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sr]들꽃세계

봉숭아/채송화/백일홍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23. 10:24

 

고향집 뜰에 피었을 봉숭아, 채송화, 백일홍입니다. 색색이 곱습니다. 

 

 

 

 

손톱 끝에 물들인 봉숭아 붉은 색,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지요. 손가락 끝에 묶은 봉숭아 꽃잎 빠질까? 밤새 이불 위에 손 내놓고 자다 누가 부딪치면 소스라쳐 놀라 깨곤 했지요. 그 순수하던 어린 시절이 그립습니다. 올해도 담장 아래 봉숭아는 곱게 피건만... 한 번 간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네요.  

 

누가 심어 가꾸지 않아도 담장 아래에 채송화 색색으로 곱게 피어났지요. 메마른 흙담 위에도 몇 송이 용케도 피었지요. 지금도 고향 마을 흙담 위에서 외지로 떠난 사람 기다릴 것 같군요. 

 

 

 

 

 

 

키가 작고 꽃 크기도 작은 귀여운 채송화를 바라보다 보면

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을 연상하게 됩니다.

제 건너 집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가진 주부가 심은 채송화입니다.

이 분 뜰엔 봉선화와 채송화, 활연화, 코스모스가 있어요.

봉선화는 제가 사진 찍어올렸었구요. 코스모스는 이제 겨우 두 송이만 피었습니다.

이 집 마당이 햇빛이 잘 들지가 않습니다.

이 동네로 이사온 지 이제 두 해도 채 못된 걸로 알고있는데, 이사오자마자 부지런히 꽃씨를 심더군요.

햇빛이 아쉬운 꽃들은 화분에 담아 길가에 내어놓기까지 해요.

꽃을 키우는거나 아이를 키우는거나 똑같이..그 마음이 참 곱습니다.

아침이면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를 배웅하는 엄마의 모습을 봅니다.

저한테도 인사하라고 가르치는 엄마 말에 따라 작은 목소리로 아이는 인사를 하지요.

내성적인 아이 같아요. 엄마도 자그마하고 조용한 여자 분이구요.

 

그 어린 아들과 채송화가 같은 이미지로 다가와요.

채송화는 햇빛을 보지 않으면 꽃도 피지 않고요. 해가 뜬 낮에는 목을 쭉 뽑아 햇빛을 향해 활짝 피었다가

해가 지고 나면 채송화도 언제 피었냐는 듯 꽃잎을 다시 접습니다. 이 하루살이 꽃이 애틋하게 보이기도 하고,

참 부지런하고 씩씩하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또 남아메리카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가 원산지인데도 채송화 처럼 별칭이 많은 꽃도 드문 것 같습니다.

따꽃, 따메기꽃, 앉은뱅이꽃, 뜸북꽃 ...

그만큼 우리와 친밀한 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일찍감치 우리 땅에 자리잡았던 탓이리라 짐작도 됩니다.

앗, 채송화 사진도 더 찍어야할텐데.. 앞집 채송화가 피었다가 엊그제 폭우에 다 시들어버렸구요.

다시 해가 반짝이면 또 피겠지요?

  

채송화
댕명화, 따꽃
Portulaca grandiflora Hook.
쇠비름과
マツバボタン
Ross Moss, Sun Plant, Eleven-oclock
원산지: 남아메리카 
 

<채송화의 이름들>

따꽃, 땅꽃 : 땅에 붙다시피 하면서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 ('따'는 땅의 옛말입니다.)
따매기꽃 : 채송화’의 평북 방언.
뜸북꽃 : 여름철새인 뜸부기가 찾아오는 여름에 피기 때문에, 또는 뜸부기의 몸빛깔과 비슷한 붉은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붙은 이름  한편에선 채송화를 초두견草杜鵑이라고 하는데 풀이하면 두견이풀(두견새풀)이 됩니다.
솔잎모란 : 잎은 솔잎 같고 꽃은 모란 같기 때문에 생긴 이름
앉은뱅이꽃 : 키가 작고 땅에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붙은 이름
하루살이꽃 : 하루(아침에 피었다 한낮에 진다)만 피다 지기 때문에 생긴 이름
 

 

 

백일홍도 있지요. 화무십일(花無t十日)이라지만 이 꽃은 피고 시들 때까지 꼿꼿하게 서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