷다 어미 너구리를 만났다. 너구리는 北에서 가져온 뚱뚱한 저팔계의 편지라며 편지 한 장을 나에게 내밀었다. 편지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2)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모든 짐이 어린 나에게 맡겨졌을 때 참 암담하기도 하였지. 하지만 이내 정신 차리고 주변 정리를 시작했지. 어린 나에겐 무엇보다도 권위(최고 존엄)가 필요했지. 우선 적폐의 상징인 고모부를 본보기로 처단하고 어리다고 얕보는 놈들을 밤낮 가리지 않고 가려내어 광장에서 인민재판으로 즉결처분하고, 수용소로 보내고... 그런 와중에도 할아버지 때부터 유훈으로 진행해온 핵개발을 꾸준히 진행하여 성과를 거두었지. 나에게 대드는 놈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즈음 경제에 눈을 돌리고 있는 중이지. 그러자니 나를 못살게 구는 유엔제재를 풀어내야겠다고 생각했어. 유엔제재의 핵심인 미국 웬수놈들을 어떡하든 갈무리할 필요성을 느꼈지. 스위스에 유학하면서 파악한 자본주의의 약점과 부동산 장사꾼 출신 트럼프의 상술을 이용하리라 생각하고 친구 로드먼이 갖다 준 "거래의기술"을 원서로 정독했지. 그 요지는 "대부분의 장사꾼이 그렇듯 이문을 남기기 위해선 뭐든 한다."로 정의할 수 있더구만. 여기서 "뭐든 한다"는 말이 중요해. 그리고 남조선, 미국, 支那, 러시아와의 회담등 은둔에서 벗어나 광폭행보를 시작했지. 거래의 기술자인 트럼프를 만나보니 예상대로 장사꾼 -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 그런 장사꾼을 갖고 노는 법은 의외로 간단해. 그에게 커다란 이문을 남겨 준다고 느끼게만 해주면 돼. 장사꾼의 이문이라는 게 말이야. 善과 惡이란 아무 의미도 없고 뭐든 이문이 남는다고 생각하게 하면 되는 거였지. 그런 이문이란 오직 총선과 재선에서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될듯 말듯한 상황만 만들어주면 되는 거지. 돈 한푼 안드는 일이야.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대단한 것이 나에겐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 그래서 나는 아무 것도 잃은 게 없는데 다들 통 큰 결단이라고 놀라는 거지. 내가 파악한 자본주의의 약점은 바로 다수결 주의와 여론조사야. 때론 소수의 의견이 정론인 경우가 허다한데 소위 자본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민주주의란게 다수결에 따른 선거로 善과 惡이 나뉘는 거야. 진정한 리더는 소수의견이라도 정의롭다면 그러한 편에 서고 다수를 설득하여 올바른 길로 안내하여야 할 텐데... 여론조사와 인기도에만 좌우되다보니 진정한 리더가 나올리 만무하지. 스위스 유학하면서 배운 자본주의 장점은 풍요롭고 인간답게 산다는 것등 다 좋은데 오로지 다수결로 모든 게 결론난다는 단점이 있는 거였지. 그러니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여론몰이에 열중하고 그 결과 선거에서 권력이 창출되는 그들은 나를 이용하여 표를 모으는 소재로 삼으리라는 것, 그들이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核을 가진 우리와 절대 전쟁은 할 수 없다는 것, 여기에 제재에 동참하였지만 러시아와 지나(支那)는 결국 나의 편이라는 것, 따라서 다가오는 선거와 핵협상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것, 그러므로 어느 정도 협상의 당근을 주면서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킨다면 느슨해진 제재의 틈에서 꽉꽉 막힌 경제를 조금은 풀어낼 수 있으리란 판단인 거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그야말로 천운인지, 할아버지의 은덕인지, 전주 모악산에 있다는 김태서 시조묘의 기운인지, 제주도에 있다는 나의 불쌍한 어머니 조상의 기운인지는 몰라도 악의 제국인양 멸망시킬 듯이 대들던 미제 웬쑤와 대화의 국면을 만들게 된거지. 미국 놈들과의 협상에서 그들이 CVID니 FFID를 들고 나오면 "우리는 주체사상의 나라이다. 나야 그렇게 구석구석 대규모 검증단이 들어오는 걸 허용할 수 있지만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내 참모들과 인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50여년 핵개발에 매진한 인민들이 쟎느냐? 나 저팔계 위원장의 진심을 믿어달라. 조선반도에서 핵을 없애는 것은 先代의 遺訓이다. 내 부하들을 설득하고 인민들을 무마하며 우리의 자존을 지키게 해달라. 우리 스스로 핵갱도를 폭파하고 차례차례 비핵화 조치를 할테니 믿어달라." 는 말로 일관하였지. 그 말에 이상하게도 남조선 인사들과 폼페이오와 트럼프도 감격해 하는 거야. 딱 한 놈, 오랫동안 우리를 관찰해 온 볼턴이란 놈은 그 말의 진의를 알고 있는 눈치였어. 사실 그 놈만 없으면 내 맘대로 미국 놈들을 요리할 텐데 말이야. 팔자수염을 휘날리며 꼭 내 아픈 곳만 골라서 콕콕 찝어대는 통에 잠이 안 올 지경이야. 한반도에서 핵을 없애는 것이 선대의 유훈이란 말은 듣기에 따라선 마치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알겠지만 한반도란 말을 잘 생각해 봐야지. 우리를 검증하겠다면 남측에 진주한 미국의 핵도 검증해야한다는 전제가 있는 거지. 우리에겐 외국군이 주둔하지 않으므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것이 바로 내 최종목표인거지. 그렇게 어렵게 움켜쥐게 된 핵을 내가 포기? 어림없지. 지하에 그물같이 건설한 세계최고의 땅굴 속에 숨겨 논다면 누가 알까? 숨겨놓은 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외부와의 거래에서 은근슬쩍 겁을 주고 목적을 관철하고 내부적으로는 내가 졸개들을 다스리기엔 그만한 무기도 없는 거야.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그들 스스로 미군철수 문제를 조금씩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거지. 나의 최종목표는 바로 미군철수인데 말이야. 지난번 대련에서 미군철수에 대하여 씨따끄에게 말하니 너무 좋아하더라고.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세계제패를 꿈꾸는 씨따끄에겐 남조선에 주둔한 미군은 목구멍의 가시 같은 존재야. 그 말 한마디에 제재에 동참했던 그들이 갑자기 혈맹으로 돌아선 거지. 이런 아이디어는 내가 머리도 좋지만 先代가 쌓아놓은 기술들을 보관한 3층 서기실의 자문단이 나에게 밤낮 가리지 않고 코치한 덕이야. 내 주머니가 텅텅 빈 지금 그런 소식들은 날 흐뭇하게 해. 왜냐면 거기서 들어올 수입 대부분은 내 주머니로 들어오기 때문이지. 인민들이야 워낙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 익숙하다보니 거기서 얻는 수입의 조금만 떼어 굶주린 인민에게 밥만 조금 먹여주고 나머지 수익은 다 내 주머니로 압수해도 별 불만이 없는 게 우리 공화국이야. 위대한 사회주의 건설에 불철주야 노심초사 국가사업에 매진하는 위대한 수령님의 필요자금이라고 다들 이해해 주게 되어 있어. 사실 이런 시스템은 내 할아버지의 주체사상의 힘이야. 내가 사실 후계수업 기간이 2년 정도 밖에 안되고서도 국가를 장악했다고 다들 놀라지만 사실 이런 시스템은 내 능력이 아니고 내 할아버지와 아부지가 만들어 놓은 거야. 난 북조선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3층 서기실의 조직과 자료, 묘향산 할아버지 박물관의 유물이면 충분해. 다들 나 하나 죽으면 북조선이 뭐 어떻게 될 줄 알지만 천만에.... 3층 서기실과 주체사상은 核으로도 파괴가 안되므로 아마 종국에는 이 시스템으로 조선반도를 통일하고야 말리라고 확신해. 다들 촛불의 힘으로 권력을 바꾼 남조선의 체재와 경제가 조선반도를 통일할 거라 하지만 아마 힘들걸. 로켓맨이라는둥 눈만 뜨면 날 잡아먹어버릴 기세였던 거래의 기술자는 나와 딱 한번 만나보고서는 진정한 젊은 지도자로 이해해 주게 되었으니 말이야. 그러나 난 알고 있지. 그게 그들의 진심이 아니란 사실을 말이야. 나와 그들과는 입장이 다르지. 죽을 때까지 누리는 종신직인 나는 곧 조선이고, 내가 곧 우리의 헌법인 반면 선거에 의해 명줄이 좌우되는 그들은 연임한다고 해도 10년을 넘기기 힘들지. 그러니 지지도에 목매달고 지지율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라도 거래를 하지. 핵갱도 폭파가 쇼인 줄 알면서도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고 자평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마치 핵문제가 해결된 듯 한 그들 국민들의 환호가 곧 그들의 표와 직결됨을 알고 다시 복구하면 그만인 걸 가지고 그 환호를 표로 연결시키려는 쇼에 동참하고 있는 거지. 625 때 땅에 묻힌 전사자 유해송환에 환호하는 당사자 가족을 비롯한 그들 국민들의 나에 대한 인기도를 곧 그들의 표와 직결시키려고 아무것도 아닌 뼉따구에 감사해하고 나를 참 인정 많은 지도자로 둔갑시켜주니 너무 좋아. 뼉따구 하나 갖고 전사자의 유해 송환이라고 감격해하는 꼬락서니라니... 참 암만생각해도 난 복이 많은 사람이야. 사람들은 우리 아부지가 왜 나를 김일성대학, 모스크바대학, 북경대학을 놔두고 굳이 서방권에 속한 중립국 스위스에 유학 시켰는지 의아해 하지만 일찍이 스위스 유학에서 그러한 국민의 인기에 함몰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악하게 하여 오늘날 내가 써 먹는 것 아니겠어? 얼마 전 태영호란 놈이 우리가 목적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저자세로 외교하는 저팔계식 외교를 하고 있다고 까발렸다고 하던데 그건 수단일 뿐 목적은 따로 있지. 즉, 우리의 전술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엎드리고 따라오게 만드는 전술, 그들의 명줄인 국민의 여론과 인기를 역으로 이용하는 전술, 그 거대한 전술을 나는 지백전술(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말하고 싶어. 곧 전쟁으로 북조선을 뭉그러트릴 것 같던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나를 믿는다고 하고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돈 드는 전략자산을 스스로 철수하고... 이런 현상을 남조선과 미국의 보수파들은 신기해하는데 그건 원래 그렇게 진행될 운명이었어. 왜냐면 나에겐 核이 있으니까. 그런 핵을 미쳤다고 내가 폐기하겠어? 그렇게 만사형통인 핵을 내가 왜 없애야하지? 그리고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는 이길 수 밖에 없어. 협상 당사자 들을 보더라도 선거 때마다 인물이 바뀔 수 밖에 없는 미국측은 외교에 경험없는 촛자들이지만 우리는 미국을 상대로 30년 이상 전담한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지. 그러니 우리는 미국의 약점, 자본주의의 약점을 훤히 꿰고 벼랑끝 전술, 약간의 선심 전술, 지연전술, 살라미 전술, 저팔계 전술등 지백전술을 동원하면 미국 웬쑤놈들 이기는 건 아무 것도 아니지. 그런 점은 남조선도 마찬가지인데 남조선은 전술을 쓸 필요도 없게 되었어. 알아서 박박 기면서 척척 진행시켜주니 그냥 약간의 힌트만 주면 되는데 뭐. 핵이 없는 한반도는 선대의 유훈? 맞아. 하지만 한반도란 단서를 봐야지. 북조선뿐만이 아니고 남조선도 해당됨을 왜 모르는지? 내가 알기론 남조선도 맘만 먹으면 1-2년 내에 핵을 만들 수 있는 걸루 알고 있어. 그들이 최종적으로 CVID니 FFID를 하겠다면 마지막으로 난 이 부분도 검증하자고 할 거야. 남조선에 진주한 모든 미군부대를 구석구석 검증하자고 할 거야.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핵 원자로도 아마 무사치는 못할 거야. 핵 원자로를 없애면 수출로 먹고사는 남조선의 온갖 산업이 스톱될걸? 자. 이제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란 말을 이해하겠지? 그래도 이해 안 되면 직설적으로 말해줄까? 비핵화?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거야. 그러므로 우리는 핵보유국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핵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거야. 난 이 자부심으로 왜놈들의 목을 죄어 최소 1조 엔을 받아내고 이 기술을 중동의 우리 동무들에게 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에게서 최소 10억 달러를 요구할 참이야. 어차피 비핵화는 이루어질 수 없으니 미국 놈에게서는 돈보다도 미군철수를 얻어내야지. 남조선 동포들에겐 구질구질하게 돈을 요구하지는 않을 거야. 왜냐면 그 단계에 가면 선대의 유훈인 적화통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면 남조선이 곧 나의 것인데 구질구질하게 무슨 돈을 요구하겠어? 정리하자면, 나의 전략은 지백전술을 활용하여 비핵화협상→종전선언→표면적 비핵화→ 미군철수→적화통일→주체사상에 기반한 사회주의국가 건설 이것이 나의 원대한 이상이자 계획이야. 이러한 극비전략을 알려주었으니 적화통일되어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당신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협조하는 게 좋을거야. (3) 이러한 저팔계의 편지를 주고 너구리는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난 이 편지를 몇 번 곱씹어 읽어보았다. 그리고 이 편지를 정부기관에 알려야 하지 않나 고민하였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였다. 지금 남북화해무드에 젖어 있는 그들이 이런 편지를 읽어 볼 리 만무하고 읽어 볼지라도 조작되었다고 오히려 나를 의심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나보다 훨씬 방대한 정보를 보고받고 판단하는 그들이 이러한 김위원장의 전략을 모를 리 없고 오로지 표를 모으려는데 혈안이 되어 국민들 앞에 쇼를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그들에게 이 편지를 전달한들 아무 효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쨋튼 참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지극히 걱정되는 요즈음이다. 배달9215/개천5916/단기4351/서기2018/07/12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