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팽창만 하지 않는다" 새로운 단서 발견
우주에서 빛조차 소멸한다는 예측 안 맞을 수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암흑 에너지에 대한 이론에 큰 결함이 있는 것으로 천문학자들이 밝혔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 생성 이래 강도가 변하지 않는 상수 에너지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암흑 에너지가 강해지거나 약해지고 역전되기도 하며 아예 소멸되는 경우도 있음이 드러났다.
암흑 에너지를 발견해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미 존스홉킨스대 및 볼티모어 천체망원경과학연구소의 천문학자 애덤 리스는 새로운 연구가 “25년 만에 처음으로 암흑 에너지 특성에 대해 진정한 단서를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에서 빛까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 뒤집힐 수 있어
이번 연구의 핵심은 통계적으로 400 분의 1 확률로 사실이 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물리학에서는 170만 분의 1 확률로 사실 가능성이 예측된 일조차 새로운 자료 해석에 따라 사실로 확립된 전례가 있다.
새로운 사실은 암흑에너지분광장치를 이용한 국제합동연구팀(DESI)이 발표한 일련의 논문들에 의해 제시됐다. 연구팀은 지난해 110억 년의 우주 시간에 걸쳐 있는 4000만 개 은하의 위치와 속도를 기록하는 3차원 지도를 작성하는 5년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4일 600만 개의 은하를 담은 첫 지도를 미 물리학회와 이탈리아 렌콘트레스 데 모리온드 총회에서 발표했다.
DESI 책임자인 마이클 레비 박사는 연구를 관장하는 미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지금까지 우주 모델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가 있었으나 암흑 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직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단서일 뿐”
그러나 연구 과정에서 미지의 사실이 불거졌다.
연구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지도와 기존의 천문학 자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암흑 에너지가 상수이며 변화하지 않는다는 우주 표준 모델에 들어맞지 않음이 발견된 것이다. 암흑 에너지가 변하는 것으로 봐야 자료와 더 잘 일치한 것이다.
팔랑케-델라브루이 대변인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은 넘는다”면서 “증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흥미로운 단서”라고 강조했다.
천문학자들은 이 단서의 의미를 중대하게 보고 있다. 미 시카고대 천문학자 웬디 프리드먼 박사는 새로운 연구에서 “엄청난 데이터”가 발견됐다고 칭찬했다. 그는 “우주의 최대 미스터리인 암흑 에너지 이론에 대한 새로운 이해 가능성을 열었다”며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주 팽창론 뒷받침하는 “암흑 에너지는 상수” 전제 뒤집혀
우주의 팽창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는 암흑 에너지 이론은 1998년에 처음 제기됐다. 초기 관측 결과에 따르면 암흑 에너지가 그리스 문자 λ(람다로 읽음. 대문자는 Λ)로 표기되는 오차 범위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인슈타인이 우주가 중력으로 인해 붕괴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한 변수다.
아인슈타인이 방정식에 도입한 람다는 우주의 특성으로 확립됐다. 우주가 팽창하는 만큼 암흑 에너지도 증가해 팽창이 가속화하면서 빛조차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암흑에너지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가 70%의 암흑 에너지(람다)와 25%의 찬 암흑 물질(느리게 움직이는 우주 입자 모음) 및 5%의 원자 물질로 구성돼 있다는 L.C.D.M. 우주 표준 모델이 뿌리내린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가동되면서 L.C.D.M. 우주 표준 모델이 일부 퇴색했으나 아직 무너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암흑 에너지가 상수가 아니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20여년 전 확립된 우주 표준 모델 뒤집혀
팔랑케-델라브루이 박사는 “DESI 덕분에 단순화된 우주 모델을 넘어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DESI 프로젝트는 14년 동안의 논의를 거쳐 출범했다.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하는 지를 측정함으로써 암흑 에너지의 항상성을 검증하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미 애리조나 주 키트피크국립천문대에 수많은 은하계를 동시에 관측해 분광하는 5000 개의 광학 섬유 추적 장치를 설치해 이들 은하가 지구로부터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는 지를 측정해왔다.
거리 측정 단위로는 중입자 음향 진동으로 알려진 우주 은하 분포 내 돌기를 사용했다. 이 돌기는 우주가 생성된 지 38만 년 됐을 때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던 뜨거운 플라스마에 음파로 각인돼 있다. 초기 우주에서 각 돌기 사이의 거리는 50만 광년이었으며 우주가 135억년에 걸쳐 1000배로 확장된 현재는 5억 광년이다.
DESI팀은 138억년 우주 역사 가운데 110억 년을 7개의 시간 단위로 분할했다. 각 단위마다 중입자 음향 진동 돌기의 크기를 측정해 각각의 은하계가 얼마나 빠르게 서로로부터 멀어지는 지를 계산했다.
멀어지기만 한다는 은하계 사이 거리 가까워진 사례 확인
팔랑케-델라브루이 박사는 “암흑 에너지 특성이 단순한 우주 상수가 아니라는 단서를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단서일 뿐 증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카고대 터너 박사는 “L.C.D.M. 모델은 여러 방향으로 검증을 거쳐 확립된 것이지만 모든 것을 종합할 때 일부 누락된 것이 있고 정확하지 않음이 처음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대 리스 박사는 “단서”가 입증되면 우주의 나이나 크기에 대한 모든 이론이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sr]우주,지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성 지하 20㎞서 바다 찾았다…"생명체 살 수도 있어" (0) | 2024.08.13 |
---|---|
코끼리만한 느림보 동물은 왜 100m 땅굴을 팠을까[멸종열전] (1) | 2024.05.10 |
[사이언스] 우주의 결말은 '빅 립' 아닌 '빅 크런치'일 수도… (0) | 2024.03.04 |
17개 행성에 지하 바다 가능성…그곳엔 ‘외계 문어’ 헤엄칠까 (0) | 2023.12.24 |
美와 우주 전쟁 중인 中, 1만1100m 위구르 땅 팠다 왜? (0) | 2023.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