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공의 어부사 권중에 제하다[題孔伯共漁父詞卷中]
【안】 공백공(孔伯共)의 이름은 부(俯)요 호는 어촌(漁村)인데, 예서(隸書)를 잘 썼다.
늙은이가 늙은이가 벼슬아치 옷을 입고 / 有翁有翁身朝衣
술 얼큰 취한 채 어부사를 노래하네 / 半酣高歌漁父詞
첫 가락은 날 일으켜 강해의 생각을 / 一曲起我江海思
두 번째 가락은 날 이끼돌에 앉혀 주고 / 二曲坐我蒼苔磯
세 번째 가락엔 둥둥 떠 갈 곳이 희미하네 / 三曲泛泛迷所之
흰 모래 여울 위에 가마우지 짝이 되고 / 白沙灘上伴鸕鶿
홍료화 물가에 해오라기 함께 자네 / 紅蓼洲邊同鷺鷥
구름 연기 아득아득 눈보라 부슬부슬 / 雲煙茫茫雪霏霏
거울 같은 수면이 바람 일어 무늬지네 / 水面鏡淨風漣漪
푸른 우장 푸른 삿갓 비 무릅쓰고 떠나가고 / 綠簑靑蒻冒雨披
짧은 노 가벼운 장대 달 싣고 돌아오네 / 短棹輕槳載月歸
흥이 나면 한가로이 젓대 한 가락 불며 / 興來閒捻一笛吹
이따금 창랑가(滄浪歌)로 화답을 하니 / 徃徃和以滄浪辭
소리마다 격렬하여 강 기슭을 움직이네 / 數聲激烈動江涯
갑자기 잊은 듯 사방을 돌아보니 / 怳然四顧忽若遺
노래 채 끝나지 않아 옹은 여기 있구려 / 高歌未終翁在玆
[주]창랑가(滄浪歌) : 《맹자(孟子)》 이루(離婁)에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는다[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하였다. 초사(楚辭) 어부(魚夫)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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