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sr]들꽃세계

하얀 쪽진 어머니 머리 <갈대>

이름없는풀뿌리 2015. 9. 23. 10:33

 

 

 

갈대는 물가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 해 살이 풀이다.

 매우 귀하게 쓰이는 약초이지만 너무 흔하므로 그 중요성을 잊기 쉽다.

 늪, 강기슭, 습지, 바닷가 기슭에서 떼지어 자라며 2~4m쯤 자라고 줄기의 속은 비어 있으며

잎은 30~50cm 정도된다. 꽃에 명주실 같은 털이 많이 덮여 있어 바람에 날아갈 때 장관을 이룬다.
갈대가 처음 나올 때를 "가"라고 하고, 좀 커지면 "노(蘆)"라고 하며 완전히 자란 것을 "위(葦)"라고 한다.

 

 

 

                                     갈대꽃

                                               유안진 


                                              지난 여름 동안
                                             내 청춘이 마련한
                                             한 줄기의 강물

                                             이별의 언덕에는
                                            하 그리도
                                            흔들어 쌓는

                                          손
                                          그대 흰 손
                                             갈대꽃은 피었어라.

 

 

 

 

갈  대

 

- 신 경 림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꽃의 전설

 

어느 가을 하루, 젊은 머슴놈 하나가 산중턱 양지쪽 햇살을 받고, 비스듬이 지게에 걸터앉아서

멀리로 강줄기 물흐르듯 흐르는 하얀 굽이굽이 신작로길을 왠종일 그렇게 굽어보고 있더라 한다.

무지한 머슴은 가진 사념도 무지했던지라, 바람에 갈잎 부빚는 소리에 취하여 길 따라 달리고 싶은,

그저 천리래도 망아지처럼 달리고 싶은 사념을 그냥 그렇게 고삐 채 던져 두었다.

토끼눈을 한 석양에 불꽃 활활 타는 양으로 갈꽃이 펄럭일 때,

땅거미에 밀리어 하얗던 신작로길마저 생기를 잃었다.

푸른 소망만 불붙는 갈꽃 위로 한없이 증발할 뿐.

머슴놈은 이제 그만 빈 지게에 갈꽃 하나 꽂고 산을 내려 왔더라 한다.

 등 뒤로는 하염없이 빈 가슴 부빚는 소리만 가-ㄹ 가-ㄹ 하더라 한다.

그래서 갈대꽃을 머슴꽃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