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4일 새벽부터 내린 폭설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서울에 내린 눈이 이미 25.8㎝를 넘어섰다.
관측을 새로 시작한 1907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눈은 오후부터 점차 약화돼 밤에는 서울·경기도부터 점차 개겠으나
영동 산간을 비롯한 영동지방에는 오후에도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또 밤부터는 찬 대륙고기압 확장에 의해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6일까지 눈이 이어지겠다.
특히 이번 눈은 비교적 무거운 습설의 형태로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중부지방, 밤까지 3㎝더 내릴 듯
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강원도지방에는 대설경보와 주의보가,
전북북동내륙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눈이 내리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그 밖의 지방에서도 약하게 눈이 내리고 있는 곳이 있다.
또 밤에 서울·경기도부터 점차 개겠으나 영동 산간을 비롯한 영동지방에는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4일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적설량은 서울 25.8㎝, 인천 20.2㎝, 수원 19.4㎝, 문산 20.2㎝, 이천 22.5㎝,
동해 21.0㎝, 춘천 22.7㎝, 강릉 21.9㎝, 대관령 25.0㎝, 영월 21.0㎝, 울진 10.0㎝, 천안 11.2㎝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밤부터는 찬 대륙고기압 확장에 의해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6일까지 눈이 이어지겠다"며
"특히 이번 눈은 비교적 무거운 습설의 형태로 내릴 것으로 보여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4일 오후 2시부터 5일 자정까지 예상 강수량은 강원도산간, 울릉도·독도 5~20㎝, 충남서해안, 전라남북도서해안,
제주도산간 5~15㎝, 강원도(산간 제외) 5~10㎝, 서울·경기도,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서해안 제외), 경상남북도, 제주도(산간 제외) 1~3㎝다.
◇폭설, 안전·교통사고 속출
전국에서 폭설로 교통·안전사고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서울 금천구 서부간선도로 시흥대교 입구에서
A씨(52)가 몰던 크레도스 승용차와 B씨(37)가 운전하던 다마스 승합차와 부딪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내부순환도로와 미아리고개, 올림픽대로 오르막길 등에서도 폭설과 빙판길로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가벼운 접촉사고가 수 건 발생했다.
또 폭설로 말미암은 변압기 사고와 출근길 지하철사도 잇따랐다.
오전 10시58분께 종로구청 인근 주택가에서 100kW 변압기 1대가
순간적인 쇼크를 일으켜 주변 4가구에서 1~2초간 전기 공급이 끊겼다.
오전 10시께에는 2호선 교대역에서는 지하철에서 내려 승강장 개표구 쪽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20대 유치원교사 C씨가 미끄러져 쓰러지자 119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도로가 눈길로 바뀌면서 차량들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했고
서울시 대부분 도로는 제설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출근길에 나선 차량들이 통행에 애를 먹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통제와 크고 작은 사고 등으로 사실상 통행이 멈췄다.
폭설로 인해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몰리며 일부 호선에서 지연 운행이 벌어졌다.
지하철의 경우 사람들이 몰리면서 배차 간격이 벌어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하늘길도 '꽁꽁'
하늘길도 발이 묶였다.
한국·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김포공항 활주로에 8㎝ 가량의 눈이 내려 첫 비행기인 오전 6시30분발 제주행 대한항공 여객기를 시작으로
여객기 20여편의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
인천공항에서도 오전 7시30분 출발 예정이던
사할린행 아시아나 여객기 등 10여대가 결항되거나 지연됐다.
공항공사 측은 항공기 기체에 얼어붙은 눈을 녹이는
'디아이싱 작업'으로 인해 출발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도심 곳곳 마비
이날 내린 폭설로 서울 도심 곳곳은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이날 짧은 시간 쏟아진 폭설에 영하권의 추운 날씨가 겹치면서
도로 곳곳은 이내 빙판길로 변했고 차량들은 거북이걸음을 계속했다.
'교통대란'에 대부분 시민들은 자가용 대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나
한꺼번에 몰린 인파와 교통통제, 고장 사태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
회사와 학교 등에서는 출근길 무더기 지각 사태가 발생했고 오후까지 눈이 이어지면서 거리 곳곳에서는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켜 혼잡을 빚었다.
대학생 이승화씨(27)는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끝내고 오전 6시30분에 나왔는데 집에 낮 12시에 도착했다"며
"원래는 30분 거리인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시간이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김명미씨(35·여)는 "가락동에서 강남까지 3시간이 걸렸다. 지하철 개찰구까지
사람이 늘어서 있는 것은 처음 봐서 당황스러웠다"며 출근길 불편함을 호소했다.
직장인 한효녀씨(28·여)는 "출근하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버스를 탄 뒤
1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집 앞이었다"며 "뒤늦게 예보하고
사람들은 출근대란을 겪는 등 (당국의) 대처방식은 항상 비슷하다.
미리미리 대비해 제설을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눈폭탄 속에서 일부 시민들이 스키를 타는 장면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인터넷 웹사이트 등에는 강남구 청담동 학동로 주변에서 한 시민이 스키복과 장비를 착용하고
스키를 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유포됐다.
오후 1시30분께에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길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스키를 타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 강남 차병원사거리에서 보드를 타는 사람을 찍은 동영상도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