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 2002/8/13 / 지석산 -
꽃이 작아서 알맹이까지 잘까
씨 불려
터뜨린 하늘
초록은 무성하다.
조용한 움직임
소리 없는 창조의 노력
꽃 속에 숨겨 놓은
단단한 알갱이
걱정되어
주머니 속에 담았다.
꽃은 비록 작아도 알맹이는 크다.
눈 여겨
볼 이 없어도
화폭 하나 만든다.
더부룩한 잎새 아래
숨어 있는
자연의 섭리
다만 안고 있어도 좋은 걸.
콩깍지 안에 미래를 담았다.
밭 메는 할머니 옆
조막만한 아이가
저 닮았다고
만지작거리면서 좋아한다.
망둥이
- 2002/8/13 / 지석산 -
제 놈 살 곳이 어딘지
알긴 알아?
뻘 밭에서
눈 두 개 빠꼼 뜨고
어째
그렇게 바라보나.
입까지 벌름벌름
아하,
그렇구나
펄떡대는 네 모습
곰곰 생각하니
나도 살 곳이 어딘지 몰라도
열심히 살자고
통통
뛰어 다녔으니
망둥일 닮았나?
같이 뛰어 볼까나.
펄떡.
솔잎 위의 눈
- 2001/12/27 / 지석산 -
평범한 게 흠이라면
차라리 변신을 꾀하리라.
어느 것을 바꿀 것인가 고민해도
마땅하지 않을 때는
욕심이 지나쳐서일 게다.
눈 내리는 날
하얀 머리
나 몰래 바뀌었건만
불만스러운 듯
눈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바라본 푸른 솔잎 여전한 소나무도
제 자리에 가만히 있다가
가끔 뭍은 눈만 떨구는데
살짝 변했다가
날씨 풀리면
제 모양으로 돌아간다 해도
온 몸 흔들리도록 좋아 할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