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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보다 강한 木造 빌딩, 7.3지진에도 화재에도 견딘다

이름없는풀뿌리 2016. 10. 25. 08:27

콘크리트보다 강한 木造 빌딩, 7.3지진에도 화재에도 견딘다

[합성목재로 지어진 첨단 고층빌딩, 주요국 도심에 속속 들어서] - 합성목재, 콘크리트 5배 강도 나뭇결 수직이 되게 나무판 쌓아 붙일 때 압축해 수분과 공기 빼.. 강도 25% 정도 더 높아져 나무판 표면에 耐火 코팅해 겉표면만 타고 속으론 안번져 -


온실가스 줄이는 친환경 기술 철처럼 녹이거나 굽지 않고 나무 스스로 CO₂ 흡수하며 자라 철근콘크리트 빌딩, 목조 대체땐 전지구적 배출량 31% 줄어.. 간벌로 산불 피해도 막아조선비즈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입력 2016.10.25. 03:10지난달 15일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木造) 건물이 들어섰다. 높이 53m의 이 건물은 18층짜리 기숙사로 내년 9월부터 학생 400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토대와 엘리베이터 통로를 제외하고는 건물 대부분이 나무 벽과 기둥으로 지어졌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목조 건물이 부활하고 있다. 한옥(韓屋)이나 전원주택 차원이 아니라 도심의 고층 빌딩이 나무로 지어지고 있다. 신세대 목조 빌딩은 지진과 화재에 강하고, 온실가스도 줄이는 친환경 건축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규모 7.3 지진에도 안전

100m까지 자라는 미송(美松)은 무게가 160t이나 된다. 무게로 따지면 나무가 철강제보다 3.5배나 강한 것이다. 하지만 목조 건물은 19세기 이후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자리를 내주었다. 나무는 습기가 많아 형태가 잘 변하고 옹이가 있는 부분은 강도가 약해 잘 부러졌다. 화재에도 약했다. 19세기 말 미국 대도시들을 휩쓴 대화재 이후 정부와 보험사들은 목조 건물을 회피했다.


목조 고층 빌딩이 부활한 것은 1990년대 새로운 목재 가공 기술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대표적인 것이 '구조용 면재료'다. 나무는 나뭇결과 같은 수직 방향으로는 강하지만 수평 방향의 힘에는 속절없이 부러진다. 구조용 면재료는 나뭇결이 서로 수직이 되도록 나무판들을 번갈아 쌓은 것이다. 이러면 가로와 세로 방향의 압력에 모두 강해진다. 또 나무판들을 붙일 때 압축을 해서 수분과 공기를 빼면 강도가 25% 정도 더 높아진다. 이런 방식으로 콘크리트의 5분의 1 무게로 같은 강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기둥은 원래 나무의 강점을 살렸다. '구조용 집성재'나 '평행 배열 목재'는 나뭇결 방향이 같은 나무판들을 여러 겹으로 붙인 것이다. 덕분에 미송처럼 덩치가 큰 나무가 아닌 작고 가는 나무로도 충분히 강한 기둥을 만들 수 있었다. 합성 목재를 만들 때 중간중간에 밀도가 낮은 나무를 넣으면 공기층이 생겨 마치 벽 사이에 솜을 넣은 듯 방음과 단열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합성 목재는 화재에도 강하다. 나무판을 여러 겹 덧댄 형태여서 불이 나도 바깥층만 타고 안쪽으로 잘 번지지 않는다. 또 표면은 불에 잘 견디도록 미리 내화(耐火) 코팅을 한다. 예상과 달리 지진에도 강하다. 지진이 나서 땅이 흔들리면 건물은 무게에 비례하는 힘을 받는다. 무거운 건물이 더 많이 흔들린다는 말이다. 목조 빌딩은 철근콘크리트 빌딩보다 훨씬 가벼워 지진 피해를 덜 입는다. 이탈리아 임업연구원이 2007년 일본 방재과학연구원에서 합성 목재로 만든 7층 목조 건물에 대한 내진(耐震) 실험을 한 결과 1995년 발생한 규모 7.3의 고베 지진에 해당하는 충격에도 끄떡없었다.


이산화탄소 배출 막을 신기술로 각광

전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목조 고층 빌딩에 날개를 달아줬다. 철강이나 콘크리트를 만들려면 철광석이나 석회석을 불로 녹이고 굽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이와 달리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자라므로 목재를 쓰면 그만큼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가 생긴다. 미국 예일대 지속가능산림연구소의 채드 올리버 박사는 2014년 발표한 논문에서 철근콘크리트 빌딩을 목조 빌딩으로 대체하면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1%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목조 빌딩은 삼림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숲이 지나치게 빽빽하면 산불이 삽시간에 퍼질 수 있다. 벌목(伐木)으로 빈 공간을 만들어 주면 산불도 막고 숲 생태계의 다양성도 높아진다. 국립산림과학원 이상준 박사는 "나무의 광합성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베어내고 다시 어린나무를 심는 것이 이산화탄소 흡수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목조 고층 빌딩 건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과 스웨덴은 각각 80층, 40층짜리 초고층 목조 빌딩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내년부터 21층 목조 아파트를 건설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 국내 최초의 대형 목조 빌딩이 수원 산림과학원에 들어서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상 4층의 이 건물은 구조용 집성재로 기둥과 보를 만들었다. 산림과학원은 2018년까지 5층 목조 빌딩, 2022년까지 10층 목조 아파트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세계목조건축대회도 서울에 유치했다. 콘크리트 빌딩 숲이 나무로 바뀔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