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아름다운 문학 206

<맹자> 대장부(大丈夫)론

대장부(大丈夫) - 孟子(맹자)6권滕文公下(등문공하) 『신음어(呻吟語)』/ 맹자 사람의 길, 도올 김용옥 -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 與民由之 不得志, 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 천하의 넒은 자리에 거하고 천하의 가장 바른 자리에 서고 천하의 가장 큰 도를 행한다. 뜻을 얻으면 일반 백성들과 더불어 함께 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그 도를 홀로 행한다. 부귀도 나를 타락시킬 수 없고 빈천도 나를 움직일 수 없고 어떠한 위세와 무력도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 대장부라 한다. 孟子 (BC 372 ~ BC 289) 이 이야기는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나온다. 변설로 천하를 누비는 공손연이나 장의와 같은 종횡가들을, 남편의 비위나..

<한희정> 싸락눈 / 자목련이 가는 길 / 맥문동꽃

싸락눈 - 한희정 / 스토리문학관 / 210111 - 생트집 저 성깔 아직 철이 덜 든 거야 젊쟎은 듯 헛기침에 어른흉내 내어봐도 뒤집힌 호주머니 한 쪽 흩어지는 쌀 튀밥 톡톡 튕겨나도 이내 녹는 반절 대답 두 팔을 내밀어도 손길 슬쩍 뿌리치는 간절기 그 사잇길로 왔다가는 아이들 자목련이 가는 길 - 한희정 / 스토리문학관 / 210329 - 봄볕 산란기엔 대지도 아파 온다 며칠째 배란통에 탱탱한 봉오리들 진보라 새틴스티치 손끝에서 아리다​ 눈 감고도 길을 찾는 엄마의 직감 따라 눈 뜨면 잠옷차림 아이자랑 쏟아놓던 늦도록 아파트 공원에 그 친구가 서 있다​ 뜬금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뜨는 친구 목젖이 보이도록 호탕하게 웃는 저기 미안해, 어깨 툭 치며 자목련이 지고 있다 맥문동꽃 - 한희정 / 스토리문학..

<천상병> 귀천(歸天) / 새

Where did we come from and what are we and where do we go to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139x375cm, 1897-1898),보스톤 미술관 폴 고갱의 작품으로 오른쪽 아래 아기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중간에 열매를 따는 장성한 성인의 모습을, 맨 왼쪽 아래에는 삶의 끝자락에서 얼굴을 감싸고 생각하는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삶의 시작과 중간, 끝의 일생에 대하여 파노라마 형식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귀천(歸天) - 천상병 / (1970)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

<두보, 설도> 春望(춘망) / 春望詞(춘망사) / 時調 春望詞

春望 춘망 - 杜甫 두보(712 ~ 770) -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남아 있어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이 무성하다. 感時花濺淚(감시화천루) 때를 느꼈는지 꽃도 눈물을 뿌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이별이 서러운지 새도 놀란 듯 운다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봉홧불 석 달 동안 연달아 이어지니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집에서 오는 편지는 만금보다 값지네. 白頭搔更短(백두소갱단) 흰머리 긁으니 다시 짧아지고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아예 비녀조차 이기지 못하는구나 * 杜甫 두보(712~770) : 이백과 함께 중국의 최고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두보는 7세 때부터 시를지 었다는 조숙한 소년이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뤄양의 숙모 밑에서 자랐는데 그의 시에 대한 재능..

<라이나 마리아 릴케> 가을날 / 말테의 수기 일절

가을날 - 라이나 마리아 릴케 -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 저리 가로수 길을 헤매일 것입니다. ​ 가을날 원문 -獨語- Herbsttag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β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

<李白> 山中問答(산중문답)

아산 조방원(雅山 趙邦元) ‘산중문답’, 1980-90년대 초, 120×190㎝, 종이에 엷은 색. 개인 소장 山中問答(산중문답) - 李 白 -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묻길래​ 笑而不答心自閒 (소이부답심자한)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류수묘연거) 복사꽃잎 아득히 물에 떠 가는 곳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여기는 별천지라 인간 세상 아니네. ​ 중국 당나라의 시인(701~762).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다. 두보(杜甫)를 시성 (詩聖)이라 칭하는 데 대하여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진다. 정치적 포부가 컸으며 현종(玄宗)의 궁정 시인이 되기도 했으나 대체로 일생을 방랑 속에서 불우하게 보냈다. 성격이 호탕하여..

<번 한> 고려성회고시

고려성회고시(高麗城懷古詩) - 번한(樊漢) / 唐(당)나라 詩人(시인) - 僻地城門啓(벽지성문계) 주인 없는 외딴 곳 성문 활짝 열렸있고 雪林雉堞長(설림치첩장) 눈덮인 숲 속에 긴 성벽(치첩)이 늘어져 있네. 水明留晩照(수명유만조) 맑디맑은 호수에 저녁노을은 붉게 물들어가고 沙暗燭星光(사암촉성광) 호변 모래사장에 어둠이 깔리고 별빛만 반짝이네. ​ 壘鼓連雲起(루고연운기) 쩌렁쩌렁 울리던 북소리에 구름 걷히고 新花拂地粧(신화불지장) 새꽃들 피어나 피맺힌 땅 새단장하니 居然朝市變(거연조시변) 어느덧 시절이 변하여 나라가 바뀌었음을 알겠구나 無復管絃鏘(무부관현장) 땅 울리던 진군소리(관현장) 다시 들을 수 없고 ​ 荊棘黃塵裏(형극황진이) 가시밭우거진 들판엔 누런 흙먼지만 쌓여 있고 蒿蓬古道傍(호봉고도방) 옛 ..

<화엄경>보현행원품에서

​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紺紙金泥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 변상도(變相圖) [국보235호] 박피위지(剝皮爲紙) -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 중에서 - 復次善男子야 言常隨佛學者는 如此娑婆世界毘盧遮那如來가 부차선남자야 언상수불학자는 여차사바세계비로자나여래가 다시 또 선남자여, 부처님을 따라서 배운다는 것은 이 사바세계의 비로자나부처님께서 從初發心으로 精進不退하사 以不可說不可說身命으로 而爲布施하며 종초발심으로 정진불퇴하사 이불가설불가설신명으로 이위보시하며 초발심부터 정진하여 물러나지 않으시고, 불가설 불가설의 몸과 목숨으로 보시하였으며, 剝皮爲紙하고 析骨爲筆하고 刺血爲墨하야 書寫經典을 積如須彌하시니 박피위지하고 석골위필하고 자혈위묵하야 서사경전을 적여수미하시니 제 몸의 가죽을 벗겨 종이로 삼고, 제 몸의..

<설 직> 추조람경

​ 尹斗緖自畵像. 국보(1987.12.26 지정). 종이 바탕에 담채. 세로 38.5㎝, 가로 20.5㎝. 윤영선 소장. 몸은 완전히 생략하고 얼굴만 확대하여 표현한 특이한 형식의 자화상으로 그 유례가 없다. 예리한 관 찰력을 바탕으로 정기 어린 눈, 적당히 살이 오른 얼굴, 잘 다듬은 수염 등을 정확하고 섬세한 필치 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윤두서가 인물화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증명해주며, 동시에 동양 의 초상화가 추구한 전신의 기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추조람경(秋朝覽鏡) 가을아침 거울을 보고 - 설직(薛稷) - 객심경락목(客心驚落木) 나그네 마음 떨어지는 나뭇잎에 놀라 ​ 야좌청추풍(夜坐聽秋風) 밤에 홀로 앉아 가을 바람소리 듣다가 ​ 조일간용발(朝日看容髮) 아침에 일어나..

<이정희> 글을 쓴다는 것, 그것

글을 쓴다는 것, 그것 - 이 정 희 / 2003/08/29 - 글쟁이도 아니면서 때가 지나기 전에 뭔가 또 쓰긴 써야할 텐데, 하고 열 일 제쳐놓고 마음을 다그친다. ​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쓰는 글인가. 일상의 리듬을 깨 가면서까지. ​ 일간지로 등단을 해, 문단에 들어서 시대를 빛낸 문인으로 한 획을 긋는, 그런 거창한 꿈 따윈, 나에게 없다. ​ 그저 시나 소설, 수필을 읽는 게 좋아서, 읽고 나면 끝없이 웅웅거리는 내 속 울림, 그것 때문에 한마디 또 배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