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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로 이끈 주인공은? (The Science Times 2016/11/14 기사에서 발췌)

이름없는풀뿌리 2016. 12. 22. 13:08

일부일처제로 이끈 주인공은?

네안데르탈인과 성병 관계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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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는 생물학자들에게 오랜 수수께끼였다. 진화상 수컷이 가능한 한 많은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가 더 유리한 전략임이 당연해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늑대나 수달 등 포유류의 약 9%에서 일부일처제가 발견되지만 인간 사회만큼 유독 강조되는 곳도 없다. 이에 대해 수많은 가설들이 제기되었으나 어느 것도 분명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지난 4월 캐나다 워털루대학 연구진은 또 하나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즉, 인간 사회의 일부일처제는 성병의 무분별한 감염 때문에 정착되었다는 흥미로운 가설이다.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 지에 게재된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소규모로 흩어져 사냥했던 수렵사회에서는 일부다처제에서도 성병이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농사를 시작하면서 사회 규모가 커지고 집단 간 접촉이 늘게 된 이후 일부다처제를 하게 되면 성병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 것.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중 한 종류를 현생인류에게 옮긴 것은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중 한 종류를 현생인류에게 옮긴 것은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위키미디어 public domain

수학적 컴퓨터 모델링 결과, 이때 일부일처주의자의 경우 성병에 덜 노출되면서 일부다처주의자보다 더 우위에 서게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성병의 확산이 점차 일부다처제에서 일부일처제로 사회적 규범제도를 변화시켜 왔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스페인 카탈루냐 종양학연구소의 연구진은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현생인류에게 옮긴 것은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생식기 감염을 일으키는 흔한 병원체 중 하나인 HPV는 생식기 사마귀를 발생시키며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 인자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인의 게놈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흔적 없어

지금까지 알려진 100여 종의 HPV 중에서 40여 종이 생식 기관에서 발견되는데, 발암성 HPV 중 16과 18번이 가장 중요해 전 세계적으로 70% 이상의 자궁경부암에서 발견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성생활을 하는 사람의 80~90%는 일생 동안 한 가지 정도의 HPV에 노출된다고 한다.

HPV는 뼈에 감염되지 않으므로 이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뼈가 아닌 DNA와 수학을 이용해 진행됐다. 그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에게 옮긴 HPV는 16a형이다.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가 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네안데르탈인과의 교배를 통해 옮겨진 증거로 지목했다.

그에 비해 아프리카에서는 HPV 16b나 16c형이 훨씬 흔하게 발견된다는 것. 연구진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교배를 배제하면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는 유럽 및 아시아에서 먼저 정착해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를 했으나, 아프리카에서 정착한 이들은 그들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인들의 게놈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없다.

유럽에서는 지금도 ‘네안데르탈인 같다’는 말이 심한 욕으로 통한다. 19세기 중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크고 구부정한 짐승의 뼈인 것으로 여겼다. 그 이후에도 약 1세기가 지날 때까지 네안데르탈인은 지능이 모자라고 원시적인 그르렁 소리 정도만 낼 수 있는 야만종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전체 게놈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멸종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유전자 속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유전자는 현재 유라시아인들 유전체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 개인의 게놈 중 1~3%가 그들에게서 온 것일 뿐 그것이 다 같지는 않다. 따라서 겹치는 유전자를 빼고 계산하면 현대인에 남아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전체 유전자는 약 20%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중에는 당뇨병 발병 유전자도 있으며 루프스, 크론병, 우울증, 담배 중독에 잘 걸리게 하는 유전자도 포함되어 있다. 또 영국 과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정보를 현대의 암 환자와 비교한 결과, 현대인의 DNA에 네안데르탈인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게다가 성병까지 옮겨주었다니 ‘네안데르탈인 같다’는 말이 정말 심한 욕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셈이다.

현생인류에 유용했던 고인류의 유전자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의 생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유용한 유전자도 많이 물려주었다. 대표적인 것이 피부 바깥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모발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케라틴세포의 유전자다. 더운 아프리카를 떠나온 현생인류가 추운 유라시아의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그곳에 정착해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케라틴세포 유전자 덕분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밖에도 네안데르탈인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거나 혈액을 더 빨리 응고시켜 상처의 출혈을 줄이는 유전자를 비롯해 후각과 시각에 관련된 유전자, 평활근 수축 조절을 담당하는 유전자 등 좋은 유전자를 많이 퍼뜨렸다.

현대인의 유전체 속에는 네안데르탈인뿐만 아니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도 남아 있다.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시대에 존재했던 고인류로서, 그들 역시 현생인류의 등장 이후 멸종했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특수한 유전자 덕분에 고산지대에 사는 티베트인들은 산소가 희박함에도 온몸에 충분한 혈액을 전달하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렇게 볼 때 현생인류가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혼자 잘나서가 아니라 다른 고인류와의 교류를 통해 그들의 장점을 잘 받아들인 덕분임을 알 수 있다.


원시 인류는 '일부일처' 아닌 '일부다처'? 가설 뒤집은 발자국 이영완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