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과 토공 통합하면 분양가 낮추는데 도움”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8.05.29 01:42 | 최종수정 2008.05.29 02:47
[중앙일보 김영훈] 정부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토공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토공 노동조합은 경기도 분당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통합은 주공과 토공의 동반 부실을 낳을 것'이란 홍보에도 나섰다. 주공은 느긋한 편이다. 인원 수가 토공의 두 배이고, 주공 위주의 통합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주공과 토공을 통합하지 못하면 두 공사의 덩치가 더 커져 통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한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초기에 통합이 무산된 뒤 3년간 주공의 자산은 두 배나 늘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기관이 그동안 경쟁적으로 업무를 확장하는 바람에 기능 중복이 심각하다"며 "두 기관이 통합되면 주택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중복=고봉환 토공 노조위원장은 "개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두 기관이 역할을 분담했을 뿐"이라며 "근본적으로 토공은 택지 공급, 주공은 주택 공급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윤석 숭실대 교수는 "택지 개발과 도시 재개발·정비사업 같은 주요 사업에서 대부분 기능이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토공과 달리 주공은 기능이 중복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제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사업에 두 기관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토공은 시흥 능곡과 사천 용현 국민임대주택 단지 조성을, 주공은 파주운정과 아산탕정 신도시의 택지개발을 했다. 서로 다른 공사의 사업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한 것이다. 심지어 토공이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한 군산 신역세권 택지개발사업(사업비 4212억원)을 주공이 맡기도 했다. 우윤석 교수는 "서울시의 SH공사처럼 주공·토공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지방 공기업도 많다"며 "주공·토공뿐 아니라 지방 공기업과 중앙 공기업 간의 기능 재정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 효과=토공은 통합에 따른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한다. 또 두 공사가 합쳐지면 부채가 100조원대로 늘어나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주공·토공이 동시 추진한 판교 신도시는 토공이 주관한 화성동탄 신도시에 비해 사업 기간이 1년6개월 지연됐다. 사업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두 기관이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바람에 개발 비용이 더 들어간 적도 있다. 주공은 오산 세교 택지개발지구 시행자가 되기 위해 오산시의 철도역 설치(289억원) 요구를 수용했다. 이 바람에 조성원가는 3.3㎡당 6만여원 증가했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우선 인력 구조조정을 해 군살을 뺀 뒤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대규모 국책사업은 주공과 토공이 맡더라도 소규모 단지는 민간에 맡기거나 경쟁 체제로 바꾸면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방식=일각에선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먼저 구조조정을 하고, 통합의 효과를 따져 두 공사를 합쳐도 늦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광수 강원대 교수는 "구조조정부터 하고 합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연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공기업 개혁이 과거처럼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공사의 통합은 1993년부터 15년간 여섯 차례나 추진됐다. 우윤석 교수는 "합쳐 놓으면 중복되는 부분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더 쉽다"고 말했다. 일본은 81년 일본주택공단과 택지개발공단을 통합했고, 영국은 내년까지 주택공동체청(HCA)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영훈 기자 < filich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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