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
- 무창포2 / 박은숙 -
물 빠진 자리에
길 게 누운 바위는
질척한 가슴
해풍에 널어 말리고
흰 거품 가득 담고
세상 구경 나온 방게는
어지러워 바로
걷지 못했다.
바로 걷자
바로 걷자
다짐하지만
세상이 옆으로 간다
눈감아도
넘실대는 그리움
수평선 끌어와
안과 밖 경계삼고
가슴 열어
쏟아지는 해풍에
온몸을 씼는다
갈대
- 박은숙 -
풀어 헤친 머리
해산한 여인처럼
그렇게 고통스러웠니
끊어질듯
꺾어질듯
가녀린 허리로
익어 가는 들판을
너는 그렇게 지켰니
골수에서 퍼올린
너의 모든 열정
다 태우고 지쳐
몸 가누지 못하고
이리 저리 쓰러져도
뜨거운 볕이 가을을
익게할 때
탈색된 머리 카락 뽑아
하나 둘 날려 보내고
눈물로
온몸으로
익어 가는 들판을
너는 그렇게 지켰니
가을 어느 날
- 박은숙 -
어느 가을 날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가을 속으로 햇살을 밟고 달렸습니다
마음이 저만치 앞서 달려 갑니다
서두르는 마음에 분침이 자꾸 넘어지며 벽을 세웁니다
바램의 끝은 꺽이지 않았고
믿음은 벽을 뚫는데 아무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통쾌히 벽을 허물며 질주했습니다
길가에 코스모스들 웃으며 응원소리 들립니다
그들도 가슴 속 밑바닥에 쌓였던 수심 찌거기 있었나봅니다
정오의 햇살이 반겨줄 때 단풍이 알맞게 물든
큰 나무 곁에 내 작은 차 멈췄습니다
넉넉한 그늘 속에 잠시 쉬어
잡념들 정지 시키고 고추 잠자리 날아 다니는
가을 하늘에 눈길을 주었습니다
넉넉한 큰나무 옆에는 작은 감나무 붉게 물든 제새끼들
주렁주렁 머리에 이고 있었습니다
그림자 자꾸 길어지면
널었던 마음 곱게 접어 돌아갈 준비 해야 합니다
짧았던 소풍 끝내고 내 작은 차 뒤돌아
가을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