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대에서 시작한 가을은 칼바위 능선까지 이어졌다.
(1) 산행계획
08/10/03(금)
오늘이 개천절(開天節)이라 하는데
처음 하늘을 연 開天의 의미를 알고 하루를 쉬는지...
桓雄이 하늘을 연 開天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자 서울에서 제일 높다는
삼각산 백운대를 오르기로 하다.
[우이동-도선능선-하루재-백운산장-백운대-
위문-용암문-동장대-대동문-칼바위능선]으로 계획.
(2) 우이동-도선능선-하루재
[08:00-09:05, +65=65분, +2.6=2.6km]
수유리에서 우이동 終點에 다다르니 08:00시.
도선사로 가는 버스에 오를까 하다가는
도선사 우측 능선이 貪나 그대로 올라 보기로 한다.
능선은 완만하다.
중간에 누리장나무 군락을 만나 눈 맞춤하며 놀다가
다시 오르니 여기저기 샛길이 보여 착각에 빠지다.
이럴 때 머피의 법칙에 빠지지 않으려면
가장 반질반질한 길로 가면 된다.
그러면 셸리의 법칙이 웃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도선사 주차장이 내려다보이는 지점에 다다르자
길 중간 중간 누군가가 너럭바위에 새들의 먹잇감으로 나락을 뿌려 놓았다.
곧 도선사에서 오르는 길과 마주치자
이른 아침임에도 많은 이들이 줄지어 오른다.
자일, 헬맷등 차림새를 보니 인수봉 岩壁 타는 사람들인가 보다.
(3) 하루재-백운산장-위문-백운대
[09:05-10:20, +75=140분, +1.4=4.0km]
평온한 하루재를 지나 새로 생긴 산장 겸 대피소를 지나니
계곡 여기저기 야영장에서 野營하던 클라이머들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얼마 전 아내와 내려온 길에 수북했던
상수리, 도토리는 누가 거두어 갔는지 자취조차 없다.
손기정옹이 친필로 썼다는 “白雲山莊”이란 현판이 걸린
백운산장에 다다르니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그렇게 북적이지는 않는다.
아침삼아 3代 째 이어온 할머니의 멸치국수를 들이켜고
잠시 할머니와 情談을 나누다.
일제시대 손기정옹이 자주 찾은 백운산장,
그리고 지금 국공단에서 이 집을 접수하려 한다는 한탄,
이 집을 지은 건 1995년이며,
하루 일박에 5,000원인데 침낭은 가져와야 한다는 내용,
현재는 손자들이 우이동에서 짐을 져 나르고
할머니는 십몇 년 째 山 아래를 내려가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집은 代를 이어 營業하게 한다면 아름다운 傳統으로 이어갈 텐데
국립공원의 賃借地라고 내쫓는다는 건 좀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
언제든 아내와 이 산장에 와 하룻밤을 묵고
한밤중에 별도 보고, 숲의 소리도 듣고 가고 싶은 所望이 일었다.
산장 마당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음미하고
위문에 다다르니 만경대를 지키는 국공파들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이어서 한가한 백운대 오름길이 더 없이 좋다.
벌써 정상부는 단풍으로 물들어 간다.
올해는 가물어 단풍이 별로일 것 같은데
백운대 단풍은 아름답게 물들어 간다.
그런데 오늘은 뿌연 雲霧에 조망이 별로이다.
하지만 원경의 동양화 같은 풍경 속으로 빠져드니 행복하다.
처음으로 백운대 아래 뜀바위로 올라가 바라보니
국기 휘날리는 백운대가 늠름하다.
사이로 보이는 인수봉의 全景을 가로막은 사초 잎새도 가을로 치달아 간다.
(4) 백운대-위문-용암문-동장대-대동문
[10:20-11:45, +85=225분, +3.0=7.0km]
백운대에서 그러한 상념에 빠져서 20여분 머물다
위문으로 내려오니 그새 국공파 3인이 만경대 오르는 길을 지키고 있다.
지난 週, 숨은벽과 해골바위 사이에서 한 분이 墜落死했다 한다.
만경대 옆구리를 지나 백운대를 바라보니
오늘도 백운대 여우굴길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나아가니 용암문이다.(11:10)
드디어 성벽길을 오르락내리락 가며보니
동장대가 나타나고(11:35)
대동문이 반겨 준다.(11:45)
성벽길은 구절초, 개미취, 쑥부쟁이, 투구꽃, 감국들로 현란하다.
(5)대동문-산성갈림길-칼바위능선-칼바위통제소-빨래골입구
[11:45-14:00, +135=360분, +3.7=10.7km]
대동문 앞 너른 뜰은 人山人海.
거기를 신속히 통과해 성벽길을 오르니
보국문을 160여m 남겨두고 칼바위 능선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곳의 성벽만큼은 열어두어 쉽게 칼바위능선으로 접근하다.
산부추가 웃으며 반겨주는 直壁의 능선을 오르니
가위같이 입을 벌린 칼날을 세운 칼바위 頂上이다.
가위 사이를 간신히 통과하니 아슬아슬한 바위길이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쭈뼛거린다.
그렇게 능선을 지나니 이번엔 직하의 내리막길이다.
그렇게 오르내리길 반복하며 나아가니 칼바위통제소이다.(+3km, 13:35)
칼바위 통제소 국공파에게 물으니
여기서 直進하지 말고 빨래골로 左迴하여 내려가
마을버스를 타고 수유역으로 가면 편리하다 하여 그렇게 하다.
이 계곡 아래에 옛 궁중 무수리들이 많이 살았는데
수량이 풍부하여 궁중에서 빨래를 가져와
여기 계곡에서 빨래를 했다 하여 이름 지어졌단다.
11km 추측, 6시간 소요.
가을꽃과
가을바람과
가을생각과 함께한 즐거운 하루였다.
배달9205/개천5906/단기4341/서기2008/10/03 이름 없는 풀뿌리 라강하
덧붙임)
1. 도선능선의 누리장
2. 도선능선과 계곡길의 합목점
3. 야영지에서 본 인수봉
4. 손기정옹이 즐겨 찾은 백운산장을 3대째 이어온 할머니
5. 위문, 스타바위, 만경대
6. 백운대 오름길의 단풍
* 08/8/28의 모습
7. 아! 백운대여!
8. 진한 향의 감국
9. 쑥부쟁이
10. 구절초
11. 산부추
12. 투구꽃
13. 동장대
14. 칼바위능선 갈림길
15. 칼바위
16. 문수봉 방향
17. 지나온 노적봉,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18. 칼바위 능선상의 안부 이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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