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sr]산행,여행

일본 북알프스 등정기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14. 14:44

 

 

일본알프스의 유래

일본알프스는 일본 혼슈 중부지방에 있는 3000m급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북/남/중앙 알프스의 종칭으로, 북알프스 일대를 조사한 적이 있는 영국인 광산기사 '윌리엄 고란드'가 'Handbook for Japan'(1881년 발행)에서 유럽의 알프스를 본떠 '일본알프스'라고 소개한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 

일반적으로 '일본근대등산역사의 아버지'라 불리우며 자신이 직접 등반을 하기도 했고 유럽에 일본알프스를 적극적으로 알린 것은 영국인 선교사 '월터 웨스턴'(1861~1940). 

사실 일본알프스 지역의 고봉은 옛부터 주로 신앙의 목적으로 제한적인 범위내에 오르는 것이 보통이었고, 스포츠와 레저로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 것은 채100년이 되지않는다. 

 

 

일본알프스의 항공사진 (Wikipedia Japan에서 발췌한 공개사진)

바로 앞이 남알프스, 뒤로 중앙알프스와 멀리 북알프스의 연봉이 보인다.

 

 

 

일본에도 우리나라의 백두대간 종주와 같은 국토 분수령 종주 개념이 있다.

동해안(소위 말하는 일본해)측에 있는 니가타(新潟)현의 오야시라즈(親不知)라는 이름의 절벽에서 시작되는 루트는, 혼슈 중부지방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혼슈의 분수령 남북알프스와 야쯔가다케(八ヶ岳)를 지나 태평양 연안의 시즈오카(靜岡)현 오마에자키(御前崎)에서 끝을 맺는 루트이다.

3000m의 능선을 통과해야한다는 특성상 종주가능한 것은 년중 서너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완주하는데 몇년씩 걸리는 것이 보통이며 연속종주일 경우에는 대략 한달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백두대간 종주처럼 대중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최근의 일이지만), 정말 일부 소수 매니아들에 한해서 행하여지고 있다. (이 종주를 따로 지칭하는 명칭은 아직 없다)

일본알프스 종주를 하다보면 간혹 이 분수령 종주를 하는 일본인들(대체로 단독종주)을 만나게 되는데 필자가 종주중 만난 어떤 아저씨는 완주까지 10년을 내다보고면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PS:사람들로부터 왜 후지산은 올라가보지 않았냐고 혹은 계획은 없냐는 질문을 종종 듣게되는데, 필자는 올라간 적도 없고 계획도 없음을 밝혀둔다. 단지 화산에는 별 관심이 없다라는 이유 하나에서 이다.

 

 

 

일본 북알프스 등정기(empas 돌단풍 http://blog.empas.com/nam8848/10376130)

 

 

오늘은 아침 식사를 하고 도야마(富山) 시내로 들어가 장비 점에 잠시 들린 뒤 북알프스 등산 기점인 가미고지(上高地)까지 차로 이동, 다시 요꼬(橫尾)산장까지 평지 길을 걸어가는 일정이다.


도야마 장비점은 전문장비점이라기 보다는 레져용품이 전부 모여 있는 규모가 큰 마트 같은 곳인데 특별히 살만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는다. 스패츠, 우의 등 미처 준비 못한 장비를 구입한 뒤 가미고지를 향해 출발을 했다.
 
가미고지까지는 3시간정도 걸리는데 중간 平湯溫川 버스터미널에서 도시락을 공급받아 차내에서 도시락으로 중식을 해결하며 가미고지를 향해 달렸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문은 역시 태풍의 진로이다. 일본에서도 뉴스시간마다 태풍의 진로와 태풍의 피해상황을 가장 먼저 보도하고 있다.
어제 까지는 天佑神助로 태풍의 와중에서도 맑은 날씨의 덕을 보았지만 앞으로는 장담을 할 수가 없다.

가미고지로 들어가는 아스가와(梓川) 계곡 길은 큰 차의 통행이 불편하던 좁은 옛날 길옆에 굴을 뚫고 길을 새로 만들어 차량 통행을 편안하게 하였다.

지형이 험하여 도저히 공사가 불가능할 것 같은 곳인데 용케도 길을 만들었다. 일본은 우리나라 같으면 환경단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공사를 하지 못할 만한 곳도 지체 없이 굴을 뚫고 도로를 만들어 놓은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케이블카도 필요한 곳이면 어김없이 설치하여 탐방객의 편의를 돕고 있는데 출입지역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오히려 자연보호가 잘되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줄을 쳐 놓고 들어가지 말라면 절대 들어가지 않는 일본사람들과 비싼 돈 들여 울타리까지 쳐 놓아도 개구멍을 만들어 드나들면서 한술 더 떠 자기는 입장료 안내고 들어갈 수 있는 코스를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우리의 등산 문화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아직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가미고지에 도착을 한 시간이 오후 2시, 가미고지 버스 터미널은 예상보다 차들이 많다. 휴가철이 지나고 태풍이 몰려오는데도 탐방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가미고지(上高池)는 해발 1,523m의 지역이다. 일본 북알프스의 관문이며 우리나라 설악산의 설악동에 비유할 수가 있다.
가미고지는 주위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아스가와(梓川) 강의 맑은 물과 울창한 숲, 군데군데 온천수의 증류수가 피어오르는 특이한 모습하며 저 멀리 협곡에 남아 있는 잔설이 어울려 신비하기 까지 한 풍경을 연출한다.
다이쇼이케(大正池)와 묘진이케(明神池)등도 일본의 특이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명승지이며 일본 사람들도 가미고지를 가장 가고 싶은 관광지중 하나로 손을 꼽는다. 

버스터미널에서 河童橋를 건너 우리가 산에 올라갔다가 이틀 후에 내려와 묵을 산장으로 큰 짐을 맡기러 갔다.
河童橋는 가미고지 터미널부근에서 아스가와(梓川) 강을 건너가는 유일한 다리로 사진 촬영의 명소이기도 하다. 五千尺이라는 산장 이름이 보인다. 이곳 가미고지의 높이 1500미터를 尺으로 환산해서 五千尺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짐을 맞긴 뒤에 요꼬산장를 향해서 출발, 심심치 않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11km, 3시간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요꼬산장을 가려면 아스가와 강 우측 길로 가지만 우리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강 좌측에 있는 산책로로 가기로 했다. 역시 낭만적인 길이라는 말에 모두들 마음이 약해진다.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고 습지대위에 나무로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은 낭만적이라기보다는 군대의 행군 모습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아마도 태풍 속에 3천 미터의 고산 등반을 해야 하는 중압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탓 때문이 아닐는지?

묘진이께(明神池/1,550m)를 지나면서 다리가 보인다. 明神橋다. 전의 낡은 다리 대신 새 다리를 건설한듯 튼튼하고 멋진 모습이다. 길이 55m의 다리를 건너 明神館에 도착을 하였다.

원래 우리는 이곳 明神館에 묵을 예정이었는데 방이 텅텅 비어 있는데도 한국 사람의 숙박을 거절 하는 바람에 결국 요꼬산장에 우리의 숙소를 정했다는 박한성 촌장의 설명을 듣고는 은근히 화도 났지만 한편 창피한 생각도 든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망나니짓을 했으면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했을까? 
明神館앞에서 한국말을 하기가 조심 스럽다. 혹시나 우리도 똑같은 사람 취급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다.
 
다른 사람이 떠들면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면서 잠시 후에 보면 우리 팀이 더 떠드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런지.........

비가 오는 길옆에는 가미고지의 대표적인 꽃이라고 할 수 있는 富貴草가 많이 피어 있다. 비를 맞아 무거운 몸을 겨우 가누며 힘들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애처로워 보인다.

빗속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습기에 약한 디카의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초점도 잘 안 맞고 렌즈에 습기가 어려 사진 찍는데 애로가 많다.
아스가와 강을 왼쪽으로 하고  평탄한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앞이 소란하다. 웬일인가 살펴보니 원숭이 떼가 나타난 것이다. 비를 맞은 원숭이들이 나무 위를 오르내리며 먹이를 찾고 있는데 가까이 가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오히려 쳐다보는 눈길이 사납게 느껴저 갑자기 달려들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다.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시도했는데 물기에 젖은 카메라의 초점이 얼른 잡히지를 않는다.
 
묘진(明神)을 지난 후 1시간 정도, 마침내 도쿠사와(德澤/1,562m)의 캠프장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 넓은 초원지대 캠프장은 식수, 화장실, 벤치 등이 있어 야영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며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산장도 있다.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하는 시간, 어느새 가미고지를 출발한지 2시간이 반이 지났다.
구름이 잔뜩 끼어 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계곡의 물소리만 요란한데 요꼬(橫尾)산장의 모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세 시간이 다되어 갈 무렵 마침내 요꼬산장 앞의 큰 다리와 요꼬산장이 나타나며 반가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1,615m의 위치에 있는 요꼬산장은 가라사와(涸澤)로 가는 길과 야리게다께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요꼬산장 앞의 다리도 새로 건설한 듯 웅장하고 멋진 모습이다.
 
 
건조실에 젖은 옷과 양말, 신발 등을 널어놓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산뜻하다.
휴게실에는 일기예보만 알려주는 TV채널이 켜 져 있는데 내일 날씨가 아무래도 걱정된다.
이 요꼬산장에는 홍콩에서 온 친구들이 있는데 태풍이 걱정이 되어 지금 며칠째 산장에서 대기 중이라고 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누우니 걱정스러운 산장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내일은 부디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원하는데 과연 결과가 어떨지? 
 
마침내 결전의 날은 밝았다. 만일 태풍이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산행은 아무래도 포기를 해야 한다.
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걱정을 했는데 아침이 되니 빗줄기가 약해져서 산행에는 별 지장이 없을 듯하다.
바람만 강하지 않다면 산행중에 비 맞는 거야 그리 문제 될 것은 없다.

오늘 산행은 1,615m의 요꼬산장을 출발하여 가라사와(/2,350m) 산장을 경유 호다카다케(穗高岳/ 2,983m) 산장까지 올라가야 한다.
요꼬산장에서 강을 따라 직진을 하면 야리게다께로 오르는 길이고 산장에서 마주 보이는 요꼬대교를 건너 橫尾谷 숲속으로 진행하면 가라사와(涸澤)로 가는 길이다.
 
장비를 갖추고 출발을 할 즈음 회원 두 사람이 포기 의사를 밝힌다. 태풍 속에 산을 오르기가 부담스럽고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누가 될 가봐 산행 하기가 주저된다는 얘기다.
 
두 사람은 가미고지로 내려가 우리가 짐을 맡긴 산장에서 내일 저녁 합류하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은 요꼬대교를 건너 구름이 잔뜩 낀 산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날씨가 좋을때는 왼쪽으로 병풍암 모습이 위압적으로 올려다 보이는데 오늘은 간간히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옛날 6월에 이곳을 왔을 때는 계곡에 눈이 덮여 무릅까지 눈에 빠지면서 힘들게 오르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울창한 숲속 길을 걷는다. 

우리가 산으로 올라갈수록 밑에 까지 내려왔던 구름이 이상하게도 같이 산으로 올라간다. 날씨가 좋아지는 증거라고 하며 모두들 밝은 얼굴이 되는데 비는 와도 부디 바람만 안 불었으면 좋겠다.

약간씩 내리는 빗속에 1시간가량 걸으니 橫尾谷을 건너는 혼다니바시(本谷橋/1,780m)가 나온다. 전에는 다리가 없어 눈 덮인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이 다리도 새로 만들었다. 이곳의 고도는 우리나라 설악산의 높이보다 높다.
 
가라사와를 가려면 2,565m의 병풍암을 왼쪽에 두고 반원을 그리며 계곡을 올라가야 한다.
혼다니바시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오르막길은 시작되는데 고도가 높아지면서 침엽수림이 자작나무 숲으로 바뀌고 빨간 열매가 달린 마가목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경사가 급한 돌길을 걷다보니 높아지는 고도와 더불어 회원들은 점점 힘들어 한다.
나무들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마침내 가라사와 휴테와 산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힘들어하던 여성회원들의 거친 숨소리에는 비명이 섞여 나오기 시작하고 남자회원 한사람은 다리가 완전히 풀려 산행을 포기하기 직전의 상황이 감지된다.

선두의 조군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한 뒤에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보행 방법에 대하여 조언을 해 주었다. 당사자들이 워낙 힘들고 괴로우니 혹시나 도움이 될까하고 열심히 듣는다.
조군에게는 장소에 관계없이 20분이 되면 쉬도록 하고 경사가 더 급해지면 걷는 시간을 15분으로 조정하도록 하였다. 쉬기 좋은 장소를 찾는다고 5분, 10분을 더 가다보면 뒤에서 힘들게 가는 사람은 회복이 불가능한 크로키 상태가 된다. 
휴식의 요령은 힘이 있을 때 쉬어야 회복이 빠르지 완전히 지친 다음에는 오래 쉬어도 회복이 잘 안 된다.
다행히도 회원들의 컨디션이 회복되어 진행 속도가 정상이 된다.
 
가라사와 지역은 넓은 협곡의 카르 지형으로 3천 미터의 주능선까지 급경사를 이루며 8월까지도 눈이 덮여 있어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제 10월 초면 다시 눈이 내리고 10월 말이면 산장은 폐쇄가 되는데 지금 9월초는 눈이 제일 적을 때라 계곡에는 잔설의 모습만 보인다. 

오꾸호다까다께 연봉의 모습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왼쪽에 가라사와 휴테를 보면서 가라사와 산장을 향하여 오르다 잠시 쉬는 순간 우리의 이회장이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내 안경!”
아까 개울가에서 쉴 때 계곡물에 얼굴을 씻는다고 안경을 벗었다가 그만 놓고 온 모양이다.
지온 형은 기가 막힌 듯 말을 안 한다.
“아이고 저걸”

그렇지만 본인은 난감한 표정이다. 30만 원짜리 안경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험한 길 걷다가 잘 안보여 자빠지는 것이 더큰 문제다.
짐을 놓고 찾으러 간다고 혼자서 내려간다. 바로 위에 우리가 점심을 먹을 가라사와 산장이 있으니 시간적인 여유는 있지만 내려가는 뒷모습이 영 미덥지 못하다.

나머지 회원들은 가라사와(涸澤/2,350m)산장을 향하여 마지막 힘을 쏟는다. 산장에 도착을 하니 시간은 12시, 예상보다 빨리 올라온 셈이다.
 
산장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회장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지형이 익숙지 않아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되어 그냥 올라왔다는 힘없는 대답이 너무나 애처로운데 가라사와 산장에서 2시까지 점심시간을 갖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조군과 다시 내려간다. 
결과는 성공, 안경 찾은 것을 모두 축하를 해 주는데 본인은 엄청난 보람감을 느끼는 듯하다.

지온 형이 마침내 한마디 한다.
“야! 메가네야, 참으로 쪽 팔린다. 너는 이제부터 메가네 상으로 이름을 바꿔라”
이회장의 대답이 걸작이다
“와다구시노 메가네상이 아니고 메가네사마다”
그래서 다음부터 다른 사람이 메가네상이고 부르면 그때마다 본인은 메가네사마로 정정을 한다.

가라사와 산장 전망대에서 보이는 주위 경관은 구름에 가려 산 윗부분이 보이지 않기는 하지만 잔설이 남은 설계의 모습과 우리를 압도하는 거대한 계곡의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2시, 구름 속에 가린 호다카다케(穗高岳/2,983m)산장을 향하여 출발을 하였다.
2시간 정도 올라가야하는 가파른 오르막길은 불안정한 바위 지대로 손과 발을 전부 사용해야 하는 험로인데 위험지역은 철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지만 설치한지 오래된 듯 녹슬고 불안한 모습이다.
 
이런 지형은 사실 난이도는 별 거 아닌데 암벽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나 여자들은 공포감으로 맥을 못 춘다. 편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도 몸을 잔뜩 옴추린채 바위에 매달리니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 된다.
 
시야가 가린 구름 속을 위만 보고 힘들게 올라가기 2시간, 마침내 호다카다케 산장을 오르는 돌계단이 나타난다.  이 호다카다케 산장은 능선 위 좁은 안부에 어렵게 자리를 잡았는데 맑은 날 위에서 내려다보면 참으로 산장이 들어설 자리가 아닌데 용케도 산장을 지었다는 감탄을 하게 된다.
이 산장은 북알프스를 선전하는 팜프렛에  빠지지 않고 등장을 하는 명물 산장중의 하나다.
 
비오는 날 이런 곳에 올라온 뒤 산장이 없으면 얼마나 한심할까?
3천 미터 고도에 있는 산장은 비에 젖은 우리가 묵기에 너무나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난롯가에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며 마시는 맥주 한잔은 우리를 신선의 세계로 안내는데 창밖의 빗소리와 바람 소리는 잠시 동안 우리와 상관없는 세상의 일이 되었다.

자! 이제는 잠자는데 고소의 고통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휴게실의 TV에서는 태풍의 피해 상황을 겁나게 보도하고 있는데 내일은 아무래도 정상에 가기는 틀린 것 같다. 
 
알프스 산행 마지막 날, 잠결에 들으니 밤새 비바람 소리가 요란하다. 태풍이 그 위세를 본격적으로 떨치는 듯 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그 위세는 여전하여 하산길이 걱정된다.

오늘은 호다카다케(穗高岳) 산장을 출발하여 북알프스 최고봉 오꾸호다까다께(墺穗高岳/3,190m)를 올랐다가 마에호다까다께(前穗高岳/3,090m)를 경유, 다께사와(岳澤)휴테를 지나 가미고지(上高池)로 내려가는 총 12km, 산행시간 7시간의 코스다. 그런데 정상까지의 암벽 길은 1km밖에 안되지만 그다음 마에호다까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위험하다.

어제 올라올 때의 상황을 보아서는 예정된 코스로 내려가기에는 무리가 따른 다는 판단아래 하산코스를 우리가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 길은 약 19km로 전체 거리는 다께사와로 내려가는 것 보다 길기는 하지만 어제 올라왔던 길이고 험로가 별로 없기 때문에 비가와도 큰 문제는 없다.  

빗속에 산장을 나서는 얼굴들은 상당히 긴장된 모습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세퍼레이트 형이 아닌 판초우의는 바람에 날려 애를 먹는다.
예상대로 호다카다케 산장에서 가라사와(涸澤)까지의 암석지대를 내려갈 때는 조금 애를 먹었는데 특히 여자회원들은 상당히 힘들어 한다. 그리고 그중 한사람은 어젯밤에 고소증세로 잠을 잘못 자 고생을 한 탓에 더욱 발걸음이 느려지고 위험지대에서 겁을 낸다.

그러나 1시간여 만에 위험지역을 무사히 벗어나 어제 들렸던 가라사와 산장 우측 아래쪽에 있는 가라사와 휴테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하였다.
옛날 몇 번 왔을 때는 이 가라사와 휴테에서 계속 묵었었는데 오래간만에 와보니 그사이 확장을 하고 시설도 좋아졌다.
 
비도 피할 겸, 잠시 들려 휴식을 취하면서 너무 젖은 옷은 갈아 입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손님은 없고 조용한데 우리가 들어가니 여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가라사와 휴테부터의 하산 길은 고산을 오르면서 이겨내야 하는 고소 극복의 어려움도 없고 길도 편안한데 단지 내리는 비가 발걸음을 느리게 할 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가 많이 내려 사진기를 꺼낼 수 없다는 점인데 비가 많이 올 때는 방수 케이스의 지참이 필요할 듯하다.

요꼬계곡이 가까워지면서 숲이 시작되고 오른쪽 병풍암의 시커먼 모습이 점점 가까워지는데 마침내
혼다니바시(本谷橋)의 모습이 보인다. 다리에서 뒤에 오는 팀을 기다리며 쉬는 시간에 우리가 내려온 곳을 되돌아보니 시커먼 구름에 가려 위는 구름속 세상이다.
그래도 출발할 때보다는 빗줄기가 많이 약해진 듯하다. 오후에는 태풍이 빠져나간다고 했으니 이제 날씨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

요꼬산장을 향하여 가는 길에 우리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병풍암 높은 벼랑위에는 비가 오는 바람에, 없던 폭포가 생겼는데 제법 수량이 많은 물줄기가 밑으로 떨어지다가 바람에 날려 공중에서 흩어져 버린다. 한참을 구경했는데도 물줄기는 땅으로 떨어지지를 못하고 바람에 날려 공중분해가 되고 있다.

요꼬산장에 도착을 하니 12시가 채 안되었다. 비도 오고하니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산장에서 라면을 사서 같이 먹기로 했다.
일본 라면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라면 맛은 안 난다. 옆에서는 가지고 온 우리나라 컵라면을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데 그 냄새가 기가 막히다.
 
요꼬(橫尾)산장에서 가미고지(上高池)까지는 11km의 거리, 아직도 세 시간은 걸어야 하는데 출발하는 발걸음이 너무나 빠르다.
빨리 산장에 가서 옷 갈아입고 더운물에 목욕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연히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은데 그래도 끝까지 산행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 좋다.
 
아니나 다를까 한시간정도 가더니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일부 회원들은 빠른 속도를 원망하기 까지 하는데 나중에는 지쳐서 비가 오는 길가에 앉아서 쉬기도 한다. 이곳에서 부터는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으니 능력것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급한 성격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성격은 화끈한 면도 있지만 너무 경솔한 면도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일본 사람들의 집을 가보거나 아니면 이번 산행중 여러 산장이나 여관에서도 보았지만 일본사람들은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은 뒤 반듯이 신발을 나올 때 신기 좋게 가지런히 해서 되돌려 놓는다.
한국 사람의 경우 집에 들어가서 신발을 벗은 뒤 되돌려 놓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으리라. 신발을 되돌려 나란히 놓기는커녕, 휙 벗어 던지고 들어가는 바람에 식구가 많은 집은 신발의 짝을 맞추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지진의 피해가 많은 일본은 급할 때 빨리 신발을 신고 피할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철저히 교육을 시키는데 이제는 완전히 하나의 생활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민족 특유의 습관이 생활속에 정착되기 까지는 2백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데, 여기에 일본사람들의 무서운 면을 볼 수가 있다.
 가미고지(上高池)에 도착을 한 시간은 오후 3시 반, 어제 산행을 안 하고 먼저 내려온 두 사람과 반가운 邂逅를 하였다. 이제 걱정했던 태풍속의 산행은 모두 무사히 끝났다.
 
방을 배정 받고 짐을 갖다 놓은 뒤 산장내의 온천장에 들어가 더운 물에 몸을 담그니 만사가 다 내 것 같다.
온천탕에는 산 방향으로 유리창이 크게 나 있어 탕 속에 앉아서 구름이 걷힌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유리창 위 벽에는 산 연봉의 모습과 봉우리 이름을 적어 놓은 사진이 있어 산을 보면서 이름을 알기 쉽도록 해 놓았다. 일본사람 특유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저녁식사는 6시부터라고 한다. 하루종일 먹은 것이 별로 없어 배가 고픈데 우리의 악동들은 맥주로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더니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달리는 것 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4시 반부터  시작한 술은 저녁을 먹은 뒤에도 계속되어 밤 10시가 넘어도 계속된다.
 
나는 일지감치 2층 침대칸에 올라가 자리를 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
마침내 自中之亂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야! 이제 그만 먹고 자자, 남들 다 자잖아”
“아니야, 이거 남은 거는 다 먹어야 돼”
“야, 인마 다른 사람들 생각도 해야지, 우리가 얼마나 먹었냐? 이제 그만 자자”
“이 술은 어떻게 하고?”
“너 정말 이럴 거야?”
마침내 한사람이 일어나더니 남은 술을 창을 열고 밖으로 휙 던진다.
“어! 너 술 던졌어, 나가서 빨리 술 주워 와”
“미쳤냐? 내가 술 주우러 가게?”
 금방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지만 한사람이 세게 나가면 한사람이 푹 죽는다.
이 술꾼들은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다. 이제는 대기업의 사장과 임원을 그만두고 초야에 묻혀 말년을 보내고 있는데 바쁘던 시절 서로 얼굴도 못보고 지내다가 이제는 주말마다 모여 산을 다니고 있다.
말끝마다 이 자식 저 자식 하면서도 미운정이 그리워 하루만 전화를 안 해도 궁금해서 안달들이다.

밖에 버린 술병은 찾으러 갈 생각도 않고 조용해지더니 조금 있다가는 코고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 
그렇게 하여 일본 여행 가미고지(上高池)의 마지막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사진과 함께 하는 일본 북알프스 여행

 

다데야마(立山)連峰(클릭)

 

 

 

  일본 북알프스는 우리나라 산악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최상의 등산코스이다.

  특히 5천미터급 이상의 히말라야 등정을 앞둔 연습코스로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의 3천~4천미터급 산을
  택한다고 한다.  재팬알프스는 북알프스, 중앙알프스,남알프스로 구분되는데 그중에서도 험준한 북알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몇달전 친구 몇이서 관악산 등정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며 북알프스 등산을 하자고 의기투합한 바 있으나, 실
  행치 못하다가 알펜루트 코스의 설벽(雪壁)을 보려면 5월말까지 가야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등산은 다음 기
  회로 미루고 여행을 하기로 변경했다.  마침 롯데여행사가 일정과 맞아 급히 신청하고-
  등산이 아닌 여행이라 다소 섭섭했지만, 모처럼 마음맞는 친구들과의 부담없는 여행이라 재미있고 유익하였
   다.  3박4일간의 코스를 보니 둘째날과 셋째날이 하이라이트인것 같았다.
 
  (1일차)도야마-다까오까-우나즈끼 (2일차)구로베협곡열차-가나자와 (3일차)다데야마 알펜루토 횡
  단코스-하꾸바 (4일차)도야마-인천
 
   
  도야마(富山)-다까오까(高岡)
  5월28일 7시10분 인천공항에 모인 인원은 모두 49명이라 1,2조로 나누었다고 한다. 가이드도 두명이 동
  행한다고- 우리일행 다섯명은 1조에 소속되었다.
  9시5분발 아시아나 항공편.  첫날에도 여행시간이 길었다. 일본의 중심부인 도야마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일행
  인 김상희동문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그는 현재 신요꼬하마에서 근무하는데 신칸센열차를 타고 이곳에서 조
  인하게 되어 있었다.  버스 두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시내에 있는 마스스시(송어초밥)공장을 견학하고 그곳에서 중식을 하였다. 송어초밥이라 하여 크게 기
  대했으나 도시락에 송어초밥이 하나 들어 있었다. 뭔지도 모르고 먹고나니 그것이 송어초밥이란다.
 
  도야마(富山)현은 4,200평방m의 크기에 인구 112만이다. 도야마시의 크기는 1,200평방m, 인구는 42만명이
  다. 지나가는 도로 옆으로 신통(神通)강이 흐르는데 송어가 이 지방 특산물이라고 한다.
 
  첫날은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도야마에서 다까오까로 이동하여 즈이류지(서룡사 瑞龍寺)를 관람하였다.
  일본에는 크고 유명한 절이 많이 있지만, 이 서룡사는 일본의 국보 사찰이다.  에도시대의 건축양식으로
  산문,법당,불전이 국보로 등록되어 있는 유명한 절이다.
 
<2층으로 되어 있는 瑞龍寺 전경>
 
                             <서룡사 가람(伽藍)복원도는 마치 사람의 서 있는  모습과 같다>
 
  일본에는 49개의 대불(大佛)이 있는데 대불의 크기규정은 4.8m이상이다.
  이곳 다까오까 대불은 약 15.8m로 일본 3대 대불(나라 동대사 대불,가마꾸라 대불)의 하나이다.
  다까오까 성은 그 유명한 마에다가문이 100만석의 영지를 자랑하는 영주의 성이다.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스까지 이어온 마에다 가문이 지은 서룡사의 불당 지붕은 납성분이 많은 재
  료로 되어 있는데 이는 유사시 탄환으로 만들기 위한 방책이었다 한다. 역시 마에다의 영지인 가나자와
  성도 납성분의 지붕이다.
                                                        이 부처의 몸부위를 만지며
아픈 부위를 낫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면 영험이 있다고--
 
 
                                            다까오까(高岡)大佛(15.8m)-일본 제2의 대불
 다까오까의 동 제조기술을 자랑하며 만든 대불이라 한다.
 
 첫날의 숙소는 우나즈끼(宇奈月) 온천이다. 모처럼 일본 유수의 온천지대에서 온천욕을 하게 되었다.
 호텔은 온천지구에 있는 우나즈끼 엔타이지소(宇奈月 延對寺莊). 온천은 1층과 지하 두군데 있었다.
 1층은 남자 여자를 시간대별로 구분하여 입장 시키는데 실내탕 외에 야외탕이 있어 인기였다.
 
 탕에서 내려다 보이는 깊은 내(川)와 맞은편 우람하고 경사가 심한 산이 마주하고 있어 경관이 아주 좋았
 다. 우리는 식사전 1층에서 온천욕을 하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연회장으로 갔다.
 이 온천여관도 연회장을 많이 마련하고 있었다. 팀끼리 앉게 자리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친절한
 인사와 안내에 따라 기분좋은 저녁을 하였다.
 
바깥은 비가 내렸다. 온천욕을 마친뒤라 유카다를 입은채 일본 게다를 신고 우산을 받혀든채 거리 산보를 나갔다.
 너무나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이 우리를 편하게 했다. 거리를 돌다보니 족욕온천탕이 있었다. 족욕을하는 무료온천이었다. 야밤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다시 거리를 돌다 호텔 근처에 야외 족욕탕을 발견했다.
 
신나는 어린아이 모양으로 또 족욕을 하면서 --오늘 내발은 호강을 하는구만-- 족욕 2차로 해본 사람 나와 봐!
큰 소리를 친다.  모처럼 신는 게다(나무 나막신)에 발가락 사이가 아프기 시작한다.
 
 <길거리에 있는 온천족탕>
 
  비오는 일본 온천동네를 유카다를 입은채 우산과 게다를 신고 산보하는 기분도 색다른 감회가 있어 좋았다.
  방에서도 창가에서 들려오는 개울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피곤한 밤에 자장가로 들리겠지--
  내일은 아침8시에 출발하여 저녁 8시까지 강행군이다.
 
  구로베협곡 토로코열차
 
 
  둘째날 오전은 구로베협곡의 도로코열차여행이다.
  구로베 협곡은 구로베강의 상류에 있으며 하쓰센야타니(八千八谷)라고 불리우는 크고 작은 계곡으로
  이루어진 깊은 협곡이다.  호쿠리쿠(北陸) 지방 유수의 우나즈키(宇奈月)온천에서 게야키다이라에 이르
  기까지의 험한 산골짜기 사이를 따라 수놓는 듯이 달리는 도루코 열차를 타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
  다운 대자연의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우나즈키 역을 출발해서 처음 건너는 철교인 신야마비코교(新山彦橋)는 쿠로베 철도 중에서 가장 긴 다리로 울창한 녹음을 배경으로 반짝이는 빨간 색의 철교가 매우 인상적이다.
 
                            <빨간색의 긴다리가 인상적이다>                       <산타옷 같은데 불상이라고->
 
  유교역(柳谷)에는 新柳河原發電所가 보이고 그 전에 평화의 상이 시선을 끌었다. 삼석(森石)교 못미처 빨간
  옷을 입은 불상을 보느라 관광객들의 시선이 쏠린다.
 
  협곡에 흐르는 옥색의 아름다운 냇물이 주위의 돌,바위 나무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열차는 주변경관을
  설명하면서 사진 찍을만한 곳에서는 천천히 가는 배려도 하였다.
 
 
  도로코 협곡 열차는 협곡을 따라 크고 작은 46개의 터널과 27개의 다리를 건너며 협곡을 누빈다.
 
  우나즈끼(宇奈月)에서 가네쯔리(鐘釣)까지 왕복코스 티켓으로 갈때는 창문이 없는 열차로 간다. 바람 때문에
  추위를 느낀다. 겉옷이 이래서 필요하다고- 귀환때는 창문이 달린 고급열차를 탔다.  편도 14.3km로 57분이
  소요되었다. 가네쯔리에서는 온천을 할 수 있는 야외탕이 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이날은 개방을 하지 않았다.
 
<굽이치는 구로베협곡의 옥색물줄기-비가 와서 변색되었다>
 
<비안개가 산을 휘감아 운치를 더욱 돋군다>
 
<눈얼음 덩이가 녹아 내리고 있다>
 
<발전소도 보이고 터널도 수없이 많다>
 
<산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깊은 골쩌기로 흘러내리는 눈녹은 물이 폭포수가 되어-->
 
   전통공예전시관/유노쿠니노모리
   구로베협곡을 토로코열차로 관광을 마치고 이시가와현 고마츠시 가가온천마을에 있는 전공공예마을을
   찾았다.자연으로 둘러싸인 13만평의 광대한 숲속에 옛 일본 전통가옥이 들어서 있다. 건물 하나하나에
   일본의 전통공예와 가가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어부의 집(漁師 館)이라는 곳에서 중식을 하고 자유스럽게 전통공예마을을 둘러 보았다.
   나무나 전원적이고 아름답게 꾸며진 전통공예전시관은 모두 특색있는 전통방식으로 건축된 상점으로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카메라의 대상이 되었다.
 
<전통공예마을 입구>
 
어부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漁師의 館"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가옥 형태가 특이하고 버섯모양의 안내쉼터가 시선을 끈다>
 
<전통공예 중 도자기류 전시장이다>
       
                                   <칠기를 입힌 고가(칠십만엔)의 바둑판과 밀떡을 굽는 질그릇>
 
<전통 찻집의 그윽한 향기가 품어 나오는 듯하다>
 
 세계유리공예관과 도자기 공예관을 차례로 구경하였다.
 
                                                               <세계유리공예관>
 
                                               <도자기전시관에 전시된 3천만엔의 명품>
  
   가나자와(金澤)에 있는 ‘겐로쿠엔’(兼六園).
   일본의 3대 명원(名園)의 하나로 꼽히는 겐로쿠엔은 가나자와 성의 외곽정원으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참고로 일본의 3대 명원 : 가나자와 겐로쿠엔,미또 카이라쿠엔,오카야마 고라쿠엔)
   마에다 가문의 가나자와성이 길 건너편에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겐로쿠엔이라는 이름은 광대(廣大), 유수(幽遂), 인력(人力), 창고(蒼古), 수천(水泉), 조망(眺望) 등 6개
   (로쿠)의 빼어난 절경을 갖추고 있는 정원이라는 의미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약 38만평에 수목 183종  8,750그루, 3개의 연못에 물줄기를 구비구비 흐르게 하고 다리를 놓아 운치를 돋군
   다. 일본의 국화인 벚꽃과 황실의 상징인 국화를 접목하여 꽃을 피게한 나무도 관심을 끌게 한다. 
 
 
<예쁘게 꽃이 활짝 핀 고토지도로(등롱)과 연못의 잔잔한 물결이 아름답다>
봉래섬과 가스미가이케(연못)
 
<간코바시(雁行橋)/11개의 안산암을 사용해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본따서 만든 다리>
 
야마토타케루노미코토(메이지 기념동상)
 
根上松(네아가리노마쯔)-13대 영주(나리야스)에 의해 심어진 소나무.
애송을 흙을 쌓아 돋운 지면에 심고 점점 그 흙을 제거하여 뿌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짐.
 
<꽃이 피는 봄철도 좋지만, 단풍이 미려한 가을풍경도 눈에 선하다>
 
표지(瓢池,히사고이케)와 폭포-겐로쿠엔의 발상지가 되는 오래된 정원으로 연못은 표주박 모양.
폭포는 1774년에 만들어짐
 
분수(噴水)-이 분수는 가스미가이케가 그 수원이며 수면과의 낙차로 3.5m까지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분수로 알려져 있다.
 
<연못에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가 산수화를 보는 듯  절경을 이룬다>
 
 
겐로쿠엔의 절경을 구경하고 시내 최고 번화가인 코린보(香林坊)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백화점과 디스카운트스코아 등을 돌아보고 우리 일행은 시내 중심가를 거닐었다. 점포 가게 앞 도로는 비를 맞지 않게 천정을 씌우고 조명을 하는 등 예쁘게 장식하여 관광객들을 쇼핑하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게 하였다.
 
조그만 도시이지만 깨끗하고 관광객들을 배려하여 도심지 중앙통을 상점가로 집중하여 즐겁게 거닐면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였고 뒷골목에는 유명한 음식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코린보 상점가>
시내 주택가에도 맑은 시냇물이 흐르도록 설계하여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연출하였다. 
  전형적인 계획된 도시설계를 보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한 식당 주변은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야외라 한층 운치가 있었다. 모처럼 들어보는 개구리의 합창이 하도 신기해 갖고 간 녹음기에 녹음을 하였다. 배경소리음으로 쓸데가 있을 것 같아서-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냇물>
 
  매일밤 그 지방의 사께(地酒)를 시음하면서 즐거운 환담으로 하루
  의 여행스케쥴을 마감했다.
  일본은 역시 사께의 나라다웠다. 우리의 정종인 사께가 지방마다 없는 곳이 없다. 가격도 천차만별-
  보통은 700ml 병에 2500엔 정도이나 5000엔이 넘는 것도 있다. 병모양도 포장도 미려하고 고급스럽게 만들
  어져 있다. 경쟁이 심해서 맛도 질도 포장도 좋아진다고 한다.
 
 
 
  다데야마 알펜루트 횡단코스
 오늘은 대망의 알펜루토 코스를 횡단하는 날이다.
 잠이 일찍 깨어 룸메이트인 장곡과 호텔 뒷산으로 산보를 나갔다. 일본
 에서는 교회가 무척 드문데 이 호텔 뒤산에 조그만 교회가 있고 이 교회
 에서 간혹 결혼식도 한다고 한다. 산 위에 주차장이 있고 그 위로는 길
 이 나 있지 않았다.
 
 가나자와 시내를 조망하고 길을 따라 하산하였다. 굵고 우거진 대나무
 숲 옆으로 내려오면서 도로의 이정표를 보니 마스모도(松本)로 가는 방
 향표시가 있었다. 예전 현직 때 마쓰모도 후지공장에 출장 갔던 기억이
 새롭다.
                                                                  <아파트 뒷산의 대나무숲>
 가나자와 국제호텔에서 아침 8시에 출발,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인 다데야마 알펜루트 횡단코스를 타기 위
 해 다데야마 역으로 갔다. 알펜루토 횡단코스는 장장 90km의 긴 코스를 해발 475m에 위치한 다데야마역에서
 출발, 설벽(雪璧)으로 유명한 무로도를 거쳐,2500m의 대관봉역을 거친다. 그리고 구로베 댐으로 가서 거기서
 하산한다. 오르고 내리는 차편이 다양하여 자주 갈아타야 한다.
 
 
                                                            <다데야마역에서 김상희>
 
 (1)다데야마(立山)역-비죠타이라(美女平)역    (등산열차편)
     1.3km의 거리를 레일을 따라 로프를 당기면서 가는 케이블카편을 이용한다. 25도의 급경사를 타고 간다.
     7분소요
                                                      <로프를 당기면서 오르는 등산열차>
 
 (2)비죠타이라(美女平)역-무로도(室堂)역   (고원버스)
    무로도역까지 23km를 50분간 고원버스를 타고 해발 2,450m까지 오르면서 경치가 좋은 곳에는 잠시 멈추
    면서 간다. 가는 도중 1,280m 지점에 유명한 소묘폭포(Shohmyo)가 있다. 350m의 낙차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급 폭포로 4단으로 나누어져 굉장한 폭음을 내며 시원하게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국가명승지,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가는 도중 설원과 멀리 3천미터급의 설산이 장관을 이룬다.
 
                    
                                  <열차가 정차하면서 보여준 고목,  1,280m의 폭포전망대>
 
 
 
                                          일본 최대규모 낙차 350m를 자랑하는 소묘폭포
 
                                     고원버스를 50분가량 타면서 유리창에 나타난 설경들
 
 
                                                              초여름에 보는 백설잔치
 
                                         크리스마스트리와 흰눈은 한겨울 설국에 와 있는 느낌
 
멀리 다데야마산의 연봉을 시야에 두고 설원이 한없이 펼쳐진다.
 
 (3)설벽 구경  (도보)
     무로도역에서 한시간 가량 도보로 설경을 감상한다. 미구리가이께 온천이 있는 곳까지 가보려 했으나 안개
     가 자욱하여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버스로 오면서 양 옆 높이 쌓여 있는 설벽을 보았지만 도보로 구경할 수
     가 있었다. 약 1km까지 도보감상을 하도록 개방하고 있었다. 그것고 운이 좋게 5월8일부터 31일까지 한정
     하고 있었다. 4월중 최고 높은 곳이 20m라고 하는데 현재는 눈이 녹아 계속 낮아지고 있다한다. 자막으로
     나오는 현재 최고 높이는 15m라고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높이는 대략 10m 정도였다. 설벽에 낙서가 많
     았는데 한글도 있는것을 보면서 한국 관광객도 무척 많다는 걸 느낀다. 곳곳에 설명판에는 한글 설명판도
     있다.
 
             
               뇌조(희귀새이름)장과 미구리가이께온천 표지판/ 표고2,450m의 무로도(室堂)표지판
                       
                             설벽이 녹고 있다.                                    설벽 관광도로에서
                             
                              저 높은 곳을 향해                                     설벽(雪璧)
 
                           <설벽이 있는 이 곳의 높이도 2,390m나 된다. 기온은 4도C, 적설높이 15m>
         
              
                                                               무로도역 바깥은 강풍과 안개로--
 
                                  <두꺼운 방한차비를 못해온 김상희동문은 역에서 기다리고-->
 
                                                     <뜨끈한 오뎅국물이 최고->
  
                                                 <눈얼음으로 만들어진 동굴을 지나며>
 
                                              <구로베 댐이 있는 구로베호수가 보인다>
 
                                                <안개로 가득한 뒷산도 눈으로 덮여있다>
 
  (4)무로도-다이칸봉(大觀峰) 트롤리버스
      트롤리버스를 타고 약 10분이 걸려 3.7km의 터널을 통과하면 대관봉역에 도착한다. 이 틀로리버스는 가
      소린버스가 아니라 전기로 가는 버스이다.  환경 공해 방지를 위해 전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대관봉역(표고 2,316m)에 걸려있는 사진액자  속의 2500m 이상의 높은 준령들>
  
(5)다이칸봉(大觀峰)역-구로베다이라(黑部平)역     케이블카(로프웨이)
 
                                                   케이블카가 전봇대없이 메달려 온다. 
  
   다이칸봉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7분- 480m를 내려온다. 1.7km를 기둥 하나없는 로프웨이라고 한다. 기술이
   대단하다.  내려오는 케이블카 바깥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구로베다이라(해발 1,828m)에서 중식을 하였다.
 
     
            케이블카에 비가 내리고-                   구로베다이라                                    케이블카
 
 
 
 
 
                                                                   비안개-설경-설산
 
                                                       최고봉 오난지봉(大汝山 3,015m)
 
   (6)구로베다이라역-구레베호수    등산열차
    오를때와 마찬가지로 800m를 등산열차가 급강하한다. 로프를 밀고 당기면서 구로베호수까지 하강하는데
     불과 5분밖에 안 걸린다.
 
 
                                                              구로베 댐 호수
 
  (7)구로베댐 횡단(도보 자유시간)   
    구로베댐을 도보로 건너간다. 800m의 거리지만 댐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시간이 되면 댐 정상에 다녀오라고 했다. 댐 정상까지는 계단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고소증 환자들
     은 어지럼을 탈 것 같았다.  댐 정상에는 1,508m라는 표고와 같이 전망대와 휴게소가 있었다. 역시 기념사
     진 찍느라 야단이다.  구로베댐은 일본에서 가장 큰 아치형댐으로 폭 492m, 높이 186m로 1963년에 완공되
     었다.구로베댐의 규모나 난공사에도 놀랐다.
     구로베댐은 관서전력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1956년부터 63년까지 7년의 공사로 당시 돈으로 513억엔이 소
     요되었다.  무려 171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난공사였다고 한다.
 
          
                           구로베 댐                                             구로베댐 정상에 있는 전망대휴게소
 
  (8)구로베댐-오기자와역            트롤리버스
    오기자와까지 6.1km를 트롤리 전기버스를 이용하여 내려간다. 이 전기버스는 간사이(關西)전력이 관장하며
    티켓을 개인별로 나누어 탑승한다. 12분이 소요되었다.
 
  (9)호텔로
    오기자와역에 대기하던 우리 버스로 호텔로 향한다.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
 
    알펜루토의 대장정이 마감되었다. 과연 소문대로 대단하였다.
    알펜루토코스는 90km의 엄청난 거리를 터널을 뚫고 등산열차,고원버스,케이블카,트롤리버스 등을 이용하여
    다데야마산 연봉을 관통시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감동을 준다. 
 
    평소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일본은 산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알았는데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일본의 산악지대는 전 국토의 72%를 차지한다고 한다. 일본산은 특히 높고 악산이 많은데 3대 영산중에
    이 다데야마가 들어간다. 가장 높은 후지산(3,776m) 그리고 다데야마의 오난지산이 3,015m, 그리고 백산
    (하쿠산 2,700m)을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3대 영산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3,000m이상의 산이 21개나 된다고 한다. 2,000m이상은 500개나 된다고 하니 우리나라 산과는 비
    교도 되지 않는다.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현에만도 2500m이상이 90개나 된다고 하니 입이 벌어져 다
    물지를 못하겠다. 이곳이 일본의 지붕으로 일컬어진다고 한다.
 
   알펜루트의 대장정을 마치고 잠자리인 고야마의 하쿠바(白馬)로 향했다.
   산을 넘고 상당히 먼 거리를 갔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점프장도 보이고 드디어 숙소인 그린프라자 하쿠바
   에 도착했다.  이 곳은 스키장이었다. 겨울 스키철에는 구하기 힘든 대단한 숙소이지만 지금은 비철이라 관광
   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모양. 
 
   이 호텔도 온천장이 있어 편리했다. 내일은 마지막 관광후 귀국하는 날이다. 남은 술(사케와 위스키)을 모두
   마셨다. 감기가 계속 낫지않고 기침이 나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친구와 일본에서 마시는 술을 마다할 수가 없
   다.  내일은 9시에 출발예정이란다. 아침 산책을 약속하며 잠자리에 들다.
  
 
              <스키시즌에는 좀처럼 얻기 어려운 "그린 플라자 하쿠바"전경. 마치 스위스에 온 것 같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하쿠바 스키장>
 
  일본의 전국 명수 100선 용명수/우마카마보코공장/한약방/쇼핑센타
 
   아침 잠이 일찍 깨어 장곡과 산책을 나갔다. 박호전사장,단계도 동행했다. 스키장 산책길을 따라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아침이슬이 젖어온다. 아주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우리의 숙소가 마치 스위스에 온듯 착각
   을 일으키며 - 스키장의 아침은 밝은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9시부터 오늘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아마도 비행기시간이 저녁이라 어쩔수 없이 도야마로 가면서 ,카마보코
   공장,약수,한약방 등지를 구경하는 스케쥴이다. 하쿠바(白馬)에서 148번 도로를 타고 도야마만으로 직행하고
   거기서 해안을 따라 우오쯔(魚津)시로 향했다. 해안을 끼고 가는 경치는 언제나 좋다.
                 
              
 
 
  가마보꼬 공장
  일본의 가마보꼬가 우리말로 어묵이라고 하면 비슷할런지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어묵과는 수준이 다른
  것 같다. 어물말이와 아름답게 세공되고 장식된 가마보꼬는 마치 예술품을 보는 것 같았다. 길조를 비는 도미
  나 보물선등으로 표현한 가마보꼬는 도야마에서는 결혼식이나 약혼식의 필수품이라 한다. 실제 세공기술을
  보고 있으면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느낌이 들었다. (위 좌는 가마보꼬 공장의 기술자가 어묵총으로 그린 작품)
 
  용명수 관광 
  일본의 100대 명수(名水)에 속하는 도야마의 용명수(御靈水)를 구경했다. 약수터로 올라가는 길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고 있었다. 불상들이 도열하고 있어 물었더니 약수터에 사찰이 있다고 한다. 
  일본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물을 받아 마시고 물통을 사가거나 배달시키는 것을 보니 --
 
  한약방
  이께다야 가정식 한약방에 들렀다. 일본의 정로환은 옛부터 유명하지만 약종류는 함부로 사기가 어렵다.
  일본에서도 역사가 깊고 전통있는 한약재료상이라고 한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도야마 역 앞에서 김상희동문과 헤어졌다. 그는 열차를 타고 근무지 신요꼬하마로 간다.
  이번 여행 스케쥴에 동참해주어 고마웠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구로베협곡의 도로코열차와 다데야마 연봉을 관통하는 90km에 달하는 등산열차, 트롤
  리버스,로프웨이 케이블카를 타고 2500m에 위치한 설산의 절경감상, 그리고 특히 15m 높이로 쌓인 설벽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감탄하던 일, 난공사 끝에 완공된 구로베댐에서의 감동 --모두 잊지못할 추억거리다.
 
  가능한한 많은 사진으로 남기려다 보니 여행기가 길어진 점 양해바랍니다.
 
 
 
일본 북알프스 등정기(이혜연)
 
2006년 8월 12일

 낯선 곳이라서인지 일찍 눈이 떠졌다. 목이 칼칼하다. 여름이어서 반팔 티셔츠만 입고 잤는데 자는 도중 서늘해서 금세 신호가 오는 모양이다. 잠을 깬 후 시계를 보고 아직 이르다 싶어 조금 더 누워 있으려니 새소리가 들린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것이 휴대전화 모닝콜인가 본데 누군가 굉장히 참을성이 많다고 궁시렁거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산장 싱크대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우리 일행들이 있는 방으로 가서 열심히 주무시고 계시는데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다. 다들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산행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고. 상쾌한 공기가 피부에 닿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오늘 일정을 살펴보며 준비운동 삼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데 여전히 들리는 새소리. 휴대전화 모닝콜이 아니고 진짜 새소리임을 참 늦게도 알았다. 이름도 모르는 새에게 아침 인사를 해 주어 고맙다고 마음으로 전하고 슬슬 짐을 챙겼다.

 

 

 

 

 산장에서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받아 배낭에 넣고는 오전 8시 10분 출발. 아침부터 줄을 서서 올라가는 일본 사람들의 행렬을 보며 이 사람들도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등산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자기 머리 위로 올라가는 배낭을 메고 씩씩하게 잘도 걷는다.

 작은 다리 하나를 지나고 나자 산길이 시작되는데 평탄한 길이 오솔길 같다. 올라가는 사람은 왼쪽, 내려오는 사람은 오른쪽이라고, 길이 좁아지면 한 줄로 서서 가는 것이 좋겠다고 가이드 우차장이 말한다. 남의 나라에 오면 꼭 신경이 써지는 것은 우리가 민간 사절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은 점이다. 무의식중에 한 행동이 나라 망신을 시킬 수 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아침에 하산하는 내려오는 사람도 제법 많다. 산장에서 자거나  야영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리라. 일본 사람들이 다른 사람 배려하고 인사성 밝다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 쉴 틈 없이 '곤니치와.'를 듣는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지. 마주 보고 웃으며 나도 '곤니치와.'를 하며 본의 아니게 인사 잘하는 사람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30분 정도 가자 왼쪽으로 묘우신( 明神 )봉이 늠름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길가에 서서 연신 감탄을 하며 카메라를 눌러댄다. 한국에 가서 보면 사실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진이 많은텐데...

 길 옆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스기'(삼나무)와 '히노끼'( 편백 )가 쭉쭉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둘 다 생장이 빠른 것이 특징인데 삼나무는 잎 끝이 뾰족하고  편백은 조금 무디다고 한다. 기소의 편백 숲에서 森林浴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가슴 깊이 이 공기를 들이마시려 심호흡을 해 본다. 피톤치드와 테르펜 성분이 내 피부와 심장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고 튼튼하게 해 주려나?

 

      향상하는 나무들 아래

      길 따라가는 나는 길처럼 길어지지 않는다

      사방에서 촘촘한 그물 던지는 세월 아래

      길 따라가던 나는 더욱 길을 잡는데

 

      향상하는 나무들 아래

      음악은 결국 듣는 자의 몫

      길은 끝끝내 가는 몸의 것이라고

      나는 나를 속여 왔으니

 

      향상하는 나무들 아래

      향상하지 않는 검은 뿌리들

      웅장한가 아니면 웅성거리는가

      보이지 않으면 두렵고 

      두려우면 또 보이지 않으니

 

                                      이문재의 < 나무들은 向上한다 > 중에서

 

 오전 8시 45분. 묘우신 연못이라고 쓰인 곳에서 1차 휴식. 가능하면 물통에 물을 채우고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우차장의 당부가 이어진다. 해발 1500m가 넘는 곳에 이렇게 편의시설을 해 놓은 일본인들의 자세가 돋보인다. 도리어 이런 것이 다른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기본적인 정신 교육이 단단히 한 몫을 하겠지만 말이다. 이고문님은 북알프스가 자세히 나와 있는 지도를 하나 구입해 오셔서 열심히 숙지하신다. 나중에 우리에게 깊이있는 강의를 해 주실 모양이다. 기대해도 되겠군.

 

 황소팀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다시 출발했다. 길은 여전히 아주 무난하다. 동네 뒷산 산책을 나온 느낌이 들어서 도리어 긴장이 풀어지지 않을까 하는 杞憂를 한다. 여유가 있으니 길 옆의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보랏빛을 띠고 수줍게 피어 있는 꽃, 노란빛을 자랑하듯 발랄해 보이는 꽃, 우윳빛으로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꽃, 하얀색으로 정갈해 보이는 꽃...  자연은 어디나 비슷하다. 비록 해발 1500m를 넘기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보이는 꽃들은 우리 나라 山野에서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주섬주섬 마음을 챙겨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왼쪽으로 나 있는 계곡은 얼마 전 쏟아진 폭우에 산사태가 나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내 키의 다섯 배쯤은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나가 뒹굴고 있는 모습이며 마구 쓸려나가 조금은 황폐해 보이기까지 하는 계곡 바닥이 다시 한번 자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길은 여전히 편안한 자세로 우리를 이끈다. 조금씩 있는 경사야 그리 심한 것이 아니니 숨을 헐떡이지 않아도 갈만 하고 도리어 고도계를 보면 겨우 10m씩 올라가는 것이 과연 어느 천년에 우리 목적지까지 갈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오늘 일정은 급할 것이 없으니 천천히 가라고, 산장에 일찍 올라가도 할 일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느긋하게 발을 터벅터벅 옮기려 하지만 성질이 급하니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군.

 

 앞서서 가는 사람은 늘 그 위치를 차지하고 뒤에서 오는 사람은 또 늘 그 자리이다. 각자 왔지만 우리와 한 팀인 사람들 서넛이 늘 앞서서 걷고, 나와 이고문님이 중간쯤 되나, 그리고 이회장님과 나상무님은 사진을 찍으시는지 뒤로 처지셨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산행을 하는 것은 정말 유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 산천경개 구경하며 때로는 콧노래도 부르고, 낯선 사람들 풍습도 눈여겨보고...

 

 오전 9시 50분 도쿠사와 ( 德澤 ) 산장에 도착했다. 이 산장은 주변이 넓어 야영장이 잘 갖추어져 있다. 빨갛고, 노랗고, 초록색의 텐트들이 풀밭에 펼쳐져 있는 모습은 평화롭다 못해 장난처럼 간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나라는 언제부턴가 산에서 하는 야영을 금지했다. 陰酒歌舞를 유난히 좋아하는 국민 정서상 국립공원이 쓰레기장으로 변할 것을 염려한 때문인 것으로 안다. 어젯밤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산장 주변을 둘러볼 때 그렇게 많은 텐트가 있는데도 저녁 8시 반에 쥐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과연 저 텐트 속에 사람들이 들어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었다. 그리고 하나도 먹고 마시지 않은 것처럼 어디서도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도 덩달아 조용조용 귓속말을 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런데 쉬면서 사방을 둘러보다 웃통을 벗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꼭 저런 사람이 어디나 있다니까...' 하면서 남자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보니 우리 팀이었다. 어째 이런 일이, 쯧쯧.

 남의 나라까지 와서 무단 방뇨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有備無患 차원에서 습관적으로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을 다시 채운 후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내가 가야 할 길 어서 가야지. 우리가 출발한 가미고지( 上高地 )까지 6.4km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우리가 온 거리가 그만큼 된다는 말이렸다.

 

 다음은 요코오( 橫尾 ) 산장에 가서 쉰단다. 날씨는 우리를 도와주는지 긴팔 남방셔츠를 벗고 나서는 그리 더운 줄 모르고 걸을 정도이다. 산에서 해발 100m 올라갈 때마다 섭씨 0.6도씩 기온이 떨어진다던가. 아침에 어떤 옷을 가지고 올라가느냐를 놓고 왈가왈부 했던 일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는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산에 갈 때도 때로는 옷을 어떻게 입어야 실패하지 않을지 고민이 많다. 그런데 남의 나라, 그것도 우리 나라에는 없는 高山을 오르려니 고민이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데 신세를 지기도 어렵고.

 

 오전 10시 55분에 요코오 산장에 도착했다. 슬슬 배가 고프다. 양갱 하나를 먹고 이회장님이 사다 주신 음료수 한 병을 마시며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이고문님 배낭은 전혀 변동이 없이 빵빵하다. 다른 사람 배려해서 챙기신 장비가 반은 되리라. 이왕이면 나보다 무거운 배낭 짐을 덜어 드리자고 고문님 배낭 옆구리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이제 조금 가다 점심을 먹고 2시간 정도 가풀막진 길을 오르면 우리가 쉴 산장이란다. 거리상 반을 훨씬 넘겼으니 마음이 놓인다.

 

산등성이에 구름이 걸렸다가 넘어가는 것을 보며 배낭을 멨다. 날씨 조짐이 심상치가 않다. 조금만 참아주면 좋으련만 산의 날씨라는 것이 예측할 수가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되겠군. 출발하자마자 몇 방울 비가 듣기 시작한다. 점심 먹을 장소까지 이동해야 비를 피할 데도 없으니 차라리 비가 더 오기 전에 여기서 먹는 것이 낫겠다고 우차장이 길섶으로 안내한다. 나무 등걸이나 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꺼내니 삼각김밥 3형제가 나란히 들어 있네. 다른 도시락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멋어본 삼각김밥 생각을 하며 밥 한 입에 물 한 모금 하며 2개를 꾸역꾸역 먹어 치웠다. 나머지까지 억지로 먹으면 도리어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도로 집어 넣고 비에 대비한 준비를 한다.

 

 체온이 떨어질지도 모르니 긴팔 셔츠를 덧입고, 발목에는 이번에 새로 장만한 반스패츠를 채웠다. 산에 다니다 보면 신발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고역이었다. 스패츠는 꼭 눈이 들어갈 것에만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비 또는 돌 등의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하는, 쓰임새가 다양한 장비라고 하는 걸 배웠다. 머리에도 새로 산 고어텍스 모자를 썼다. 다른 사람들은 고어텍스 자켓과 바지에 우비까지 중무장을 하는데 하늘을 보건대 그리 무자비하게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으니 걸으면서 땀이 나면 비에 젖는 것보다 때로는 못하다는 사실을 감안했다. 나만 준비하면 되나? 귀중품이 있으니 배낭 카바는 기본이지.

 

 가볍게 걷기 시작하는데 유난히 돌이 많은 길이 미끄럽다. 거기다 이제부터 경사가 심해지니 긴장이 되는군. 내가 빨리 걸어서 자기도 자꾸 속도가 빨라진다고 우차장은 타박이 심하다. 그 말을 듣고 서서 쉬면서 뒤에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잠깐 고민을 했다. 이제 겉옷은 거의 다 젖다시피 했다. 그냥 이대로 가야 하나, 아니면 남들처럼 지금이라도 비옷을 꺼내 입어야 하나? 이고문님은 오늘 따라 앞서서 잘 걸으신다. 마치 자신을 테스트라도 하는 양.

 

 어느 정도 올랐을까? 멀리 녹아내린 눈이 보이고 계곡에 아직도 두꺼워 보이는 얼음이 한 겹 덮여 있다. 당연히 기온이 내려가 팔에 소름이 돋는다. 비는 그쳤고 햇살이 여우처럼 반짝이는데 빗물을 머금은 나무와 꽃들이 한층 싱그럽다. 수피가 독특한 나무도, 조롱조롱 꽃인지 열매인지를 매달고 있는 식물도 모두 반갑다. 나무 이름은 묻지 말라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서 수피가 특이한 나무가 무언지 아느냐고 우차장에게 물으니 '저노므시키'란다. 다음에 또 물으면 '간나새끼'라나? '나무 木'자를 일본말로 '기'라고 하니 우스갯소리를 하는 모양인데 처음에는 진짜인 줄 알고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니...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가면 산장이 보인다고 우차장이 일러 주었다. 이제부터는 눈길이다. 싸늘한 눈바람이 몰려와선 한 차례 내 몸을 훑고 지나간다. 한여름에 피서는 확실히 온 셈이군. 한국은 지금도 30도를 오르내릴텐데...  눈길이다 보니 길도 미끄럽다. 스틱을 꺼내 중심을 잡아가며 올라가다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조심조심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살살 걷다보니 산장이 코 앞에 보인다.

 

 걸음을 멈추고 보니 앞 위쪽으로는 양쪽에 우뚝한 봉우리가 있고 그 아래는 설사면이 펼쳐져 있는데 여기도 온갖 색상의 텐트가 만발한 꽃이다. 여기까지 저 텐트와 필요한 물건들을 지고 올라오기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무래도 대다수가 젊은이들인데 우리와는 즐기는 문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 젊은 사람들은 3D업종이라고 힘든 일을 피해서 직장을 잡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콘도나 펜션 아니면 민박을 정해서 즐기지 이렇게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 면을 보면 아무래도 정신력에 차이가 나지 않을까?

 

 오후 2시 15분 마지막 힘을 모아 가라사와( 학澤 )산장에 도착했다. 해발 2350m란다. 산장 입구에 놓인 의자에 일찍 온 사람들이 모여 주변을 감상하고 있다. 김차장이 와야 방 배정이 가능하니 잠깐 쉬라는 말을 듣고 벤치에 자리를 잡은 후 커피물을 준비해 가져온 비스켓과 커피로 상을 차렸다. 아! 이 분위기와 어울리는 향이라니... 열심히 장비를 챙겨 지고 오신 이고문님 덕에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시간이다.

 

 산장에서는 9시에 소등을 한다, 비누와 치약을 쓸 수 없다는 등의 주의사항을 우차장에게 들었다. 그건 우리 나라도 자연 보호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항이다. 물론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자기가 도로 가지고 내려가야 한다. 작년에 갔던 지리산 산장 구석구석에서 냄새를 풍기던 음식 쓰레기를 떠올리며 구호뿐인 우리 나라의 정책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에도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있지만 우리 나라만큼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것은 어디서도 볼 수가 없었다. 새삼스레 이들의 준법정신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방 배정을 받았다. 우리는 2층 하나( 花 ) 방이다. 空, 峰, 木 등등 방의 이름을 자연에서 따온 것이 눈에 띈다. 방에 들어서니 두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층에 4명이 자면 적당해 보인다. 그런데 일본이 지금 연휴기간이라 사람이 많아 6명을 배정한단다. 하는 수 없지. 하필이면 일본 연휴기간에 온 사람 잘못이랄 밖에.

 

 산장에서 할 일도 없고 좁은 것이 답답해 이고문님과 밖으로 나와 무엇을 할까 하다가 멀리 보이는 산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배낭을 벗어 놓고 나오니 이렇게 날아갈 듯 홀가분한 것을...  가볍게 걸어 눈밭에서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장난을 치니  룰루랄라 놀러나온 어린애처럼 들떴다.

 

 

 

 그러다가 마주 보이는 산장을 향해 갔다. 처음에는 야영객을 위한 곳인가 보다 싶었는데 가 보니 생각보다 더 넓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우리도 '오뎅'과 '정종'을 시켜 자리를 잡았다. 영어가 통하지 않으니 '바디랭귀지'로 의사를 전달해서 국물 한 국자 더 얻은 것에 만족하며 내일 산행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상무님이 오셨다. 대낮에 산장에 누워 있기 심심하셨던게지. 그렇게 모인 것이 혼자 온 김선미씨에 가이드 두 명까지 합해서 6명이 되었다. 우리가 오뎅을 더 시킨다고 하자 가이드가 하는 말

 "오뎅은 그렇게 한 요리 전체를 다 가리키는 말이라 얘네들 못 알아들어요."

아하, 그래서 우리가 아까 호기있게 오뎅이라고 주문하자 파는 사람들이 이것 저것 보여주며 어떤 것이냐는 몸짓을 했구나. 또 하나 배웠네. 물론 국물 좀 더 달라고 하자 야멸차게 거절해서 이 나라 사람들의 또다른 면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우리 나라라면 국물은 일단 무한정 더 주고 심지어 떡볶이를 먹어도 오뎅 국물은 덤으로 그냥 퍼주질 않던가. 이래서 우리 나라 사람을 보고 푸근하다고 하겠지. 갑자기 우리 나라의 따뜻한 오뎅 국물 같은 후한 인심이 그립다.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산장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간단히 우리끼리 술 한잔을 했다. 다음날 산행을 위해서 과음은 금물이지. 무슨 미련인지 그쳤던 비가 다시 후둑후둑 한다. 자리를 펴고 누웠는데 몸끼리 부딪힌다. 산장은 다 그러려니 싶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난방이 되지 않는데도 인구 밀도가 높아서 그런지 공기도 텁텁하고 후텁지근하다. 밤 9시도 안 되었으니 잠이 올 리 만무이나 그냥 눈을 감고 피로를 푼다. 두런두런 밖에서 들리는 소리와 복도에서 왔다갔다 하는 소리에 잠은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억지로 잠을 청해 보려 노력하는데 차츰 더워지는군. 어젯밤 생각에 혹시 추울까 싶어 신었던 양말을 벗어 발치에 던지고 바지도 겅충겅충 걷어 반바지를 만든다. 그래도 덥다. 이번에는 반팔 티셔츠를 허리춤에서 빼내어 공기가 통하게 하면 나을까 싶다. 이렇게 온갖 엉뚱한 짓을 하다가 스르륵 잠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