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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층이 녹는다… 땅속 '탄소 괴물'이 깨어난다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18. 11:40

 

동토층이 녹는다… 땅속 '탄소 괴물'이 깨어난다

  • 입력 : 2009.06.02 03:10

녹은 땅에서 식물 성장 처음엔 탄소 흡수 효과
수천년 전 쌓인 유기물에서 탄소 방출되기 시작하면 지구온난화 더 가속화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서 극지방의 얼음들이 녹고 있다. 얼음으로 덮인 땅이 녹아 식물이 자라면 지구에도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타났다. 시베리아나 알래스카의 영구 동토층(凍土層) 툰드라가 녹는 것은 수천년 동안 땅속에 갇혀 있는 괴물을 깨우는 일과 같았다.

35년 지나면 탄소 방출이 더 우세

미 플로리다대의 테드 셔(Schuur) 교수 연구진은 알래스카 툰드라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탄소량과 연대를 측정한 결과를 지난달 28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980년대부터 한 지역을 계속 추적했다.

툰드라에선 표면에 이끼 같은 식물이 자랐다. 이때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흡수하는 탄소의 양과, 식물의 호흡과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내놓는 탄소의 양이 거의 같았다. 즉 지구온난화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15년쯤 지나자 툰드라 일부가 녹기 시작했다. 식물이 더 빨리 자라면서 일반인들의 기대대로 식물이나 미생물이 대기 중으로 내뿜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광합성으로 흡수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방출되는 탄소 중에 연대가 오래된 것이 많아졌다. 탄소는 질량이 12인 것과 14인 것이 있다. 바로 탄소동위원소다. 자연에는 탄소12와 14가 일정한 비율로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탄소14의 양만 일정한 속도로 줄어든다. 이를 역산해 처음 탄소가 있었던 시기를 알 수 있다. 조사 시작 후 15년 지난 시점의 툰드라에서는 탄소14의 양이 줄어 있었다. 결국 이때부터 수천년 전 쌓인 유기물에서 나온 탄소가 방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35년쯤 지나자 상황은 악화됐다. 여전히 식물들이 왕성하게 탄소를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탄소가 훨씬 많아졌다. 지하 깊숙한 곳까지 녹으면서 미생물들이 수천년 전에 쌓인 유기물을 분해했기 때문이다. 수천년 전 지하에 갇힌 '괴물'이 풀려난 셈이다. 이 탄소 괴물은 지구온난화를 더 가속시키게 된다.

메탄 방출되면 더 심각해질 수도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강호정 교수는 "장기간에 걸친 동토층 해빙(解氷)의 결과를 분석해 식물 생장으로 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라며 "또 다른 지구온난화 기체인 메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얼어 있던 땅이 녹으면서 물이 빠지고 식물이 자라는 지역을 조사했다. 산소가 활발히 오가기 때문에 탄소가 이산화탄소 형태로 방출된다. 반면 물이 빠지지 않고 호수로 남은 곳에서는 산소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때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 탄소가 메탄 형태로 방출된다. 강 교수는 "메탄은 방출량이 이산화탄소보다 적을지 몰라도 온난화 효과는 25배나 높다" 말했다. 툰드라 호수엔 더 흉학한 괴물이 갇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