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혼(虛無魂)의 선언(宣言) - 오상순 /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 물아 쉬임 없이 끝없이 흘러가는 물아 너는 무슨 뜻이 있어 그와 같이 흐르는가 이상스레 나의 애를 태운다 끝 모르는 지경(地境)으로 나의 혼(魂)을 꾀어 간다 나의 사상(思想)의 무애(無碍)와 감정(感情)의 자유(自由)는 실로 네가 낳아준 선물이다 오―그러나 너는 갑갑다 너무도 갑갑해서 못 견디겠다. 구름아 하늘에 헤매이는 구름아 허공(虛空)에 떠서 흘러가는 구름아 형형(形形)으로 색색(色色)으로 나타났다가는 슬어지고 슬어졌다가는 나타나고 슬어지는 것이 너의 미(美)요―생명(生命)이요 멸(滅)하는 순간(瞬間)이 너의 향락(享樂)이다 오―나도 너와 같이 죽고 싶다 나는 애타는 가슴을 안고 얼마나 울었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