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 산성길58(아프락사스) –
아직은 쌀쌀한 봄날
앙상한 숲 속 우듬지
흐르는 물관부에
피톨들 쿵쿵거리고
움트는
아프락사스는
꿈틀대며 엿보고
배달9221/개천5922/단기4357/서기2024/03/11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 우듬지 : 나무줄기의 끝 부분
* 피톨(phytol) : 혈액의 고체 성분으로 혈장 속에 떠다니는 세포.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있다.
* 아프락사스Abraxas :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칼 융이 사용한 고대 신의 이름으로, 양극적인 것을 포
괄하는 신성을 말한다. 우주 최초의 에너지는 반드시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다. 끌어당기고
뻗어나가는 작용이 바로 그것이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음과 양이라 하며, 자석이 N극과 S극을 동시에
갖고 서로 밀고 당기는 이유가 바로 아프락사스의 원리 때문이다.
>>
덧붙임)
산성길58(아프락사스)(1)
이 얼마만인가?
기다리던 산성길을 오르다.
아직은 겨울의 흔적이 있지만
느낌은 어김없이 봄의 동태를 실어 나른다.
(2)
마치 계란을 전등에 비추어 보면
실핏줄의 얼개가 보이듯
빛의 힘으로 껍질을 깨고 나오려고
껍질을 두드리는 피톨들이 숲 속 가득 요란하다.
(3)
마침내 깨어난 새가
아프락사스를 향해 나르듯
모처럼의 산행의 마음은
제2남옹성 조망의 하늘 속으로 나르다.
올해엔 부지런한 산행을 다짐하다.
배달9221/개천5922/단기4357/서기2024/03/11 이름없는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집을 나서(09:30) 오른 경주김씨묘원(10:30) 조망
2) 옛길 옆 불망비(11:00)
3) 남문 앞 무궁화 씨앗
4) 2시간 만에 도달(11:30)한 아름다운 남문
5) 개화되기 시작한 올괴불나무꽃
6) 비밀의 숲1의 마 열매
7) 제2남옹성 조망(12:00)
8) 께끗이 예초한 제2남옹성
9) 미국쑥부쟁이의 잔영과 제10암문 조망(12:30)
10) 시구문(노루귀는 아직 동정 없슴) 옆 동문(12:45)
17) 오늘의 여정(단대공원-불망비-남문-남장대-시구문-행궁, 약8km. 4시간)
*[아침광장] 아프락사스
경북일보 양선규 대구교대 명예교수 2024.01.23 16:14
헤세의 ‘데미안’은 성장소설로 유명합니다. ‘데미안’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아프락사
스’입니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한다. 그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그것입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보낸 쪽지에 적혀있는 말이지요. 이때의 ‘아프락
사스’는 흔히 자기 갱신, 자기실현으로 해석되는 ‘알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과 동의어로 인식됩
니다.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목적지라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보통
‘아프락사스’가 등장하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자기 세계의 파괴’이지 ‘아프락사
스’는 아닙니다. 고작해야 ‘아프락사스’는 ‘알을 깨고 나오는 놓여남의 형식’을 강조하는, 일종
의 수사적 차원의 비유로만, 이해될 때가 많습니다. 단단하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알을 깨고 나
오는 것’이 가장 중한 것이고 그 새가 향하는 ‘아프락사스’는 명목뿐인 행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
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데미안’이라는 소설 전체의 문맥을 고려해서 그 대목을 보면 사정은
그 반대입니다. 중한 것은 ‘아프락사스’이고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그것에 이르는 단순한 과
정적인 단계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성숙하려면 보다 큰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지향점인 그 세계가
바로 아프락사스라는 것입니다.
데미안의 쪽지에 담긴 ‘아프락사스’는 고대 신의 이름으로 지중해 연안에서 널리 수용된 ‘제 한
몸으로 감싸는 상징’ 중의 하나입니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하는 우로보로스적(혼돈적)
상징입니다. 그런 고대신을 불러온 의도는 이성 중심의 ‘배제하고 나누는’ 사회에서 벗어나서 사랑
으로 이 세계를 감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그의 곁으로 날
아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나를 구속하고 있는 이분법의 세계로부터 놓여난다’는 뜻입니다. 절대선
과 절대악이라는 이분법을 거부하고 제 한 몸으로 이 세상을 감싸는 포용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헤세
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부분입니다.
아프락사스는 일반적으로 수탉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포이보스(Poebus)에서 유
래했다고 본다. 가끔 사자 머리가 달린 경우도 있는데 이집트 태양신 라(Ra) 또는 미트라(Mithra)의
영향으로 간주한다. (중략) 가톨릭교회가 대대로 영지주의(靈知主義)를 반대하면서 아프락사스 역시
숭배받는 신에서 악마로 그 신분이 바뀐다. 19세기 『지옥사전』에서 아브락사스는 머리에 왕관을 쓴
대머리 고블린으로 묘사된다. 한 손에는 채찍을 쥐고 또 한 손에는 마법 보석 비슷한 펜던트를 들고
있으며 두 다리는 뱀이 휘감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간 안에는 신적 섬광이 있는데, 원래 이 신적 섬광은 본디 영적 세계의 존재로서 죄를 지어 탄생과
죽음의 운명에 속한 이 물질 세상에 떨어져 육신 안에 감금된 상태라는 것, 그리고 신적 섬광이 영적
세계에 다시 복원되기 위해서는 ‘영지(靈知)’를 통해 깨우침을 받아야 한다는 믿음이 영지주의입니
다. ‘아프락사스’는 그러니까 ‘영지(靈知)’의 대명사인 셈입니다. 이 시기 싱클레어는 또 한 번
성숙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자기 안의 ‘영지(靈知)’를 찾아 고행의 길에 나섭니다. ‘작은 스
승’ 피스토리우스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이때의 일입니다. 작은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
스를 만나 ‘아프락사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싱클레어는 그의 제자가 되고 스스로 자기의 세
계를 확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의 품을 벗어나게 될 때 싱클레어는
알을 깨고 나오는 성숙의 아픔을 비로소 몸으로 겪습니다.
Tornero 나 돌아오리라 / Santo Califo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