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육봉(六峯)의 우중비경(雨中秘境)
(1) 관악산[冠岳山]은 어떠한 산인가?
높이 629m.
서울 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수도 서울의 방벽으로 이용되어왔다.
최고봉은 연주봉(戀主峰)이며,
서쪽으로 삼성산과 이어진다.
기반암은 화강암이며, 전 사면은 비교적 가파르다.
산정에는 세조가 기우제를 지내던 영주대(靈主臺)가 있다.
산중에는 연주암(戀主庵)·용마암(龍馬庵)·자왕암(慈王庵)·자운암(自運庵)·
불성사(佛成寺) 등의 암자가 곳곳에 자리한다.
본래 화산(火山)이라 하여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화기(火氣)를 끄기 위해 경복궁 앞에 해태를 만들어 세우고,
이 산의 중턱에 물동이를 묻었다고 한다.
광화문 앞 해태상은 순천 조계산 선암사 누각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보(裨補:풍수지리상 부족 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해태는 동양에선 시비, 선악을 판단한다는 상상의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론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로도 유명하다.
광화문의 해태가 바라보는 곳은 한양의 남주작인 관악산이다.
정도전은 궁궐이 관악산을 바라보는 것을 염려하여
한양의 주산을 북한산이 아닌 인왕산으로 하여
궁궐의 방향을 돌리려 했을 정도라 하니
관악산의 불기운이 만만치는 않은가 보다.
이를 補完하기위해 해태를 세웠으나
조선 500년 내내 골치 아픈 일이 연이어 터진 것을 보면
해태의 신통력도 관악산의 火氣는 막지 못한 듯하다.
관악산에서 뻗어 나온 기는 동쪽을 향하였다.
남태령 고개를 살짝 넘어선 관악산의 火氣는
우면산으로 뻗어 나가 구룡산, 대모산, 인능산, 검단산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서초, 강남, 송파 쪽이 부동산가격이 더 오르는 이유가 있다.
새로 생기는 신도시(위례신도시)역시 그 줄기에 놓여 있다
특히 거여, 마천지구는 그 기가 뭉쳐지는 좋은 곳이다.
우리가 풍수를 배우다 보면 대승적인 풍수보다
소승적인 풍수에 집착을 많이 한다.
양택, 음택이 어떻고 사무실 풍수가 어떻고 하면서...
하지만 풍수는 바뀐다.
풍수가 지향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산과 물 그리고 도로(바람)이다.
관악산을 왜 불산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멀리서 바라보면 불이 타오르는 것 같은 형상이라서 그렇다.
조선시대 서울 제1관문인 숭례문(남대문)글자 역시
지봉유설 기록에 의하면 관악산 火氣를 누르기 위하여
양녕대군이 쓴 것이라고 전해진다.
한국전쟁 당시 남대문이 포격을 받아 간판이 떨어져 흙속에 묻혔는데
밤중에 불빛이 환하게 새어나와 그 곳을 파헤쳐 보았더니
숭례문 간판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이한 것은 다른 간판과 달리 세로로 걸려있는 것도 흥미롭다.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서 그렇단다.
무슨 글자가 화기를 누르는 기운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禮字이다.
서울에 있는 모든 해태상은 반드시
그 머리가 관악산을 바라보게 만든 것도 재미있다.
가끔 서울의 산을 돌아보면서
조상들의 풍수지리설의 지혜를 맛보는 것도 재미다.
(출처 불명 인용)
(2) 언제까지 산에 갈 수 있을까?(08:00)
전철로 가려는데 아무래도 늦을 것 같다.
택시를 잡아탔다.
운전사는 내 차림새를 보더니 관악산에 가느냐고 물으며
비가 오면 바위가 미끄러우니 조심산행을 당부한다.
대화를 하여 보니 나이 70인데
지금은 기력이 떨어져 밋밋한 산에 주로 가지만
우리나라 웬만한 산은 다 가봤다고 하신다.
그렇다. 언젠가는 기력이 쇠진하여
관악산에 오른다는 것을 엄두조차 못 낼 날이 나에게도 오겠지만
갈 때까지는 산행을 하도록 해보자고 다짐해본다.
(3) 조직(08:30)
07/09/30(일) 08:30정부청사역 앞에 집결.
고문님, 회장님, 총무님, 등반대장님, 대원 라(5인)
오늘도 어김없이 고문님과 대장님이 먼저와 계시다.
끈을 조이고 복장을 정비하고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이다.
이 조그만 모임에도 고문, 회장, 총무, 대장등 뼈대는 다 있다.
가정에서 출발하여 학교, 군대, 직장등 우리는 조직 속에서
의지하고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때론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다.
조직 속에 있으며 조직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면 될 텐데...
그런 게 싫어서 마라톤 할 때도, 산행할 때도
그동안 어떠한 동호회에도 가입하지 않고 홀로 다녔지만
이렇게 좋은 이야기 듣고,
고매한 인품을 지니신 인생의 선배님들이
계시는 조직이라면 허락하여 주신다면
기꺼이 동참하리라 생각하고 들어온 두 번째 산행이다.
(4) 직립보행(+30, 08:30-09:00)
너른 운동장을 가로 질러
들머리로 이동하니
과천 시민 밤알 줍기 행사장 앞이다.
거기서 오른쪽 용운암의 들머리로 접어든다.
정담을 나누며 씩씩하게 걸어가는 산님들을 보면
인간의 직립보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네발로 이동한다.
왜 인간은 직립하게 되었는가?
곰과 원숭이가 잠시 일어서 보기도 하지만
이내 네 발로 돌아간다.
사실 두 발로 서는 것 보다
네 발로 걷는 것이 안정적이고 하중의 부담이 경감되어
안전한 보행이 될지도 모른다.
때론 원시로 돌아가 호모싸피엔스나 호모 에렉투스가 아닌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
(5) 인생의 절벽에서(+60=90, 09:00-10:00)
조그만 소봉을 몇 개 오르내리니
널따란 바위지대가 나타났는데 마당바위라 한다.
마당바위를 지나 된비알을 오르니 육봉의 초봉인 525봉인데
여기서부터 육봉능선이 시작인 것 같다.
된 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북알프스도 거뜬히 등정하신 회장님께서
우회길을 택하신다.
말씀을 들어보니 다친 손의 치료가 끝나지 않아
움직임이 시원치 않은데다가
비가 오는 관계로 안전산행을 위해서라니
그 결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분의 지금까지의 등산경력으로 보건데 못 오르실 리 없겠지만
안전을 위한 결단은 아무나 내릴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생이란 산행에서
얼마나 많은 절망 앞에서 멈추어야 했고
그 벽을 넘고 때론 우회하여 왔던가?
그리고 무모하게 절망 앞에서 싸우다 좌절하고
그리고 하산하여야 했던 그 많은 경험들이 있지 않았던가?
(6) 절망을 극복하고 (+60=150, 10:00-11:00)
육봉의 첫 봉우리를 넘으니
운무 속의 관악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실 서울이란 일국의 수도에 관악과 도봉이란 산악이 있다는
자체가 감격이요, 커다란 축복인지 모르겠다.
칼끝 같은 벼랑과 날등을 부여잡고
고문님이 일러주시는 바위 결을 돌아가니
어느덧 육봉의 끝봉에 다다랐다.
인생의 절벽도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순간도
분명 무언가 극복의 요소가 있었고 누군가 도움도 있었다.
칼벼랑에서 돌아보니 운무 속의 육봉에 돼지바위와
횃불형상의 바위등 기암괴석이 줄지어 있고
코앞에 육봉의 주봉인 549봉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7)누구에게나 아지트는 있다.(+70=220, 11:00-12:10)
끝봉에는 막걸리 파는 분이 있어
모두들 한잔 씩 들이켜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비는 아직도 오락가락하는데
언뜻 보니 모두들 배낭카버를 하고 계시다.
고문님이 “왜 배낭에만 씌우지?
몸에도 머리에도 씌여야 하지 않나?“
맞는 말씀 같다.
솔뫼들의 비박 아지트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기로 한다.
누구에게나 아지트는 있는 법이다.
건축과 개발이 전공인 나에게도
문학과 역사와 산하가 아지트라고 말할 수 있듯이
안락한 아지트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인데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분명한 공통 아지트는
산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8) 반드시 먹어야 하는가?(12:10-12:40)
모두들 배낭을 풀어놓으니 푸짐하다.
사실 이렇게 여럿이 산행을 하면
과식하기 십상이다.
왜냐면 서로 뒤지지 않으려고 푸짐하게 싸 오게 마련이고
고된 등산 끝에 먹거리를 앞에 두고 무관심할 이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문님과 회장님이 술을 내놓는다.
글쎄? 술과 등산은 친구는 아닌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사실 나 혼자만의 산행 시에는 물과 과일 정도인데
아내는 오늘도 계란과 밥과 과일을 챙겨 넣었다.
적정한 섭생, 그리고 절제된 산행.
이것이 이 조직에 도입된다면 금상첨화일거라 생각해본다.
(9) 어느 정도의 산행이 적정할까(+50=270, 12:10-13:30)
식사 후 케이블카 능선으로 하산한다.
지난 번 연주암으로 올라왔던 능선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능선이다.
암릉은 점점 부드러운 마사토길로 바뀌어 가
고단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시계를 보니 겨우 5시간도 안되는 산행이다.
누구는 3시간, 4시간이 좋다고 하고 5시간이 적당하다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는 천천히라도 8시간은 해야 몸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자신의 생체 리듬에 맞춰 하면 될 일!
걱정할 일은 아닐 것. 그러니 서운하지도 않을 터.
(10) 과천시의 재개발(+30=300, 13:30-14:00)
날머리를 내려오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고
세금이 많이 걷혀 지방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과천시다.
그런데 재개발을 한다고 조금은 어수선하다.
굳이 재개발을 하여야하는가?
외국에는 100년, 200년 된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심각히 생각해 볼 일이다.
(11) 한잔의 생맥주(+60, 14:00-15:00)
해산하기에 앞서
오늘의 산행을 축하하며
생맥주 한잔을 하기로 한다.
거품이 뽀글뽀글 일어오는 시원한 생맥주,
그리고 따뜻한 오뎅국물,
그 맛이란?
고단한 산행을 감행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리라.
딱 한잔이면 좋았을 텐데 두 잔, 세잔이어서
그 맛이 조금은 반감되었지만...
조직 같지 않은 조직 속에서
조직원보다도 더 큰 조직력을 발휘하며,
가파른 절벽을 네발로 달라붙어 기어서,
믿을만한 아지트를 항상 생각하며,
적정한 섭생, 그리고 절제된 산행으로
이 몸이 허락하는 한 즐거운 시간의 길이로
앞으로도 꾸준한 산행을 결행하리라.
배달9204/개천5905/단기4340/서기2007/9/30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들머리에서 올려다 본 육봉능선
2. 중간 쉼터 마당바위
3. 육봉능선에서 바라 본 운무 속의 관악
4. 이 능선을 넘어서니
5. 이런 돼지바위와 칼날능선이 이어지고
6. 이 바위를 돌아오는데 잠시 우회길을 택하지 않음을 후회하기도...
7. 또 다른 벼랑을 맨 손으로 오르시려고 준비하시는 고문님
8. 암릉에 뿌리 내린 당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소나무
9. 너무도 아름다운 바위
10. 고문님이 일러주신 운무 속의 횃불바위
11. 하산길에 돌아 본 관악 절경
12. 언제 보아도 해맑은 구절초
[유명산에서 -회사 임원 등반 07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