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중심 괴물 블랙홀 '식탐' 급격히 늘었다 <NASA>
서울신문 입력 2015.09.24. 18:32 수정 2015.09.24. 18:46
거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별’…X선 플레어 방출 급증
스쳐 지나간 미스터리 천체 G2 때문 VS 일반적인 현상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괴물 블랙홀의 ‘식탐’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과학자들이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찬드라 등 X선 우주망원경이 잠잠했던 거대질량 블랙홀의 ‘X선 플레어’(입자 대방출)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탐지해냈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그동안 제한된 관측으로 인해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반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스쳐지나간 미스터리한 천체의 영향 때문 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년간 NASA의 ‘찬드라’와 ‘스위프트’, 그리고 유럽우주국(ESA)의 ‘XMM-뉴턴’ 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조합해 이 블랙홀의 행동을 관찰해왔다. ‘궁수자리 A별’(Sagittarius A* 혹은 Sgr A*)로 알려진 이 거대질량 블랙홀은 우리 태양보다 400만 배 이상 많은 질량을 지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는데 이때 뜨겁게 달구어진 가스에서 X선 플레어가 발생한다. 이번 연구로 궁수자리 A별에서 이런 플레어가 열흘쯤마다 나타나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지난해 미스터리 천체 G2가 이 블랙홀에 가까이 스쳐간 후부터 거의 매일 X선 플레어를 방출하고 밝기가 무려 10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가브리엘레 폰티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연구소 박사는 “수 년간 우리는 궁수자리 A별에서 방출되는 X선을 추적해왔다. 물론 이 먼지로 둘러싸인 천체(G2)의 접근 또한 포함했다”면서 “예전에는 이 천체가 궁수자리 A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리의 새로운 데이터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은 G2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가스 구름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 이후 궁수자리 A별에 근접해 지나칠 때 그 모습이 블랙홀의 중력으로 다소 늘어진 것 외에는 그다지 변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G2가 단순한 가스 구름이 아니라 사실 외층 대기가 팽창한 거대 별일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이끌어냈다. 마크 모리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교수는 “G2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직 결론은 나자 않았지만, 이 천체가 스쳐가고 오래지 않아 궁수자리 A별이 더 활동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은 G2에서 나온 물질이 블랙홀의 ‘식탐’을 증가시킨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G2가 원인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학자들은 궁수자리 A별처럼 행동하는 또 다른 블랙홀들을 찾아냈고, 궁수자리 A별에서 증가된 X선 플레어가 일반적인 블랙홀의 특성으로 G2와는 관련성이 없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X선 플레어가 급증한 것은 블랙홀에 ‘먹이’(물질)를 제공하는 근처 큰 별들로부터 발생한 항성풍의 강도가 변화해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바라 디 마르코 막스플랑크 외계물리연구소 박사는 “앞으로 몇 달간 궁수자리 A별의 X선을 계속 관측할 것”이라면서 “이 관측으로 G2가 원인인지, 일반적인 블랙홀의 행동 양상 인지를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1999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우리 은하 중심을 관측한 찬드라와 XMM-뉴턴의 150차례 관측 데이터를 포함한다. 2014년 중반 G2가 궁수자리 A별을 스쳐지나간 후 수개월간 X선 플레어의 방출비율과 밝기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G2의 접근으로 블랙홀의 식탐이 늘어났다는 앞서 설명한 이론이 맞다면 X선 플레어의 급증은 블랙홀로 빨려들어간 물질이 ‘초과 공급’됐다는 첫 번째 징후가 될 것이다. 일부 가스는 G2에서 빼았겨 궁수자리 A별의 중력에 붙들렸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궁수자리 A별이 더 많은 가스를 소비하기 위해 빨아들이면서 증가된 온도로 X선 플레어가 늘어났을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왕립천문학회월간보고’(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사진=NASA 윤태희 기자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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